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최근 시장과 조화를 이루는 IPO(기업공개) 주관으로 기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전전건설로봇이 공모가를 시장친화적으로 정했는데 주관사 역할이 컸다.


전진건설로봇은 역대급 기관수요예측 흥행에도 공모가를 희망밴드상단 대비 5%정도 높이는데 그쳤다. 이른 바 ‘검은 월요일’에 닥친 증시 충격을 공모가에 반영한 덕분이다. 청약한 기관과 일반투자자들 입장에선 부담이 크게 줄게 됐다.


광풍이 불던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 대비 20~30%나 올려 잡는 일이 다반사였다. 주관사들도 광풍에 편승해 수수료 극대화를 노린 곳이 많았다.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최근 국면에도 종종 보이는 현상이다.


미래에셋증권 주관이 돋보이는 배경이다. 주관시장 톱티어 명성에 걸맞는 품위를 보였다는 평가다.


◇ 수요예측 결과로는 20% 상초 무방


전진건설로봇은 이달 7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확정공모가를 1만6500원으로 정했다. 1만6500원은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1만5700원) 대비 5.09% 높은 수치다. 흥행한 수요예측 결과를 감안하면 시장친화적 가격이다.


전진건설로봇은 희망밴드 기준 공모액이 427억~483억원이었다. 중형딜임에도 기관수요예측에서 신청물량 기준 경쟁률이 870.2대 1에 달했다. 희망밴드 상단(1만5700원) 기준으로 신청액이 23조1248억원에 이르렀다. 질적으로도 우수했다. 신청물량 81.2%가 희망밴드 상초(상단을 초과) 구간에 베팅됐다. 상단은 16.6%, 상단미만은 0.2%에 그쳤고 미제시 물량이 2% 가량됐다.



결과로만 보면 올 상반기 때와 마찬가지로 20%대 상초상승률로 공모가를 정해도 무방했다는 관측이다. 전진건설로봇은 5일간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마지막 날(5일)이 하필 검은 월요일이었다.


수요예측 4일차(2일)까지만해도 상초 베팅이 대다수였는데 마지막날 국내 증시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상단 이하 가격대에 베팅한 기관들이 추가됐다. 그런데 전진건설로봇은 이들을 제외해도 경쟁률이 우수하다.


상단 이하 신청물량은 2억4620만9000주로 이를 전체신청물량(14억7292만7000주)에서 제외하면 12억2671만8000주가 남는다. 즉 상초 신청물량(12억2671만8000주)으로만 기관배정주식수(169만2708주) 대비 경쟁률이 724.7대 1이된다.


더불어 1만8000원 이상베팅 물량(9억9069만9000주)이 상초신청물량(12억2671만8000주)의 80.7%에 달한다. 1만8000원은 희망밴드 상단 대비 14% 높은 가격이다. 희망밴드 상단 대비 28% 높은 '2만원' 이상 베팅비중은 63.8%다. 20%대 상초상승률로 공모가를 정해도 무방했던 배경이다.



◇ IPO 명가 다운 판단력…타 하우스 관행 유지, 공모주주들 타격


그럼에도 '5% 상승'이란 겸손한 가격을 택한 이유는 주관사와 발행사가 검은 월요일로 인한 증시 충격을 공모가에 반영하는 것이 공모주주들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IPO 시장은 증시를 후행한다. 그리고 검은 월요일(5일)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8.77%, 코스닥지수는 11.3% 하락 마감했다. 수요예측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전진건설로봇이 이례적으로 견고한 투심을 유지했다.


실제 전진건설로봇과 함께 검은 월요일이 수요예측 마지막날이었던 케이쓰리아이는 이날 대규모 청약취소물량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케이쓰리아이는 상초로 정하려던 공모가를 ‘상단’가격으로 낮춰 잡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 내외 상초가 가능한 결과를 받고도 5% 높이는데 그친 것은 호평할만한 결정”이라며 “미래에셋증권과 전진건설로봇은 시장과 공모주주를 배려하는 파트너라는 평판을 얻었다”고 말했다.


모든 주관사와 발행사가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올 7월 들어서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는 기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묻지마 투자’에서 ‘옥석가리기’로 전환했다. 발행사가 올 상반기와 같이 공모가를 밴드 상단대비 20~30% 높여잡을 경우 공모주주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됐다.


그럼에도 관행을 유지하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있었다. 올 7월 15일 상장한 엑셀세라퓨틱스와 같은 달 31일 상장한 피앤에스미캐닉스다. 양사 모두 공모가를 상단 대비 30%가깝게 올려 잡았다. 더불어 현재 공모주 수익률은 큰 폭으로 마이너스다.



엑셀세라퓨틱스는 희망밴드 상단이 7700원인데 공모가는 29.9% 높인 1만원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달 8일 종가(6600원)는 공모가 대비 34% 낮아져있다. 대표주관사는 대신증권이었다. 피앤에스미캐닉스는 희망밴드 상단이 1만7000원이었는데 공모가는 29.4% 높인 2만2000원으로 정했다. 이달 8일 종가(1만5380원)는 공모가 대비 30.1% 급락해 있다. 대표주관사는 키움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과 전진건설로봇이 돋보이는 배경이다. 미래에셋증권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IPO 주관시장에서 빅3로 불리는 톱티어다. 지난해 IPO 대표주관 실적은 9534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