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위즈가 상장 이튿날 주가가 공모가에 근접할 정도로 급락하고 있다. 공모주시장 과열로 폭등세를 이어갔던 직전딜들과 비교해 확연히 투심이 냉각됐다.


그리드위즈는 고평가 논란으로 기관수요예측에서 참패를 겪은 곳이다. 경쟁률이 100대 1수준에 그쳐 올 들어 사실상 처음으로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이하 상초)으로 정하지 못했다.


최소 공모액이 500억원이 넘는 중형딜에 대해선 기관의 옥석가리기가 시작된 것으로 평가됐다. 그리고 상장 후 투심도 이와 연동되고 있는 모습이다. 덕분에 수요예측 중인 중형딜 이노스페이스 결과도 주목되고 있다. 에퀴티스토리는 매력적이지만 밸류가 높아 호불호가 예상되는 종목이었다.


◇ 상장 2거래일 장 초반 주가 14% 폭락, 공모가에 근접


그리드위즈는 17일 오전 10시 현재 장중 주가 4만19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 거래일이자 상장일인 이달 14일 종가(4만9500원) 대비 15.2% 급락한 가격이다. 상장일에 선방하는 듯 보였지만 단기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드위즈는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도 상장일 주가흐름은 양호했다. 상장일 시초가는 6만600원으로 공모가(4만원)보다 51.5% 높은 가격으로 형성됐었다. 이후 하락을 거듭해 상장일 종가(4만9500원)는 공모가보다 23.8% 높은 가격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2영업일 장 초반 추가로 급락하며 공모가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으로까지 내려 앉았다. 현재 주가(4만1950원)는 공모가(4만원) 대비 4.8% 높은 가격이다.


앞서 공모주 시장과열 흐름과 다른 딜이 하나 있긴 했었다. 올 5월 17일 상장한 아이씨티케이가 상장일 시초가(1만9990원)가 공모가(2만원)보다 0.1%낮은 가격으로 형성됐다. 시초가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사례는 올 들어 처음이었다. 상초 구간에 '묻지마 베팅'을 해오던 기관투자자들 간담을 서늘케한 결과였다. 다만 상장일 종가(2만8700원)가 공모가 대비 43.5% 높아지면서 기관들은 안도하게 됐다.


아이씨티케이가 보여준 시초가는 단타에 집중했던 기관들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했다. 펀더멘털이나 밸류에 문제가 있는 발행사는 걸러내야할 상황이 올 들어 처음으로 발생했다. 그리고 공모액이 큰 발행사일수록 요주의 대상이 됐다. 베팅을 잘못했을 때의 손실리스크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모액이 560억원인 그리드위즈가 올 들어 처음으로 옥석을 가린 사례가 됐다.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이 124.6대 1로 올 해 최저치였다. 평균 800대 1수준이었던 직전딜들과 비교하면 극과 극 수준이었다. 이에 공모가도 희망밴드 상단(4만원)으로 정했다. 자의로 상초를 포기한 HD현대마린솔루션을 제외하면 사실상 첫 상초 실패사례였다.



그리고 상장 이후 투심도 기관수요예측 결과와 연동되는 분위기다. 올 상장사 가운데 상장 2거래일에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낮아진 사례는 그리드위즈 외에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직전까진 펀더멘털이 부실한 발행사도 상장일에 폭등한 가격이 최소 일주일 이상 유지됐다.


특히 그리드위즈는 공모가로의 주가 회귀가 더 뼈아프다. 상초에 실패한 사례였기 때문이다. 상초가격으로 회귀한 것과 상단가격으로 회귀한 것엔 차이가 있다. 투심이 그 만큼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는 의미다.


◇ 이노스페이스 밸류 호불호, 수요예측 마지막날


공교롭게도 그리드위즈와 공모액이 유사한 중형딜 이노스페이스가 수요예측 중이라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5영일간 기관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3만6400~4만3300원, 공모액은 484억~575억원이다. 공모액이 희망밴드 상단기준(575억원)으로 그리드위즈보다 15억원 가량 크다. 그리드위즈 주가가 급락한 날(17일)이 이노스페이스 수요예측 마지막날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에퀴티스토리는 매력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우선 영위하는 우주항공산업이 뉴스페이스(New Space)라는 글로벌 트렌드로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우주항공청을 출범시켜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배정했다.


그리고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끌고 있는 건 산업적 수요가 큰 소형위성인데, 이노스페이스는 이 소형위성을 쏘아올리는 소형발사체를 독자기술로 만들고 있다. 소형발사체는 무기로 전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간 판매와 기술이전이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이노스페이스가 해내고 있다.


이노스페이스 평가밸류는 5498억원인데 적용PER 42.3배에 적용순이익 129억원을 곱한 수치다. 평가밸류에 할인율 25~37%를 적용한 것이 예상밸류인 3414억~4061억원이다. 예상밸류 기준 PER은 26.3~31.2배다.


그런데 이노스페이스는 소형발사체 상용화를 2025년 시작하기 때문에 아직 실적이 없다. 기술특례를 활용해 미래예상실적으로 밸류를 구했다. 적용순이익은 2026년예상 순이익(214억원)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금액이다. 고평가 지적이 나온 배경이 장밋빛 미래에 기댄 추정실적에 있다.


다만 이노스페이스는 수요예측 첫날엔 우수한 성과를 냈다. 하루에만 약 1300개 기관이 참여했고 신청수량 기준으론 경쟁률 300대 1수준을 기록했다. 베팅가격대도 대다수 '상초'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리드위즈가 IPO 시장에서 상장 후 매수세가 꺾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노스페이스 수요예측 최종 결과에 영향을 줄지 주목 된다"며 "밸류에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종목이기 때문에 IPO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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