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대어 시프트업이 기관수요예측에서 미지근한 결과를 얻었다. 사실상 흥행한 것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 들어 공모주시장은 과열현상으로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이하 상초)한 가격대에 기관 대다수가 베팅하는 것이 예삿일이 됐다. 그런데 시프트업은 과반이 '상단'에 베팅했다. 의무보유확약 비중도 대어치곤 높지 않다. 작년 기준으론 흥행인데, 올해 기준으론 평균 이하다.


업계에선 기관투자자들이 시프트업 하반기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결과로 봤다. 신작 스텔라블레이드가 콘솔게임 특성상 실적에 확실히 기여하는 기간이 2~3개월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주력게임인 니케는 매니아층을 타깃으로 하는 서브컬쳐게임이라 매출확장이 쉽지 않다.


◇ 상단에 55% 베팅…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초가 81%


시프트업은 7월 1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기관수요예측 결과를 공개했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4만7000원~6만원, 공모액은 3407억~4350억원이었다. 총 725만주를 공모하는데 기관에는 75%인 543만7500주를 기관에 배정했다.


수요예측엔 총 2164개 기관이 12억2855만4663주를 신청해 경쟁률 225.94대 1을 기록했다. 경쟁률은 대어임을 감안하면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직전 대어인 HD현대마린솔루션(7422억원 공모)은 경쟁률이 201.13대 1이었다.


다만 질적인 측면이 다른 딜 대비 열위했다. 시프트업은 상초 베팅 비중이 40.2%에 그쳤다. 희망밴드 상단에 베팅한 비중이 55.4% 과반을 차지했다. 작년 기준으로 매우 흥행한 수치지만 올해는 반대다. 묻지마 상초베팅이 대세였던 탓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경우 상초 베팅비중이 81.4%에 달했고, 상단은 12.1%에 그쳤다. 코스닥 최대어인 이노스페이스도 상초 비중이 71.4%였다. 이들 뿐 아니라 다른 중소형딜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이달까지 30여건의 IPO가 있었는데 HD현대마린솔루션과 이노스페이스, 그리드위즈 등 3곳을 제외하고 모두 공모가를 상초가격으로 정했다. 그리드위즈를 제외하곤 모두 상초베팅이 이뤄진 결과다.


시프트업이 그리드위즈와 함께 이례적으로 상초베팅 비중(40.2%)이 낮게 나온 케이스다. 이른 바 기관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한 코스피 빅딜이 됐다. 시프트업은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6만원)으로 정했는데, 자진해 시장친화적 가격을 택한 것이 아니라 실제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과 이노스페이스는 상초베팅이 과반이었음에도 자진해 상초가격을 포기했다.


의무보유확약서도 보수적 투심이 드러난다. 확약물량이 전체의 32.98%에 그친다. 67%가 미확약으로 단타를 노리는 물량이었다. 기간별로 3개월확약이 14.9%, 1개월확약 10.3%, 6개월 확약 5.3%, 15일확약이 2.5%였다. 장기확약(반년)은 한자릿수(5.3%)에 그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확약물량이 45.78%로 시프트업(32.98%)보다 12.8%포인트 높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공모액이 시프트업보다 3000억원 가량 많았음을 감안하면 확약물량 절대금액이 훨씬 크다.



◇ 콘솔게임 출시초기에 매출 집중…39배 PER은 무리


하반기 실적성장이 불투명한 것이 투심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시프트업은 평가밸류를 4조1838억원으로 산출했는데 주가수익비율(PER)을 무려 39.25배 적용한 결과다. 국내 게임대장주 크래프톤이 현재 증시에서 받고 있는 PER(약 20배)의 두 배에 가깝다. 크래프톤은 연간 순이익이 시프트업의 5배에 달한다. 차원이 다른 실적안정성을 갖추고 있다.


확정 공모가(6만원) 기준으론 시프트업 PER은 33.44배로 낮아진다. 그럼에도 크래프톤보다 13배 포인트 가량 높다. 시프트업이 해당 밸류를 인정받으려면 게임IP에 대한 확장성을 입증해야 한다. 크래프톤 PER(약20배)은 원게임(배틀그라운드) 리스크가 내재된 멀티플이다.


시프트업은 신작인 스텔라블레이드 출시초기 반응이 좋은 것을 근거로 높은 PER을 적용했다. 스텔라블레이드는 콘솔게임 퍼블리셔인 일본 소니(Sony)가 독점유통하는 콘솔게임으로 올 4월 26일 글로벌 출시됐다.


스텔라블레이드 게임이미지(사진:홈페이지)


스텔라블레이드가 니케 못지않은 연간실적을 올해 기록해야 33배 수준의 PER을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7월 1일)는 스텔라블레이드가 출시된지 약 2개월이 지난 시점인데 집계된 한달여치 실적은 우수하다.


시프트업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스텔라블레이드 매출이 5월엔 63억원, 5월은 157억원이 발생했다고 추가기재했다. 주력게임 니케 5월 매출(155억원)과 같은 달 스텔라블레이드 매출(157억원)이 비슷하다.



올 5월 분위기가 연말까지 쭉 이어진다면 현재 PER(33배)은 인정받을 수 있다. 5월 전체 매출(313억원)이 12월까지 동일하게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올 연간 예상매출은 약 3100억원으로 전년(1686억원)보다 83.7% 늘어난 것이 된다. 올 예상 순이익은 순이익률을 전년 수준(60%)으로 가정할 경우 1858억원이다.


올해 예상 연간순이익(1858억원)을 확정 공모가 기준 밸류(3조5657억원)로 나눈 포워드 PER은 19.2배다. 게임IP 확장성을 입증했는데 크래프톤과 유사한 PER이 된다. 이 경우 현재 공모가(6만원)는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매력적인 가격이 된다.



그런데 콘솔게임은 출시초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PC나 모바일게임은 아이템구매나 광고 등으로 서비스기간 지속 매출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매년 5000억원 내외 순이익을 내는 비결이다.


반면 콘솔게임은 게임 플레이를 위한 타이틀(디지털 다운로드 및 실물 디스크)을 구매할 때로 매출이 한정된다. 그리고 타이틀 구매는 출시 초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실제 작년에 메가히트를 친 닌텐도의 콘솔게임 '젤다의 전설:왕국의 눈물'은 작년 5월 출시된 이후 8주(2개월)만에 1500만가량이 팔렸는데 그해 연간판매량(약2000만장)의 75% 수준이 출시초기에 집중됐다.


즉 스텔라블레이드도 하반기에 올 5월 수준 매출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여기에 니케의 성장은 제한돼 있다. 니케는 애니매이션에 열광하는 오타쿠(한 분야에 탐닉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를 타깃층으로 하는 서브컬쳐 게임이다. 고객이 매니아라 지속 지갑을 연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대중적 확장은 어렵다.


니케 게임이미지(사진:홈페이지)


즉 니케는 작년 수준 매출(1635억원)을 올해 유지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시프트업은 올 1분기 들어선 매출(374억원)이 전년 동기(449억원)에 대비 16.7%로 줄었는데 니케 역성장 때문이었다.


올 하반기 스텔라블레이드가 매출을 거의 내지 못한다는 최악의 가정을 할 경우 올 예상 매출은 약 2100억원, 예상순이익은 1300억원이다. 포워드 PER이 27배 수준이 된다. 게임IP 확장성을 입증하지 못했는데 크래프톤보다 높은 멀티플을 받고 있는 것이 된다. 이 경우 현재 공모가(6만원)는 비싼 것이 된다.


즉 하반기 실적이 불투명하고, 경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에 '상초' 가격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례적으로 '상단' 베팅이 많았던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 확약비중이 시프트업이 HD현대마린솔루션 대비 크게 떨어진 것으로 평가했다"며 "2분기까지 실적은 좋은데, 아무래도 하반기에 대해선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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