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상장한 크래프톤은 공모주주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준 대표적 대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약 20조원이었는데 1년 만에 반토막(약 10조원)이 났다. 코로나19로 인해 공모주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자 밸류를 과대계상해 발행사가 최대한의 이익을 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래프톤 현재 시총은 12조5000억원대로 폭락 이후 소폭 오른 수준이다. 주기수익비율(PER)이 최근 1년치 순이익 기준으로 약 18배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거품이 꺼지면서 수렴된 국내 게임 대장주에 대한 투심이다.


최근 기업공개(IPO) 공모절차에 돌입한 시프트업이 크래프톤과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공모주 시장 과열로 코스피딜에 대해선 '묻지마 투자'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크레프톤 때와 비슷하다. 그리고 시프트업은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기준 3조5000억원대 밸류를 제시했는데, PER을 무려 33배로 적용했다.


펀더멘털은 시프트업이 크래프톤보다 열위한데 공모주는 훨씬 비싼값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 문제다. 크래프톤과 시프트업 모두 원게임 의존도가 높은 회사들인데, IP(지적재산권)파워에선 큰 격차가 있다. 투자자들은 시프트업의 '니케'는 몰라도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안다. 영업이익도 배틀그라운드가 니케의 7배를 번다.


실적지속성에 대한 신뢰도도 차이가 있다. 니케는 출시한 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아 유저 이탈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출시 4년차에 공모를 했고 8년차인 현재도 6000억원대 순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원게임 리스크를 해소하고 받는 멀티플이 18배 수준이다.


시프트업 PER(33배)은 크래프톤보다 15배포인트 높다.


◇ 크래프톤의 교훈, 신작 선반영 밸류는 '위험'


크래프톤은 게임대장주로 업종에 대한 투심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게임 하나에 실적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원게임 회사를 대표한다. 시총에 원게임 리스크가 반영돼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이 1조9105억원인데 대다수 배틀그라운드서 발생하고 있다. 상장 이후 다수의 신작을 출시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게임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을 정도다.


(사진:크래프톤 홈페이지)


크래프톤은 이달 22일 종가(25만4500원) 기준 시가총액이 12조3087억원이다. 최근 1년(2023.2Q~2024.1Q)치 순이익인 6754억원 기준 PER은 18.2배가 된다. 2021년 8월에 코스피에 상장한 지 약 3년 가까이 지난 시점이다. 주주 손바뀜을 충분히 거쳤기 때문에 현 멀티플(18.2배)을 순수한 투심으로 볼 수 있다.


3년 새 확인한 것은 두 가지다. △ 배틀그라운드 IP가 예상보다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 △상장 당시 자신감을 내비친 신작 기대감은 거품이었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은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49만8000원) 기준 밸류가 약 25조원이었다. PER 37.65배를 적용한 결과였다. 당시에도 37배 수준 멀티플은 비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크래프톤은 △세계적 인지도를 갖춘 IP(배틀그라운드)에 기반한 뛰어난 현금창출력과 △상장 직후 글로벌 런칭할 예정인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와 2022년 출시예정작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으로 인한 성장성을 감안하면 적정한 밸류라고 주장했다.


당시 배틀그라운드 기반 실적이 우수했던 것은 맞다. 상장 직전해인 2020년에 매출 1조6704억원에 영업이익 77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1조874억원)은 53.6%, 영업이익(3592억원) 115.4% 급증했다. 여기에 상장해(2021년) 하반기엔 신작 성과까지 더해진다니 시장은 비싼 밸류를 우려하면서도 수용했다. 공모가를 밴드상단(49만8000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신작 △뉴스테이트와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실적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비용부담만 늘어났다. 상장해인 2021년 영업이익(6396억원)이 전년(7738억원)보다 17.3% 줄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년 뒤인 2022년 8월 주가가 20만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이후 크래프톤 영업이익은 2022년 7516억원, 지난해 7680억원으로 점진적으로 회복되긴햇는데 2020년(7738억원)엔 못 미쳤다. 배틀그라운드의 현금창출력은 여전히 뛰어났지만 신작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졌다. 이를 종합한 시장평가가 현재 크래프톤 멀티플(18.2배)이다.


크래프톤 주가(사진:네이버금융)



◇ 1분기 매출 16.7% 후퇴…니케‧스텔라블레이드 검증 필요


크래프톤보다 높은 멀티플을 주장하려면 △주력게임 IP가 배틀그라운드보다 강력하거나 △신작 성과가 가시화된 상태여야 합리성을 얻을 수 있다. 시프트업 밸류가 비싸다고 지적받는 이유다. 두 요건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다.


니케 이미지(사진:시프트업 홈페이지)


시프트업 역시 단일게임 매출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지난해 매출 1686억원을 기록했는데 97%인 1635억원이 '승리의여신:니케('이하 니케)에서 발생했다. 니케는 수집형 RPG(롤플레잉게임)와 3인칭슈팅(TPS)이 결합된 서브컬쳐 게임이다. 서브컬쳐 게임은 애니매이션에 열광하는 오타쿠(한 분야에 탐닉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를 타깃층으로 한다. 니케도 애니매이션풍의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니케는 2022년 11월에 모바일로 먼저 출시됐고, 3개월뒤인 2023년 2월에 PC버전으로도 글로벌 론칭(국내는 23년 9월)됐다. 니케 매출은 출시해인 2022년엔 짧은 서비스기간(11~12월)에도 552억원이었다. 그리고 2023년 온기로는 매출(1686억원)이 전년의 3배가 됐다.



니케가 히트작인 것은 맞지만 IP파워에 있어선 격차가 크다. 배틀그라운드는 전세계적으로 8000만장이 넘게 팔렸다. 단일 판매량으로 따지면 마인크래프트와 GTA5, 테트리스에 이은 전세계 4위 IP다. 영업이익도 2023년 기준 배틀그라운드가 니케의 7배를 벌었다.


실적 지속성에 대한 신뢰도 니케가 열위에 있다. 지속성은 게임사 펀더멘털의 핵심요인이라 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2017년 출시한 배틀그라운드가 올해로 8년째 수천억원을 벌고 있다. 현재 크래프톤 멀티플(18.2배)은 이 같은 실적안정성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 니케는 출시한지 1년 반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속성에 대한 검증이 덜 됐고 그 만큼 크래프톤 대비 할인받아야 한다. 실제 시프트업은 올 1분기에는 역성장을 했다. 매출이 374억원으로 전년 동기(449억원)에 비해 16.7%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98억원에서 259억원으로 13% 감소했다.



시프트업측은 작년 1분기가 니케 출시초기라 매출이 집중된 것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신규유저가 그 만큼 올 들어 폭발적으로 늘지 않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시프트업은 니케 출시 전까지 운영하던 또 다른 서브컬쳐 게임 '데스티니차일드'를 적자지속으로 지난해 서비스종료하기도 했다. 모두 니케에 대한 지속성 검증이 더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시프트업은 공모가 희망밴드(4만7000원~6만원) 상단 기준 평가밸류를 3조5647억원으로 산출했다. 최근 1년치(2023.2Q~2024.1Q) 순이익이 1065억원임을 감안하면 PER을 33.44배 적용한 것이 된다. IP파워나 지속성에 대한 신뢰는 크래프톤보다 열위한데 멀티플(33.44배)은 크래프톤(18.2배)보다 15.24배포인트 높게 설정했다.



시프트업 역시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밸류에 녹였다. 아니라면 현 멀티플(33배)을 설명할 수 없다. 증권신고서와 보도자료를 통해 올 4월 26일 글로벌 출시한 신작 콘솔게임 '스텔라 블레이드'이 초기 우수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최대 콘솔게임 퍼블리셔인 일본 소니(Sony)가 이례적으로 세컨드 파티 계약을 국내 게임사 최초로 체결한 건이라고 강조했다. 세컨드 파티계약을 하면 마케팅비 개런티와 함께 개발비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소니가 인정할 정도로 게임성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스텔라블레이드 이미지(사진:시프트업 홈페이지)


다만 크래프톤이 남긴 교훈은 '신작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라는 것이다. 기대감에 기댄 밸류는 애초 리스크가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 판매는 아직 극 초기로 판매량이 실적에 어느정도 기여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단계다. 이에 시프트업 역시 신작으로 인한 밸류 제고는 상장 전이 아니라 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투자자들 시작이다.


그럼에도 시프트업은 수요예측은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밸류는 비싸지만 시장요인(과열)이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크래프톤보다 체급이 한 참 아래인 기업 PER이 밴드상단기준으로는 33배, 주당평가액 기준으로는 39배라 누가 봐도 고평가"라며 "시장과열 이후 코스피 종목은 각종 지수편입과 패시브자금유입 가능성으로 묻지마 베팅이 이뤄지고 있어, 시프트업도 고평가와 무관하게 공모가 흥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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