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시작된 공모주 시장 과열 광풍이 반년여 만에 드디어 멈춰섰다. 코스닥 최대어 이노스페이스가 상장일에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하회했다. 작년 말 이후 진행된 30여건 기업공개(IPO)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다.


광풍의 근간은 ‘상장 후 매수’, 이른 바 포스트IPO 투자에 기인했다. 상장일에 주가가 50~300% 가량 치솟는 사례가 예삿일이 돼 버렸다. 이는 수요예측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관들은 조금이라도 많은 주식을 받아 상장일에 처분하는 게 최고의 전략이 됐다. 수요예측은 ‘묻지마 상초(희망밴드 상단초과 가격) 베팅’으로 점철됐다.


그런데 코스닥 최대어가 상장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포스트IPO 투자가 꺾였다. 기관들도 이젠 ‘묻지마 상초 베팅’이 위험해졌다. 시장 정상화를 의미한다.


◇ 이노스페이스 상장일 20% 하락, 이튿날까지 급락세


이노스페이스는 상장일인 이달 7월 2일 종가 3만44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인 4만3300원 대비 무려 20.4% 떨어진 가격이다. 시초가는 4만3900원으로 공모가(4만3300원)보다 1.4% 소폭 높게 시작했는데 이날 장초반인 9시 30분 내외부터 하락세를 거듭했다.


(사진:네이버금융)


즉 시초가에 주식을 매각하지 못한 공모주주는 대규모 평가손실을 내게 됐다. 시초가에 주식을 매각했어도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한 딜이 됐다.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1.4%)은 기관들이 공모주주를 배정받기 위해 증권사에 지불한 수수료(배정액의 1%)보다 불과 0.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잘해야 본전만 찾을 수 있다.


올 들어 처음으로 공모주주들이 대거 물린 주식이 나온 것인데, 그 대상이 공교롭게도 공모액이 575억원인 코스닥 최대어였다. 시장파급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이노스페이스까지 총 30개 기업이 상장했는데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된 것은 이노스페이스가 처음이다. 직전 29개 기업 상장일 종가 평균수익률(공모가 대비)은 무려 91.4%에 달한다.



​이노스페이스는 시초가 수익률(1.4%) 역시 바닥권이다. 5월에 상장한 아이씨티케이가 시초가 수익률이 마이너스 0.1%로 최하위였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올라 종가수익률이 43.5%가 됐다. 즉 아이씨티케이는 공모주주들이 이익을 냈을 가능성이 크다. 이노스페이스 시초가 수익률은 아이씨티케이 다음으로 가장 낮다. 직전 29개기업 상장일 시초가 평균수익률은 124.1%다.


이노스페이스 하락은 상장 이틀째에도 지속되고 있다. 3일 오전 11시 20분 현재 주가는 3만1400원으로 전일 종가(3만4450원)보다 8.85% 낮아져 있다. 공모가(4만3300원)에 비해선 27.5% 낮다.


◇ '투기판'된 포스트IPO, 이노스페이스 기점 실종


직전까진 활발했던 포스트IPO 투자가 실종된 결과다. 과열현상을 이해하려면 작년 말로 돌아가야 한다. 광풍의 시초는 작년 12월 6일 상장한 케이엔에스다. 이날 종가가 가격제한선(공모가의 300%)까지 올랐다.


그리고 같은 달 △LS머트리얼즈(12월 12일 상장) △DS단석(12월22일 상장)에 이어 해를 넘어 상장한 △우진엔텍(1월24일 상장)과 △현대힘스(1월 26일 상장)까지 상장일 종가 기준 300% 수익률을 보였다. 작년 12월에서 올 1월까지 두 달 동안 상장한 기업이 8곳인데 5곳이 가격제한선까지 폭등했다.



‘공모주=대박’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공모단계 뿐 아니라 포스트IPO 시장에도 유동성이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유동성이 몰리다보니 올 들어 IPO 성공률은 100% 그 이상이 됐다. 공모주가 '과대평가' 되고 있는데도 제어가 되지 않았다. 기관들이 묻지마 상초베팅을 하며 공모가를 끌어올렸다.


올 들어 30건 IPO 중에 공모가를 상초가격으로 정하지 않은 기업은 4곳에 그친다. 이중 HD현대마린솔루션과 이노스페이스는 상초베팅 비중이 70~80%였지만 시장친화적 전략으로 자진해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으로 정한 케이스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적정성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진 시장이 됐다.


하지만 비이성적 투자열기는 결국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과대평가된 공모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포스트IPO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점차 안겨줬다. 올해 상장한 30곳 가운데 이달 2일 종가기준 수익률이 플러스(공모가 대비)인 곳은 10곳에 그친다. 3곳에 투자했다면 2곳은 손실을 내고 있다.



이른 바 광풍 근간이라볼 수 있는 뒷심(포스트IPO)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연초와 같은 재미를 보지 못했고 오히려 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이노스페이스 사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점점 고조돼 나온 결과물이다.


실제 포스트IPO 투자자들이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이 최근 감지됐었다. 상장 일주일도 안돼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올 6월 상장한 씨어스테크놀로지와 에스오에스랩, 에이치브이엠 등이 현재 모두 공모주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연초만해도 치솟은 주가가 약 한달 동안은 지속됐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공모액이 커 수급에 불리했던 이노스페이스는 아예 상장일에 매수가 일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업계에선 ‘묻지마 상초베팅’ 기조가 이노스페이스를 기점으로 급속히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들이 상초베팅을 할 수 있었던 건 최소 상장일에 단타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에 기인한다. 그런데 상장일에 20%대 손실율을 기록한 사례가 나와버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장일에 투기 플레이 하던 투자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전략이 안 먹히기 시작하니 그 학습효과로 이노스페이스는 외면한 것”이라며 “기관도 상초베팅이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에 향후 공모주는 적정밸류로 수렴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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