SK쉴더스가 발행한 2600억원대 공모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해 조기상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올 6월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이 원인이다. SK그룹 계열사 간판을 떼고 사모펀드(PEF) 소유가 됐다. 기발행한 채권 가치가 떨어지는 이벤트다. 소위 대그룹이라는 우산이 사라진 채권이 됐다. 상환여력이 과거대비 저하되는 것이고 이는 채권가격 하락을 유발한다. 사채권자들은 조기상환을 요구해 재투자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잔여 공모채 전액에 EOD…이달 대금지급 일정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는 현재 총 2670억원 규모 공모채에 대해 EOD 사유가 발생해 사채권자들로부터 상환청구를 받고 있다. 2021년 10월에 발행한 7회차(3년물, 670억원)와, 2021년 7월에 발행한 6-1회차(3년물, 1200억원)와 6-2회차(5년물, 800억원) 등이다. SK쉴더스 회사채 잔액(2670억원) 전부에 대한 EOD다. 다른 공모채는 없다.



해당 회사채들엔 지배구조 변경을 제한하는 내용의 계약조건이 설정돼 있다. 계약을 위반하면 EOD가 발생하고 사채관리회사는 사채권자들에게 해당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이후 사채권자들 개별 판단에 따라 상환권 청구를 진행하게 된다.


SK쉴더스는 올 6월 19일 최대주주가 SK그룹 중간지주사 SK스퀘어에서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이하 KSH)로 바뀌었다. KSH는 글로벌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이자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사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다. 앞서 올 3월 EQT파트너스는 3조원 SK쉴더스를 인수하기로 하는 SPA(주식매매계약)를 매도자 측과 체결했다.



EOD는 지배구조 변경일(6월 13일)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난 지난달 초 발생했다고 사채관리회사(한국증권금융, DB금융투자)는 판단했는데, 이는 당국 행정처리 영향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SK그룹)에서 SK쉴더스를 제외한 날이 올 8월 2일이다.


한국증권금융 등은 이날(8월 2일) 바로 EOD 사실을 사채권자에게 통보하고 같은 달 7일부터 25일까지 조기상환 청구를 받았다. 다만 현재까지 접수를 지속하고 있어 최종 상환액은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가 넓게 분포된 영향이다. 공모채는 발행 초기엔 소수의 투자기관들이 인수하지만 상장 이후론 거래가 가능해 투자자들이 잘게 쪼개질 수 있다. 접수에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A-급 3년물 금리 5.9%…발행 당시보다 2.6배 올라


지배구조 변경이 EOD 사유가 되는 것은 채권가치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대그룹 소속 계열사들은 신용평가 과정에서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유사 시 서로 도울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발행사 자체신용등급에 그룹의 지원여력이나 가능성의 정도를 따져 1노치에서 3노치까지를 높여 최종 신용등급을 부여한다. SK쉴더스의 경우 자체신용등급이 A-인데 대주주 변경 전까진 이보다 한 노치 높은 A0로 평가됐다. 하지만 대주주가 변경된 직후인 올 7월 한국신용평가는 계열지원 가능성이 사라진 것으로 판단해 신용등급을 자체등급인 A-로 한 노치 낮췄다.


SK쉴더스 지배구조 변경내역(자료:한국기업평가)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PEF는 원금 회수가 투자의 주 목적이고, SK쉴더스 외엔 사업회사가 없다"며 "이에 SK그룹 소속이었을 때와 달리 유사시 계열지원 효과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3년 전 A0급 채권을 산 것인데, 대주주 변경으로 졸지에 자산가치가 A-급으로 떨어지게 됐다. 조기상환이란 안정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가치하락 유인 외에도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이 유리한 시기이다. 회사채 금리가 3년전 대비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6-1회차 발행 당시인 2021년 7월은 금리가 저렴했을 때다. A0급인 SK쉴더스 3년물 이자율이 2.29%에 그쳤다.


A0, A- 공모채 3년물 평균금리(자료:키스자산평가)


그런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긴축정책과 함께 금리가 폭등했고 현재까지 고금리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달 12일 기준 A0급 3년물은 평균금리(키스자산평가)가 5.553%다. 같은 기준으로 A-급은 5.998%다. 조기상환을 받고 같은 신용등급 회사채를 매입하면 두 배가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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