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건설로봇이 기관수요예측에서 ‘대흥행’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2000여개 기관이 참여해 상초(상단을 초과) 가격에 90%에 가깝게 베팅하는 등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최상급 결과를 얻어냈다.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결과다.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는 '묻지마 투자'에서 '옥석가리기'로 급격히 전환했다. 특히 전진건설로봇 수요예측 마지막 날은 증시가 유래 없이 폭락한 ‘검은 월요일’이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될 놈은 된다'는 사례를 남겼다. 전진건설로봇은 흥행을 위한 3대 요인인 △탄탄한 펀더멘털 △시장친화적 밸류 △우수한 수급을 모두 갖췄었다.

 

6일 자산운용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진건설로봇은 전일(5일)까지 진행한 수요예측에 총 2000여개 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청물량 기준 경쟁률은 900대 1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 해 나온 중형딜 가운데 최상위급으로 알려졌다. 발행사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3800원~1만5700원이고, 공모액은 427억~483억원이다.



질적으로도 우수했다. 상초 베팅 비중이 80%대 후반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상장 후 뿐 아니라 상장 전(수요예측) 단계까지 급격히 냉각된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결과다.


상장 후 투심 악화는 7월 초 상장한 이노스페이스가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를 20%나 밑돌면서 확인됐다. 상장 전 투심 악화는 뱅크웨어글로벌이 7월 말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50대 1에 그쳐 올 들어 처음으로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가로 정하면서 확인됐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전진건설로봇은 올 상반기 광풍이 불었던 시기와 비슷한 수요예측 투심을 끌어냈다.


특히 수요예측 마지막날(5일)엔 국내 증시가 폭락하는 대형 악재까지 겹쳤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77% 하락한 2441.55포인트로 마감했다. 역대 최대 하락폭이었다. 코스닥지수 역시 11.3% 하락 마감했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심과 엔캐리 트레이드 약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코스피 종목 99%가 하락했기 때문에 IPO 시장 투심도 출렁일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기관들은 전진건설로봇에 대한 우호적 투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실제 전진건설로봇은 수요예측 4일차였던 지난 2일(금) 신청물량 기준 경쟁률이 700대 1 수준으로 최종 경쟁률(약 900대 1)보다 낮았다. 검은 월요일(5일)에 되레 추가 베팅이 이뤄졌다.


업계에선 옥석가리기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공모주 수익률 안정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에 투심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옥'으로 분류되면 '광풍'시기와 비슷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그리고 전진건설로봇은 흥행 3대요인(실적·밸류·수급)을 모두 갖추고 있던 딜이었다.


전진건설로봇은 건설현장에 쓰이는 콘크리트펌프카 제조사로 글로벌에서 시장 지위가 5위권이고, 프리미엄 시장인 북미에선 2위권이다.  ​매출 70%가 수출이고, 40%는 경쟁난도가 높은 미국서 벌고 있다. 그런데 미국 시장수요가 2021년 말 통과한 인프라투자법에 기인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터키 대지진으로 인한 재건수요까지 겹쳤다.


덕분에  2020~2023년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20.7%다. 프리미엄 제품을 팔고 있어 수익성도 우수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2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0.8%다. 반면 밸류(2120억~2412억원)에 적용한 주가수익비율(PER)은 7.18~8.17배로 시장친화적이다. 상장일 유통가능물량 비중도 16%에 그쳐 수급도 우수하다. 


전진건설로봇은 오는 7일 확정공모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일반투자자 청약은 이달 8~9일 양일간 진행된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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