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미디어가 상장을 앞두고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기관수요예측과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올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평판이 악화할 대로 악화했다. 여기에 정치권발 악재까지 겹쳤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AI디지털교과서(이하 AI교과서) 사업에 대한 장밋빛전망을 기업가치(밸류)에 녹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평가밸류에 적용한 주가수익비율(PER)이 21배에 이른다. 교육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수혜가 확정적이어야 주장할 수 있는 멀티플이다. 그런데 여소야대 구도인 22대 국회에서 야권이 AI교과서 도입 반대를 선포했다.


◇ 정 의원 “관련 예산 모두 삭감”…교육부 장관 '에듀'와 유착의혹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22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교육부가 추진하는 AI교과서 도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로 △학부모·학생·교사의 반대 △디지털과몰입 △확인이 어려운 AI기능 △기존 교과서 대비 10배 이상 비싼 가격 △촉박한 심사 일정 탓 부실 검증 우려를 꼽았다.


정 의원은 “향후 국회 결산과 예산, 국정감사 등에서 문제점을 더 강력히 지적하고 관련 예산은 모두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이스크림미디어를 직접적으로 저격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관계가 있는 사기업인데, AI교과서로 특혜를 노린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많은 국민이 임명 당시부터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의 관계에 의구심을 가졌던 에듀테크 기업의 증권시장 상장도 이뤄졌다”며 “이달 공모주 청약을 강행하는 에듀테크 기업은 내년 3월 AI 디지털교과서 전면도입을 전제로 상장을 추진하는데 이는 우리 아이들 교육을 비즈니스로 팔아먹는 격”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이 언급한 '이달 공모주 청약 강행 에듀테크 기업’은 아이스크림미디어가 유일하다.


유튜브 채널 정을호TV 쇼츠영상 캡쳐


이 장관은 2022년 10월 임명 전 인사청문회에서 아이스크림미디어의 관계사 아이스크림에듀와 유착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장관이 초대 이사장을 맡아 설립을 주도한 아시아교육협회에 아이스크림에듀가 2020년 1억원을 기부했다. 협회는 이후 아이스크림에듀에 6건의 연구기기를 대여해준 대가로 1억3600만원을 지급했다.


이 장관은 취임 반년여 뒤인 2023년 6월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국정과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초3·4, 중1, 고1 학년 과목 중 수학과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에 AI교과서를 우선도입하기로 했다. 2028년까지 전 학년 전 과목으로 확대하는 일정이다.


악재가 겹쳤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앞서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은 31.26대 1, 일반청약 경쟁률은 12.89대1로 모두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냉각돼 수요예측 투심이 상장 후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수요예측서 외면 받으면 상장 후에도 인기가 없다.


뱅크웨어글로벌은 7월 말 진행한 수요예측 경쟁률이 155대1에 그쳤는데, 상장일(8월12일) 시초가 수익률(공모가 대비)이 마이너스(-) 0.1%, 종가수익률은 -1.6%였다. 이달 22일 기준 수익률은 -43%에 달한다.


◇ 2025년 예상매출 2000억, AI교과서 ‘성공’ 기반


정 위원이 반대의사를 밝힌 날(22일)은 교육부가 AI교과서 검정심사 접수를 마무리한 날이다. AI교과서 146종이 신청됐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검정 개발공고를 낸지 1년만이다. 교육부는 오는 11월까지 심사한 후 1차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증권신고서)


아이스크림미디어가 평가밸류로 21배에 이르는 PER을 주장한 배경이다. 수요예측 흥행실패로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으로 정하면서 PER은 15배 수준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 게임 대장주 메가스터디교육 PER이 7배 내외에 그친다. 준비하고 있는 AI교과서 사업이 성공했을 때에나 인정받을 수 있는 멀티플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교과서사업이 주력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이 1231억원인데 교과서로 55.61%(684억원)를 벌었다. 수익성도 교과서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교과서사업 영업이익은 367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340억원)의 108.7%를 차지했다.



그리고 수요예측 기간 기관IR을 통해 실적가이던스를 제시했는데 올 예상매출은 1400억원, 내년은 2000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은 올해는 400억원, 내년엔 800억원으로 껑충뛴다고 봤다.


2025년 예상매출(2000억원)은 지난해(1231억원)에 비해 62.5%, 2025년 예상영업이익(800억원)은 지난해(340억원)보다 135.3% 폭증한 수치다. 기관들은 2025년 AI교과서 매출이 450억원은 돼야 달성 가능한 가이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2025년 서책교과서 예상매출(737억원)의 60% 수준을 AI교과서가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야권이 AI교과서 도입을 반대하며 밸류에 대한 근거가 흔들리게 됐다. 한 기관투자자는 “현재 멀티플(15배)도 AI교과서 사업 성공을 전제 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AI교과서 도입이 늦어지면 상장 후 투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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