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내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불었던 광풍이 사그라들고 있다. 코스닥 최대어 이노스페이스가 상장일에 종가가 공모가를 대폭 하회 하더니 이후로도 3영업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투자자 관심은 시프트업 상장일에 쏠리고 있다. 시장이 냉각되는 와중에 등판하는 빅딜이다. 자산운용 업계 일각에선 시프트업 주가가 상장일에 공모가 대비 20% 수준만 올라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올 상장일 평균 종가수익률(공모가 대비)은 약 120%에 달한다.


시프트업은 공모단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저조한 투심이 확인됐다. 직전 딜들까진 상초(희망밴드 상단 초과)에 베팅하는 것이 대다수였는데 시프트업은 ‘희망밴드 상단’ 베팅이 과반이었다. 장기보유(의무보유확약)도 다른 빅딜 대비 상대적으로 꺼렸다. 하반기 실적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 것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 같은 분위기가 포스트IPO 투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스텔라블레이드 게임이미지(사진:홈페이지)


◇ 이노스페이스 상장일 20% 급락, 시장 냉각 신호탄


이노스페이스는 5일 오후 2시 현재 주가가 3만100원으로 전일 종가(3만1500원) 대비 4.44% 하락해 있다. 공모가(4만3300원)에 비해선 30.5% 떨어진 가격이다. 이달 2일 상장한 이후 3영업일 연속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상장일 시초가(4만3900원)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공모가 대비 1.4% 오르는데 그쳤다. 올 들어 현재(7월5일) 까지 상장건수가 총 31건인데 시초가 평균수익률(공모가 대비)은 이노스페이스를 포함해도 무려 118.5%에 달한다. 이노스페이스가 이례적으로 부진했다.


이후에도 급락을 거듭해 3만4450원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공모가 대비 20.4% 낮은 가격이었다.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것은 이노스페이스가 처음이었다. 역시 올 IPO 31건 상장일 종가 평균수익률이 85.1%인 것과 비교하면 극과 극이다. 공모주 시장 광풍을 이끌던 포스트IPO(상장 후 투자) 투심이 꺾였다고 볼 수 있는 결과였다.



실제 이노스페이스 바로 다음날인 이달 3일 코스닥에 상장한 하스 역시 수익률에서 올 평균치 대비 크게 부진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하스는 공모가 1만6000원으로 상장했는데 시초가(2만7600원) 수익률이 72.5%로 양호하게 출발하는 듯 했지만 종가(1만7150원) 수익률은 7.2%로 낮아졌다. 이노스페이스를 제외하면 올 들어 가장 낮은 종가수익률이다.


더불어 4일 종가는 1만5600원으로 상장 하루만에 공모가(1만6000만원)를 2% 하회했다. 5일 오후 2시 현재 주가(1만5000원)도 전일종가(1만6000원)보다 4% 더 내려앉았다. 이노스페이스에 국한된 현상이 아닌 셈이다. 이노스페이스는 기술특례를 택해 고평가 지적이 일부있었다. 여기에 자금회수를 하려는 재무적투자자(FI)가 많아 포스트IPO 투심이 꺾인 충격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 시프트업 2분기는 '오케이', 하반기는 불안...적당한 수익률 기대


시장 관심은 공모액이 4350억원에 달했던 게임대어 시프트업 상장일(7월 11일)에 쏠리고 있다. 우리사주가 없어 기관이 3262억원, 일반투자자가 1087억원을 배정받았다. 공모액이 상당한 만큼 상장일 주가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도 크다.


다행히 시프트업이 이노스페이스처럼 상장일에 폭락할 것이라 보는 시각은 없는 분위기다. 최소 단기 실적전망은 좋은 것에 근거한다. 상장 직후 2분기 실적을 발표(8월 초중순)하는 일정이 됐는데, 2분기 실적은 우수한 것이 확인됐다. 증권신고서 정정으로 기관수요예측이 장기화하면서 올 4~5월 실적을 공개했는데 두달치 매출이 532억원으로 올 1분기(373억원)를 크게 상회했다. 콘솔게임 신작으로 4월 말 출시한 스텔라블레이드 매출이 새롭게 반영된 덕이다.



FI 지분 비중이 적어 수급이 양호한 것도 배경이다. 시프트업은 상장일 유통가능물량(약1045만주)이 전체 상장예정주식수(약5802만주)의 18.2%다. 이중 공모주주 물량(725만주)이 전체의 12.49%고, FI 매각가능물량(약320만주) 전체의 5.53%다. FI들이 상장일에 1922억원 어치를 처분할 수는 있지만 공모주주 보유물량(4350억원)보다는 크게 적다. 이노스페이스는 상장일 유통가능물량이 29.68%로 시프트업 대비 11%포인트 가량 높았다.


다만 과거처럼 높은 수익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시프트업은 2분기 실적은 좋지만 하반기는 불확실하다는 시각이 있었고, 이는 수요예측 투심에 반영됐다. 기관투자자들이 직전 빅딜 대비 장기보유를 꺼려했다.


시프트업은 기관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확약을 한 물량이 전체의 32.98%로, 직전 빅딜인 HD현대마린솔루션(45.78%)보다 12.8% 포인트 낮았다. HD현대마린솔루션 공모액(7422억원)이 시프트업보다 3000억원 가량 많았음을 감안하면 확약 절대물량은 시프트업이 크게 적다.



연장선에서 시프트업은 상초 베팅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초 베팅비중이 전체의 81.4%에 달했고, 상단 베팅은 12.1%에 그쳤다. 반면 시프트업은 상단 베팅이 55.4%로 과반이었고, 상초 베팅은 40.2%였다.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은 스텔라블레이드에 기인한다. 콘솔게임이라 출시 초기에 판매가 집중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올 4~5월에 보여준 호실적이 하반기에도 지속되리란 확신이 없다.


결과적으로 일각에선 상장일 시프트업 예상수익률을 10~20% 수준을 점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포스트IPO 투심도 과열서 벗어나 적정밸류를 빠르게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시프트업 상장일 수익률은 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며 “7만~7만5000원 정도는 형성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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