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미디어가 참혹한 기관수요예측 성적표를 받고도 무리한 가격으로 상장 강행을 택해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오너일가가 보여준 과거전력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발행사라는 평가다. 5년전 관계사인 아이스크림에듀도 바닥권 수요예측 결과에도 상장을 강행했다. 그리고 이후 오너일가의 대규모 주식매도가 이어졌다. 오너일가가 IPO를 주식자산현금화 수단으로 삼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새 아이스크림에듀 시가총액은 5분의 1토막이 났다.


◇ 아이스크림에듀도 하단미만 49% 베팅 불구 '하단'가 강행


아이스크림미디어는 20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확정공모가를 3만2000원으로 공표했다. 희망밴드(3만2000원~4만200원)의 하단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문제는 수요예측 결과가 ‘하단’으로도 정하기 힘들 정도로 부진한 것에 기인한다.


기관에 172만2000주를 배정했는데 고작 5383만7780주가 신청돼 경쟁률이 31.26대 1에 그쳤다.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앞선 최저기록인 뱅크웨어글로벌 경쟁률(155대1)보다 훨씬 저조한 참여율로 갱신을 하게 됐다.



신청가격분포도 극단으로 갈렸다. 희망밴드 상초(상단을 초과) 구간에 47.2%가 베팅된 반면, ‘하단 미만’ 구간에도 30.75%가 몰렸다. 희망밴드 내 신청물량은 상단이 12.24%, 상단미만 하단초과가 4.19%, 하단이 5.04%였다.



경쟁률도 극히 낮은데 가격도 하단 미만 의견이 30%에 달할 정도로 이견이 컸다. 통상 이 정도로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공모가를 하단보다 크게 낮춰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딜에 대한 평판이 저조한 경쟁률로 이미 악화했기 때문에 공모가를 낮춰야 공모주주들이 손해 볼 가능성이 낮아진다. 해당 가격을 수용하지 못하겠으면 공모를 철회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강행을 택했다.


앞서 관계사인 아이스크림에듀가 똑같은 전철을 밟았기에 발행사 평판은 이번 강행으로 인해 더 악화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듀는 2019년 6월 상장했다. 당시 수요예측에서도 고평가 논란(PER 26배 적용)으로 바닥권 경쟁률인 124대 1을 기록했다. 더불어 하단미만 베팅 비중이 49%에 달했다.



그럼에도 아이스크림에듀는 확정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가로 정했다. 시장 수요에 배치되는 ‘배짱’ 강행이었다. 그리고 최대주주측 구성원들은 의무 보호예수기간(6개월)이 끝나자마자 대규모 장내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4년간 오너일가 7인이 45차례에 걸쳐 총 291만5274주를 전량 장내매도했다. 상장주식수의 22.6%에 해당하는 물량이고, 금액으로는 290억원어치다. 상장 당시 200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은 현재 380억원대로 주저앉아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 상장 강행을 고운 눈으로 바라볼 수 없는 배경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 역시 평가밸류에 적용한 PER이 21배로 상당히 높았다.


◇ 옥석가리기로 수요예측 투심 상장 후로 전이...아이스크림미디어 불안


최근 공모주 시장은 급격한 냉각으로 옥석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수요예측 결과가 상장 후 투심(포스트IPO)으로 그대로 전이되는 분위기다. 이달 상장한 뱅크웨어글로벌과 전진건설로봇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뱅크웨어글로벌은 7월 말 진행한 수요예측 경쟁률(155대1)이 저조한데다, 하단 베팅비중이 32.99%로 상당해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으로 정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보다는 경쟁률과 가격베팅 측면에서 모두 나았다.


그런데 포스티IPO로까지 부정적 투심이 옮겨붙었다. 상장일(8월12일) 시초가 수익률이 마이너스(-) 0.1%, 종가수익률은 -1.6%였다. 올 들어 시초가와 종가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인 발행사는 뱅크웨어글로벌이 처음이었다. 이달 19일 종가기준 수익률(공모가 대비)은 -37.1%에 달한다.



전진건설로봇은 반대 케이스다. 8월초까지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870대1을 기록했다. 중형딜(507억원 공모) 중에선 최상위권이었다. 상초 베팅비중도 81.2%에 달했다. 전진건설로봇은 이달 19일 상장했는데 상장일 시초가 수익률은 66.7%, 종가 수익률은 24.5%에 달했다.


아이스크림미디어 '하단'가 강행이 논란이 되는 배경이다. 뱅크웨어글로벌보다 열위한 수요예측 결과에도 무리한 가격을 고집하고 있다. 포스트IPO 투심이 뱅크웨어글로벌보다 나쁠 수 있다. 청약기관 등 공모주주들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


업계에선 이번 강행을 오너인 박기석 회장 영향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일국 교육업에 대한 자부심과 밸류에 대한 소신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스크림에듀와 아이스크림미디어 모두 적용 PER이 20배를 넘긴 배경이다. 문제는 상장 이후 오너일가가 기업가치 제고의 대척점(주식매도)에선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하단미만 베팅 비중이 상당함에도 하단가를 강행하는 모습이 아이스크림에듀 때와 비슷하다”며 “박 회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모시장에서 발행사 희망밸류를 너무 그대로 가져올리는 경우가 심심찮게 보여 걱정”이라며 “상장일 주가가 어찌될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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