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마르디 메크르디'를 운영하는 토종패션브랜드 피스피스스튜디오는 폭증하는 매출 뿐 아니라 수익성도 놀랍다. 최근 2년 연속 영업이익률이 40%에 가까운데 의류업 밸류체인 전체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힘든 진귀한 기록이다.


비결은 자사몰 등 온라인 중심 판매에 있다. 국내 대표 패션대기업인 한섬은 백화점과 아울렛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지불하는 비용이 매출의 30%에 달한다. 반면 피스피스스튜디오는 관련비용 비중이 한섬의 절반수준에 그친다.


마르디 메크르디 악티브 모델 김윤지


◇ 브랜드‧ODM‧채널 등 의류업 통틀어 수익성 '톱'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지난해 매출 687억원에 영업이익 25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37.4%다. 이는 국내 의류업 전반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국내 여성복 톱티어이자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6.6%에 그친다.



브랜드사 의류를 위탁제조하는 OEM‧ODM사들도 수익성이 높지 않다. 최근 상장한 동인기연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3.1%, 노브랜드(Nobland)는 2.3%에 그친다. 동인기연은 명품 브랜드인 캐나다 '아크테릭스'와 미국 '그레고리'의 블랙다이아몬드, 마무트, 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를 만든다. 노브랜드는 미국 갭(GAP)그룹의 ODM사다.


국내 대표 온라인 패션플랫폼인 무신사는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거나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 9931억원에 영업손실 8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매출은 7084억원, 영업이익은 11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6%였다. 무신사는 피스피스스튜디오 주요 판매채널이기도 하다.


성장에 수익성까지 겸비한 슈퍼루키가 의류업에 등장한 셈이다. 지난해 무신사의 벤처캐피탈 자회사인 무신사파트너스를 이끌던 서승완 대표가 피스피스스튜디오 전문경영인(CEO)로 합류한 배경이기도 하다. 서 대표는 '될성부른 나무'를 골라 투자하고 육성하는 일에 특화한 전문가인데, 아예 유망기업에 몸을 실었다.


◇ 원가도 판관비도 한섬 우위…자사몰 등 온라인판매 기반


여성복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사인 한섬이 사업구조가 그나마 가장 유사해 비용구조를 비교해 볼만한다. 양사는 모든 의류 생산을 OED‧ODM업체 맡긴다는 점도 동일하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원가와 판관비 효율에서 모두 한섬을 압도하고 있다.


우선 원가측면에서 주목할 점은 규모의 경제다. 한섬이 한 참 우위에 있다. 지난해 한섬 연결기준 매출은 1조5286억원으로 피스피스스튜디오 매출(687억원)의 22배에 달한다. 규모경제로 인한 생산비용 절감능력은 한섬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매출원가비중은 피스피스스튜디오가 오히려 낮다. 생산단계부터 더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687억원)에서 매출원가(24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34.9%에 그친다. 한섬 지난해 매출원가(6210억원)는 매출의 40.6%로 피스피스스튜디오보다 5.7%포인트 높다.


피스피스스튜디오 매출이 중고가인 ‘마르디 메크르디’ 브랜드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성 반팔티가 5만~10만원 상당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소품종을 대량생산하는 구조다. 물론 향후 브랜드와 가격대를 다양화할 경우 원가효율은 약화할 수 있다.


여기서 양사 판관비가 더 큰 수익성 격차를 만든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지난해 판관비가 190억원으로 매출의 27.7% 수준이다. 반면 한섬 지난해 판관비는 8071억원으로 매출의 52.8%에 달한다. 한섬 판관비 비중이 피스피스스튜디오의 두 배에 가깝다.



판관비는 생산이 아닌 영업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판관비 중에서도 유통업체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양사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다. 한섬은 판관비 중 지출이 가장 큰 비용이 지급수수료로 지난해 5005억원에 달했다. 매출 대비 비중은 32.7%다.


지급수수료는 용역을 제공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을 묶은 계정이다. 한섬은 유통업체에 쓰는 지급수수료가 대다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거래 현황에 드러난다. 지난해 계열사에 지급한 지급수수료가 1242억원이었는데 거의 유통계열사와의 거래였었다. 현대백화점에 713억원, 한무쇼핑에 397억원을 지불했다. 롯데나 신세계그룹 등 타그룹 계열 유통사에 지불하는 지급수수료도 이에 못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정통 패션브랜드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이 상당하다.


반면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온라인 중심으로 제품을 팔아 비용이 덜 들고 있다. 창업 초기부터 무신사와 무신사가 인수한 29CM 등 온라인패션플랫폼과 자사몰을 통해 팔았다. 자사몰은 브랜드사가 스스로 구축한 온라인쇼핑몰이다. 특히 자사몰 판매비중이 올 들어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사몰은 당연히 수수료가 없어 최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판매채널이다.


마르디 메크르디 자사몰(사진:홈페이지 캡쳐)


피스피스스튜디오도 지난해 판관비 중에서 유통업체에 지불하는 판매수수료가 가장 컸다. 하지만 앞선 이유로 한섬과 비교하면 비중은 크게 낮다. 지난해 판매수수료는 7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5%에 그친다. 물류비용(28억원)까지 합해도 매출 대비 비중이 14.6%에 그친다. 한섬 지급수수료 비중(32.7%)의 절반에 불과하다.


올 들어 자사몰 판매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수익성이 더 제고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수익성을 제한하는 변수도 있긴 하다. 해외매출 확장을 위해 중국과 일본, 태국 등에 오프라인 스토어 설립을 작년 하반기부터 진행하고 있다. 인지도와 매출성장엔 긍정적이지만 수익성은 약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주요 IB들이 조단위 밸류를 전망하는 이유가 중 하나가 의류업에선 찾아볼 수 없는 압도적 수익성에 있다"며 "매출과 함께 매년 순이익도 퀀텀점프 할 저력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7억원으로 전년(106억원)의 두 배 수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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