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미디어가 최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기업가치(밸류)에 적용한 주가수익비율(PER)이 21배에 달해 과대평가 논란이 있었다. 여기에 오너리스크도 있었다. 관계사가 5년 전 상장했는데 오너일가가 4년에 걸쳐 보유지분을 장내매도로 290억원 어치 매각했다. 그 새 시가총액은 5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1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지난주 금요일(16일) 기관수요예측을 마감한 결과 공모가를 희망밴드(3만2000원~4만200원) 상단으로 정하기 어려운 수요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기관투자자는 “수요예측 마지막 날 희망밴드 하단으로 북을 채우면 선방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청약열기가 저조했다”며 “그래서 기관들 사이에서도 (확정공모가가) ‘잘해야 하단’인 딜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이 같은 기관들 추정에 대해 답변을 아꼈다. 아이스크림미디어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모가에 대한 입장은 확정 공시전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확정 공모가는 오는 20일 증권신고서 정정 공시로 공개된다.


최근 들어 공모주시장 분위기는 ‘묻지마 투자’에서 ‘옥석가리기’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기관들이 ‘석’으로 분류한 모습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실적은 양호하지만 밸류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이 있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는 평가밸류를 6069억원으로 제시했다. 작년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최근 12개월(LTM, Last Twelve Month)치 순이익 282억원에 적용PER 21.5배를 곱한 수치다. 국내 교육대장주인 메가스터디교육(PER 6.8배)의 3배가 넘는 멀티플을 주장했다.



공모가에 적용한 할인율(9.41%~27.89%)이 그리 높지 않아 평가밸류와 예상밸류 격차가 크지 않다. 공모가 희망밴드(3만2000원~4만200원)에 적용 주식수를 곱한 예상밸류는 4377억~5489억원이다. 예상밸류 기준 PER은 15.48~19.44배다.


성장세에 있는 교과서사업을 근거로 한 밸류다. 지난해 전체 매출이 1231억원인데 교과서사업에서 55.61%(684억원)를 벌었다. 교과서사업 매출은 전년(498억원)보다 37.3% 늘어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지난해 교과서사업 영업이익은 367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340억원)의 108.7%를 차지했다.


여기에 내년부턴 '2022 개정 교육과정'과 ‘AI디지털교과서’용 사업으로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관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강조했다. 회사측 가이던스에 따르면 올 매출은 1400억원, 영업이익은 400억원이다. 내년은 매출 2000억원에 영업이익 800억원을 전망했다.


그런데 상장 멀티플(15.48~19.44배)은 해당 장밋빛 전망이 모두 실현됐을 때에나 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일부 기관의 평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발행사는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듯 자신 있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며 “2025년 예상치 기준 PER은 8배 수준이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확인된 오너리스크까지 있는 발행사다. 관계사인 아이스크림에듀가 2019년 6월에 상장했는데 당시도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 평가밸류가 2820억원인데 PER을 26.7배 적용한 수치였다.



그리고 오너일가인 박기석(사진) 회장과 박 회장의 장차남 등 일가친척 7인은 의무보호예수 기간(6개월)이 끝나자마자 지분을 대거매각했다.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4년간 오너일가가 45차례에 걸쳐 총 291만5274주를 전량 장내매도했다. 상장주식수의 22.6%에 해당하는 물량이고, 금액으로는 290억원어치다. 상장 당시 200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은 현재 380억원대로 주저앉아 있다.


현 아이스크림미디어 최대주주측 구성원도 아이스크림에듀 상당 당시와 유사하다. 올 1분기 말 기준 최대주주는 아이스크림에듀와 같은 시공테크로 32.83%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박 회장으로 22.26%, 3대주주는 장남 박대민 의장으로 11.73%다. 이어 차남 효민씨가 7.16%, 부인 천승주씨가 1.63%, 천성환씨 0.93%, 천성수씨 0.1%, 천승희씨 0.1%, 박기수씨 0.06%다.



아이스크림에듀 주주거나 주주였던 인물들이 아이스크림미디어도 총 44.2%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아이스크림미디어 보유지분에 대해서도 모두 의무기간(6개월) 동안만 보호예수하기로 했다. 아이스크림미디어 역시 최대주주발 오버행(매각대기물량 출회) 가능성이 있다.


오버행 우려에 대해 발행사가 반박하지 않은 것도 수요예측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전문경영인인 허주환 아이스크림미디어 대표는 이달 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오버행 우려 질의를 받았는데 “6개월 뒤에 대주주 지분 매각 여부는 회사 경영자 입장에서 알 수 없다”고만 말했다.


앞선 관계자는 “최대 약점은 밸류보다 오너리스크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현금도 많은 기업이라 실적에 자신있다면 실적을 입증하고 상장을 해도 되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스크림에듀로 공모주주에게 피해를 안긴 전력이 있기 때문에 유사패턴이 반복된다면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해준 한국거래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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