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미디어 주가가 상장 일주일만에 공모가의 절반수준으로 폭락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공모주주에게 ‘탈출 기회’를 주지 못한 공모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공모가 이상으로 주식을 판 공모주주가 없다.


◇ 장중 한번도 공모가 못넘어…올 들어 첫 사례


아이스크림미디어는 6일 종가 1만751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종가(1만8820원)보다 7%, 공모가(3만2000원)에 비해선 무려 45.3% 하락한 수치다. 지난달 30일 상장한지 정확히 일주일만의 결과다.



탈출기회가 전혀 없었던 공모주라는 게 포인트다. 상장일 시초가 수익률(공모가 대비)이 마이너스(-) 7.2%였고 종가 수익률은 -29.7%였다. 상장 다음날(9월2일)엔 소폭 반등했지만 이후론 매 영업일마다 4~8%대 하락률로 내려앉기만 했다. 상장 한 이후 장중 최고가 역시 상장일(8월30일)에 기록한 3만1700원으로 역시 공모가(3만2000원)보다는 낮았다. 오히려 상장 직후 공모주를 팔았다면 그나마 손해를 덜 봤을 수 있다.


장중 주가가 공모가를 넘지 못한 사례는 올 들어 현재까지 45건 IPO 가운데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처음이다. 광풍시기인 상반기까지는 상장일 시초가나 종가 수익률이 50~300%에 달했다. 그러다 7월들어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석’으로 평가받은 발행사도 수익을 내며 탈출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7월 이후 상장일 시초가나 종가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였던 발행사는 뱅크웨어글로벌과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아이스크림미디어 등 총 3곳이다. 그런데 뱅크웨어글로벌은 상장일(8월12일)에 장중 최고주가(1만9800원)가 공모가(1만6000원)보다 상당히 높았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이달 6일 종가(3만150원)가 공모가(2만9000원)보다 4% 높다.


◇ 신규 교과서 합격은 ‘호재’아닌 ‘숙제’…주가폭락 못막아


업계에선 예견된 참사로 보고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펀더멘털은 양호했지만 기업가치(밸류)와 수급에선 낙제점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상당한 수준의 오너리스크까지 있는 발행사였다.


수요예측에서 바닥권 경쟁률(31대 1)을 기록해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3만2000원)으로 정했음에도, 공모시가총액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15.48배로 상당히 높았다. 교육업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악재 탓에 멀티플이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다. 대장주인 메가스터디교육 PER이 7배 내외 수준이다.


오너리스크와 연관이 있는 고평가였다. 5년전 관계사인 아이스크림에듀가 상장했는데 당시도 고평가 논란속(평가밸류 PER 26배)에 상장했다. 그리고 박기석(사진) 회장 등 일가친척 7인이 의무보유기간(6개월)이 해제되자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4년에 걸쳐 290억원어치 장내서만 매도했다. 이들은 아이스크림미디어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도 의무기간(6개월)만 걸었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실적은 좋았기에 일부에선 단타용 투자처로 분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급이 크게 열위해 결과적으론 단타도 위험하다는 평가가 더 우세했다.


엑시트(자금회수)를 하려는 기타 구주주들이 상당히 많았다. 상장일 유통가능물량 비중이 37.48%로 높은 축에 속했는데, 기타 구주주 보유분 비중이 18.65%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공모주주 비중은 18.83%다.



특히 기타 구주주는 10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대다수였다. 매입가격이 공모가의 6분의 1도 안됐다. 헐값으로 주식을 팔아도 차익실현이 가능했다. 상장일 오버행 가능성이 있었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상장일에 상당한 사업호재 사실을 밝혔음에도 주가가 폭락한 배경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당시 초등 3~4학년 교과용 도서 검정 심사에서 전과목 합격의 쾌거를 이뤘다고 밝혔다. 공급과목수가 3개(수학과 사회, 과학)에서 7개로(수학·사회·과학·영어·음악·미술·체육)로 확대됐다.


교과서사업은 아이스크림미디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성과가 맞기는 했다. 다만 해당 성과는 이미 고평가된 밸류에 녹아져있다는 것이 기관들의 시각이었다. 호재가 주가하락을 막지 못한 배경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신규 교과서사업 진출성공(합격)을 기본전제로 깔고 산출한 밸류라 사실상 호재가 아닌 반드시 달성해야 과제였다”며 “해당 사업마저 불발됐으면 주가가 더 큰 폭으로 하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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