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기업공개(IPO) 일정 윤곽이 올 가을에 잡힐 전망이다. IPO를 위해 선결해야 할 재무적투자자(FI)와의 자금회수(엑시트) 조건논의를 이 때 하기로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 4조원이 넘는 높은 기업가치(밸류)로 FI를 유치했다. 1조원 규모 전환상환우선주(RCPS)와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했는데 22배 수준의 멀티플(EV/EBITDA)을 적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금리인상에 따른 전방산업(건설) 침체로 프리IPO 밸류도 시장이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프리IPO 밸류를 하향 재조정(리픽싱)해 상장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로 했다.


스스로 몸값을 깎아야 할 정도로 IPO가 시급해졌다. 총차입금이 5조원이 넘어 연간 이자비용이 3000억원대에 달한다. 영업이익의 두 배 수준이다. IPO로 재무적 완충을 도모해야 한다.


◇ 상반기 실적 집계 후 밸류 하향폭 결정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오는 3분기 중에 RSPC와 CPS 전환가액 조정을 일차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일차 논의에서 이견이 없을 경우 IPO 목표밸류를 설정할 수 있고 비로소 일정에 대한 윤곽을 잡을 수 있다.


IB관계자는 "올 가을이 투자를 한지 딱 2년이 되는 시점인데 이 때 프리IPO 밸류를 낮추기 위한 우선주 전환가액 리픽싱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밸류를 낮추는 대신 FI들은 종전보다 많은 주식(우선주)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시점(가을)이 도래하면 솔루션(건설)과 환경, 에너지사업부문 등에 대한 올 연간 이익창출력을 전망할 수 있다"며 "이를 근거로 IPO 밸류를 추정해 프리IPO밸류를 얼마나 낮춰야 하는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6월 4000억원 규모 RCPS(94만주)와 같은 해 7월 6000억원 규모 CPS(133만3334주)를 발행한 바 있다. 주당 발행가액은 RCPS가 42만5535원, CPS가 45만원이었다. RCPS와 CPS 모두 우선주 한 주 당 보통주 5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이다.



FI들이 상당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였다. CPS와 RCPS가 모두 보통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FI 보통주수는 1136만6670주(우선주의 5배)로 전체 주식수의 24.36%가 된다. 전체 주식수는 현재 보통주 발행주식수(3529만7293주)에 전환가능주식수(1136만6670주)를 더한 값(4666만3963주)이다.


프리IPO밸류는 마지막 투자인 CPS 기준 4조원대다. 보통주 한주 당 투자단가가 9만원(우선주 발행가의 5분의 1)인데, 이를 전체주식수(4666만3963주)로 곱하면 지분 100%에 대한 가치가 4조1997억원으로 집계된다.


당시 만해도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라 몸값이 높게 평가됐었다. 2022년 말 기준 순차입금(3조2577억원)과 프리IPO밸류(4.2조원)를 더하면 EV(엔터프라이즈밸류)가 7조4577억원으로 계산된다. 이를 2022년 EBITDA(3254억원)로 나눈 EV/EBITDA 배수는 22.9배가 된다.


하지만 그 해 말 미국 중심 금리인상이 시작됐고 경기침체와 함께 국내 부동산PF 위기론이 불거지며 건설업에 대한 투심이 악화했다. 현재 22배대 EV/EBITDA를 적용해 시장에 나오면 심리적 저항감이 클 수밖에 없다.


리픽싱을 통해 프리IPO 밸류를 3조원대로까지 낮추면 2023년 기준으로 멀티플을 10배대로 낮출 수 있다. 다행히 지난해 EBITDA가 4517억원으로 전년(3254억원)보다는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4조2901억원)에 프리IPO밸류(3조원)을 더한 EV는 약 7조3000억원이고, 이를 지난해 EBITDA로 나누면 EV/EBITDA는 16배가 된다.


◇ 연간 이자비용 3200억...신용등급 하락요인 일부 터치


'리픽싱'은 IPO가 시급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행사는 최대주주(SK주 등)측 지분율이 직전보다 더 희석되는 것을 감수했다. 업계에선 불안정한 재무상태를 주목하고 있다. IPO가 늦어지거나 불발되면 회사채 신용등급 하락 우려로 비대해진 이자비용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에 처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업에 치중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M&A(인수합병)로 에너지와 환경사업을 대폭 확장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M&A에 쓴 자금이 3조원이 넘는다. 연간 2000억~4000억원 수준인 현금창출력(EBITDA)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부족자금을 차입으로 충당하며 이자비용이 크게 불었다. 총차입금이 2020년 말 2조원에서 2023년 말 5조6018억원이됐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도 2053억원에서 4조2901억원이 됐다. 공교롭게도 그 새 금리인상 이벤트가 있었다. 2020년 551억원 수준이던 이자비용이 2023년 324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23년 이자비용(3246억원)은 그 해 영업이익(1745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이 탓에 2023년 당기순이익은 326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이자비용이 수익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차입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M&A는 일단락됐지만 현 사업유지를 위한 운전자본과 설비투자(자본적지출) 등 비용이 EBITDA보다 커 지속 현금이 유출되고 있다. EBITDA에서 법인세와 이자, 운전자본투자, 자본적지출, 배당금 등을 모두 제외한 잉여현금흐름(프리캐시플로우가, FCF)이 4년 연속 마이너스였다.


FCF는 2020년 마이너스 1330억원에서 2021년 1203억원, 2022년 2281억원, 2023년엔 1조67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 만큼 현금이 부족했다는 것인데, 이를 차입 등으로 메워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초 보고서에서 "피인수업체들 이익창출력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간 영업현금창출력에 기반한 차입부담 축소여력이 높지 않을 전망"이라며 "IPO 성사 여부와 이에 따른 자본확충 수준이 주요 모니터링 사안"이라고 기재했다.


회사채 신용등급(A-, 안정적) 하락 변동요인을 일부 터치한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EBITDA마진율이 3% 미만, 순차입금/EBITDA 배수가 7배 이상일 경우를 하락 변동요인으로 본다. 지난해 말 기준 EBITDA마진율은 5.1%로 요건에 해당되지 않지만, 순차입금/EBITDA는 9.5배로 2021년부터 3년 연속 터치하고 있다.


자산매각을 할 것이 아니라면 IPO가 재무적 위험을 확실히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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