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예심)에 통과한 로봇 솔루션 기업 씨메스가 기업가치(밸류)를 얼마나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가 워낙 탄탄해 내부적으로 기대하는 밸류는 6000억원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씨메스(CMES)는 3개월전인 올 4월 1일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에 예심신청서를 제출할 때 예상밸류를 6000억원대로 기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례상장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기댓값으로 볼 수 있다.


씨메스는 아직 실적이 본격화하지 않아 기술성장기업 특례를 택했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기술성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A를 받아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6억원에 영업손실 9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씨메스 기술력이 희소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씨메스는 자동화가 어렵던 비정형 작업현장을 자동화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가령 물류센터에 크기가 다른 택배박스가 여러개 산개해 있으면 기계가 위치와 크기를 인지하고 특정장소에 차곡차곡 쌓도록 한다. 과거엔 사람만 할 수 있었던 일이다.


씨메스 물류센터 비정형작업 자동화 구현 이미지(자료:홈페이지)


2014년 이성호 대표가 설립한 씨메스는 로보틱스의 ‘눈’을 만드는 회사였다. 스캐너를 이용해 제품의 불량 여부를 가려내는 3차원(3D) 센서제조 전문이었다. 10년 뒤인 현재는 눈(3D비전)뿐 아니라 지능(AI소프트웨어)까지 입혀 비정형 작업을 자동화시켜주는 융합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에서 비정형 작업을 자동화한 사례는 씨메스가 최초로 알려졌다. 최근 유통대기업들이 씨메스에 전략적적투자를 한 것만으로도 기술력이 가진 희소성을 짐작할 수 있다. 씨메스는 2022년 시리즈 B단계까지 GS리테일과 SKT 등으로부터 총 350억원 이상 투자를 받았다. 이어 올 4월에는 쿠팡도 지분투자 사실을 공개했다.


쿠팡과 같이 물류센터에서 갖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유통대기업 입장에선 꿈에 그리던 자동화다. 쿠팡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근로자 13명(외주업체 포함)이 사망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최근인 올 7월에도 제주지역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 1명이 숨졌다.


다만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 문제다. 씨메스가 예심을 청구할 4월 당시만 해도 광풍이 불던 시기다. 기관들은 수요예측에서 ‘묻지마 상초(상단을 초과) 베팅’을 하는 것이 당연시됐고, 그럼에도 발행사 상장일 수익률(공모가 대비)은 50~300%에 달했다.


지금은 반대다. 올 7월 초 이노스페이스가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를 20%나 하회한 것을 계기로 상장 후 투심이 완연히 꺾였다. 이후 상장한 하스와 시프트업, 엑셀세라퓨틱스 등도 상장한지 얼마 안돼 수익률(공모가 대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거나 저조하다.


이탓에 기관수요예측 분위기까지 얼어붙었다. 7월 말 수요예측을 했던 뱅크웨어글로벌이 바닥권 경쟁률(약 150대 1)을 기록하면서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으로 정했다. 하단으로 정한 사례는 올 들어 처음이다. 대다수가 ‘상초’였고 일부가 ‘상단’이었다.


특히 뱅크웨어글로벌이 씨메스와 같은 기술특례 기업이었다는 점이 씨메스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사실이다. 이에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밸류를 기대치(6000억원)보다 낮출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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