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3년 전 회사를 비싼 값에 상장시키면서 얻은 득실이 분명했다. 자신이 출자한 사모펀드(벨리즈원)가 구주매출을 통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1년 뒤 직원들 원망을 사는 오너가 돼야 했다. 주가에 거품이 꺼지며 우리사주조합(이하 우리사주)이 큰 손해를 보게 된 것. 임직원들은 상장 당시 1750억원 규모 공모주를 매입했는데 보호예수(1년)가 끝난 시점엔 800억~900억원대로 가치가 폭락했다. 사기가 바닥을 칠 수밖에 없었다. 장 의장은 결국 사재 200억원을 우리사주에 증여해 사태를 수습했다.


크래프톤을 반면 교사 삼은걸까. 시프트업 창업주 김형태 대표는 아예 우리사주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더 달콤한 당근을 사용했다. 설립 이후 임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규모가 일반적 우리사주 우선배정분을 크게 웃돈다.


회사와 임직원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다. 회사가 비싼 값에 상장할수록 임직원들 평가차익이 커진다. 우리사주와는 셈법이 다르다. 그리고 시프트업은 크래프톤과 마찬가지로 비싼 값(PER 33배)으로 등판했다. 스톡옵션 평가차익은 2400억원에 달한다. '잭팟' 수준이다.


그리고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주가 희석에 대한 부담은 공모주주 몫이다.


◇ 우리사주 우선배정 시 145만주, 스톡옵션 물량은 3배 달해 


IPO를 하는 기업은 자본시장법(165조의7)에 따라 우리사주에 공모주의 20%를 우선적으로 배정할 수 있다. 회사 성장의 과실(주식차익실현)을 임직원들에게 우선해 나눠준다는 취지가 있다. 다만 이는 발행사가 공모가를 시장친화적으로 산출했을 때의 이야기다. 우리사주는 공모주를 1년간 팔수 없다. 고평가된 공모주는 크래프톤처럼 1년 뒤 임직원들에게 손해를 안길 수 있다.


시프트업은 우리사주를 아예 만들지 않았다. 이에 공모하는 주식 725만주를 전량 공모주주들에게 배정했다. 기관투자자 비중이 70~75%, 일반투자자는 20~25%다. 전체 공모액은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6만원)기준 4350억원이다. 기관이 3045억~3262억원, 일반청약자가 1087억~1305억원 어치를 살수 있다.



공모가 적정성을 떠나 IPO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만약 시프트업이 우리사주를 만들고 20%를 배정했을 경우 임직원들이 살 수 있는 주식은 145만주가 된다. 금액으로는 밴드상단(6만원) 기준 870억원 어치다.


배경은 스톡옵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행사분과 미행사분을 합치면 예상 우선배정분(145만주)을 훨씬 웃돈다. 임직원들이 이미 주식을 대거보유하거나 할 수 있다. 굳이 공모가에 사야하는 우리사주 배정분은 추가 매수할 유인이 크지 않다.


시프트업은 스톡옵션을 6년전인 2016년부터 올 1월까지 총 17회에 걸쳐 부여됐다. 총 130명이 498만6630주를 받았다. 이중 265만5630주가 행사됐고 퇴사나 이직 등으로 94만5000주가 취소됐다. 이에 남은 미행사수량은 138만6000주다.



결과적으로 임직원들이 스톡옵션 행사로 이미 보유(265만5630주)하고 있거나 보유할 수 있는 미행사물량(138만6000주)은 총 404만1630주에 달한다. 우리사주 예상 배정분(145만주)의 3배에 가까운 물량이다.


◇ 행사가 주당 200~300원, 공모가의 200분의 1


특히 스톡옵션 행사가가 최근까지도 파격적인 수준으로 정해졌다. 행사물량(265만5630주) 평균 주당 행사가는 283만원, 미행사물량(138만6000주) 주당 행사가는 347원에 그친다.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가격(6만원)의 200분의 1수준이다.


우리사주와는 차원이 다른 차익을 노릴 수 있다. 행사물량(265만5630주) 전체 취득가는 7억5158만원에 그치는데, 상장하고 나면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6만원) 기준 가치가 1593억원으로 껑충 뛴다. 평가차익이 1585억원에 달한다. 미행사물량(138만6000주)도 전체 취득가는 4억8120원인데, 상단기준가치는 831억원으로 평가차익이 826억원이다. 행사와 미행사물량 평가차익 합산액은 2412억원이다.



덕분에 IPO 밸류에 대해 회사와 임직원 이해가 일치하게 됐다. 공모가가 비싸게 정해질수록 스톡옵션 평가차익도 커진다. 그리고 시프트업은 부담없이 높은 밸류를 제시했다. 평가 밸류가 4조1838억원인데 PER(주가수익비율)을 39.25배 적용한 결과다.


공모가 희망밴드기준 밸류는 2조7923억~3조5647억원, PER은 26.2배~33.4배다. 공모주 시장 과열이 지속되고 있는 국면이라 시프트업도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이하 상초)한 가격으로 정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발행사들 상초 상승률은 20~30% 수준이다.



시프트업이 상초 상승률을 20%로 결정하면 평가밸류(4조1838억원)보다 높은 밸류가 형성되고, PER도 40배를 넘기게 된다. 이는 현재 국내 게임 대장주인 크래프톤이 증시에서 받고 있는 PER(약 18배)을 두 배 웃도는 수치다. 그 만큼 시프트업이 비싼값을 불렀다는 의미다.


공모주주들은 수급악화와 주가희석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임직원들이 행사한 스톡옵션 물량(265만5630주)은 전체 상장예정주식수(5802만5720주)의 4.57%로 적은 수량이 아니다. 행사물량은 대다수 상장 후 6개월 동안 팔지 않기로 하는 보호예수를 건 것으로 추정된다. 즉 6개월 뒤부터 임직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 수급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


미행사물량(138만6000주)은 전체 상장예정주식수(5802만5720주)의 2.38% 수준이다. 미행사물량 행사시기는 대다수 2025~2027년이다. 중장기적으로 주가희석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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