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디 메크르디'는 최근 수년 새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토종패션 브랜드 중 하나다. 특히 일본 여행객들이 국내에 방문하면 하나씩 꼭 사들고 가는 '잇템(it tem)'이 됐다. 덕분에 브랜드 보유사 피스피스스튜디오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법인설립 4년만에 매출은 약 700억원, 영업이익은 260억원에 달하고 있다.


현금창출력이 워낙 뛰어나 기업공개(IPO)를 해야 할 이유는 크지 않다. IPO를 하면 기업가치가 재평가되고, 그 가치에 맞게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 다만 외부주주를 들이는 만큼 그간 하지 않았던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 경영을 간섭을 받을 수 있는 불편함이 생긴다.


배경은 공동창업주인 박화목 대표와 아내 이수현 감사의 가치관에 있다. 부모로서의 자녀부양 책임을 일찌감치 해결하고 사업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자녀 지분을 재무적투자자(FI)에게 팔아 현금화시켰는데 수백억원대로 추정된다. 그 대가로 약속한 것이 IPO다.


마르디 메크르디 모델 안유진(사진:홈페이지)


◇ 500억 프리IPO 중 300억만 회사 유입, 200억은 구주거래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지난해 9월 5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이앤인베스트먼트, 에스엘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위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피스피스스튜디오가 발행한 상장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했다. 3년 내에 IPO를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한 투자다.


그런데 2023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투자로 회사로 유입된 현금은 약 300억원에 그친다. 재무활동현금흐름표를 보면 유상증자로 정확히 299억8818만원만 회사로 납입됐다. 신주인 RCPS를 발행하고 매각해 회사가 받은 금액이다. 지난해 7월 26일에 201억원어치, 같은 해 9월 13일에 99억원어치를 찍었다.



결과적으로 보도자료서 밝힌 투자유치 금액(500억원) 보다 200억원이 적다. 벤처투자(VC) 업계에 따르면 당시 신주발행 뿐 아니라 구주매출 거래가 병행됐다. 구주매출 거래액(200억원)까지 합친 것이 500억원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그리고 구주매출을 한 당사자는 박 대표 부부의 외동딸인 박 모양으로 일부 FI들은 파악한다. 박 대표는 1981년생으로 젊은 창업가이고, 당시 박 모양도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은 어린나이로 알려졌다. 박 대표 부부가 일찌감치 자녀부양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기로 한 셈이다.


◇ 밑바닥서 사업일궈 4년만에 성공


박 대표 부부는 창업신화로 불릴만할 정도로 밑바닥서부터 사업을 일궈 성공한 케이스다.  메가히트작인 마르디 메크르디는 그래픽디자이너인 박 대표와 패션 대기업 한섬 바이어 출신인 이수현 감사가 함께 개발해 2018년 론칭한 브랜드다.


론칭 초기 박 대표 부부는 집을 사무실로 삼아 갓 태어난 아이 육아를 병행하며 일했다. 디자인과 택배포장, 룩북 모델 등을 부부 스스로 소화했다. 바이어에게 제품을 보여줄 쇼룸도 없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3평 남짓 공간을 빌려 마련해야 했다. 마르디 메크르디 키즈라인업인 '르쁘띠'도 자녀 옷을 살 시간이 없어 직접 만들다 탄생하게 된 브랜드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생각보다 빨리 시장에 자리 잡았고 이에 박 대표는 사업체를 2020년 7월 법인으로 전환했다. 그해 매출 8억원에서 영업이익 2억원을 기록했다. 이후론 폭풍성장을 했다. 매출이 2021년 151억원 2022년 373억원, 2023년엔 686억원으로까지 커졌다. 브랜드 사업인 덕에 수익성도 우수했다. 영업이익은 2021년 41억원에서 2022년 146억원, 2023년엔 257억원으로까지 늘었다. 2023년 영업이익률이 37.4%였다.



자녀 지분 엑시트는 법인 설립 4년차에 이뤄졌다.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자마자 가장 큰 걱정부터 덜어낸 셈이다. 비상장사 지분은 거래되는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적정가치로 팔기 힘들다. 창업주나 가족구성원들이 주식자산을 현금화시키기 힘들다.


IPO를 진행해 구주매출을 하는 것이 가장 비싼 값에 지분을 팔 수 있는 수단이다. 다만 대주주측이 구주매출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거래소나 공모주주들이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경영보단 사익추구에 관심이 더 큰 것으로 해석한다.


이에 주식자산을 현금화시킬 기회는 프리IPO나 상장 후엔 M&A(인수합병) 등으로 한정된다. 프리IPO로 FI들은 좋은 회사에 투자할 기회를, 대주주측은 일부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더불어 FI들도 엑시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거래를 위해 선행돼야 조건이 IPO다.


자녀지분 엑시트는 박 대표 부부가 회사업무에 올인하기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박 대표 부부는 워커홀릭으로 알려졌다. 즐기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말이 있듯, 그들은 사업을 일이 아닌 '놀이'로 여긴다. '마르디 메크르디' 성공비결이다. 창업주가 '돈'보다는 '재미'와 '멋짐'을 추구해온 것이 독창성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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