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위즈에 제기된 총액법에 따른 매출과 기업가치 과대계상 논란(그리드위즈, 매출 과대계상?...카카오모빌 유사)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어떤 입장일까?


그리드위즈가 그대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 금융감독원은 플랫폼기업 회계기준에 '이중잣대'를 적용한 것이 된다. 아직 IPO를 하지 못한 플랫폼기업들은 물론 공모주주들에게도 불확실성이 된다.


금감원은 올 2월엔 카카오모빌리티가 IPO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총액법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며 과징금 처분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3월 회계기준을 순액법으로 바꿔 매출을 낮추며 백기를 들었다.


그런데 비슷한 사정에 있는 에너지 플랫폼 기업 그리드위즈는 기관수요예측을 코앞에 두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이 16억원에 불과한데 평가밸류는 5800억원에 이른다. 총액법으로 집계한 매출 기반으로 밸류를 매긴 덕이다. 전문가는 카카오모빌리티보다 그리드위즈가 순액법에 되레 어울리는 사업구조를 띤다고 보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수요예측 전까지 의미있는 조치나 보완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비재무적 요인 중심으로 증권신고서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재무적 검증은 전 단계인 한국거래소 소관으로 넘겼다. 즉 회계기준 적정성을 따질 시기가 지났다.


◇ 금감원 "회계기준 적정하다는 가정하에 진행"


그리드위즈는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기관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이달 3일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이 효력발생일(5월29일 예상)까지 문제 삼지 않으면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공모가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현재(16일)는 금감원이 심사를 시작한지 8영업일이 지난 시점이다. 금감원은 그리드위즈 총액법 회계기준 논란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현 단계에서 검토할 요인이 아니라면서도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금감원 증권신고서(IPO) 심사팀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심사는 비재무적 요인을 보는 단계"라며 "지정감사인과 한국거래소가 재무적으로 적정하다고 판단하면 금감원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가정 하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사가 PSR을 택해 나오는 이야기(고평가 지적)에 대해선 이곳저곳에서 듣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이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며 "(총액법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반영해 열심히 심사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도 대형회계법인들로부터 수년간 총액법을 따른 회계기준에 대해 적정의견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금감원은 지난해 말 카카오모빌리티 감리를 통해 매출 부풀리기 혐의를 제기했다. 금감원은 해마다 공시 대상기업을 대상으로 임의표본을 선정, 회계심사 감리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그 대상에 올랐다.


즉 지정감사 등 감사인의 '적정' 의견이 총액법 논란에 대한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금감원이 보여줬다.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골목상권 침해논란이 있는 카카오그룹 계열사인데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정치적측면에서 감리 표적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드위즈 같은 중소기업은 금감원 사정권에 들 가능성이 낮다.


그런데 정작 그리드위즈가 총액법을 통한 과대 밸류로 IPO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점이다. 앞선 금감원 관계자는 고평가 종목을 시장이 거를 것이라고 봤지만 현실은 반대다. 연초부터 단 한건(HD현대마린솔루션)을 제외한 20여곳 발행사가 전부가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20~30% 초과한 가격으로 정했다. 기관투자자 중심의 가격결정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 비용계약 없인 매출 불가...카카오모빌리티보다 순액법 어울려


그리드위즈가 현재 밸류로 상장에 성공하면 금감원은 '이중잣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막고, 그리드위즈는 허용해준 셈이 된다. 다른 비상장 플랫폼기업들에겐 불확실성이 된다. IPO는 물론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할 때 밸류 적정성에 대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공모주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선 그리드위즈가 카카오모빌리티보다 총액법을 택했을 때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본다. 금감원이 카카오모빌리티가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보는 근거조항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기업회계기준서 제1115호(문단 17)이다. 문단 17에 '계약의 결합'이라는 규정이 있는데, △한 계약에서 지급하는 대가가 다른 계약의 가격이나 수행에 따라 달라지거나 △복수의 계약을 하나의 상업적 목적으로 일괄협상할 때 단일 계약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K-IFRS 기업회계기준서 제1115호 문단 17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사업을 하면서 운수회사로부터 운임의 20%를 수수료로 받고, 광고와 데이터 등의 대가로 운임의 16~17%를 되돌려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총액법에 따라 20% 전체를 매출로 계상했는데 금감원은 순액법을 적용해 운임 3~4%만 매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금감원은 매출계약(운임의 20%)과 매입계약(운임의 16~17%)이 하나의 상업적 목적(가맹택시)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단일계약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은 가맹계약이고 비용은 업무제휴계약으로 명확히 구분돼 있어 단일계약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계약간의 연관성에 대한 해석의 차이다. 그리드위즈는 매출계약과 비용계약간의 연관성이 카카오모빌리티보다 더 긴밀하다는 분석이다. 비용계약이 없으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연관성이 크다.


그리드위즈는 '절약한 전력'을 수집해 파는 수요관리(Demand Response, DR) 기업이다. 전력거래소(KPX)가 전력 감축지시를 내리면 그리드위즈는 기업(빌딩)이나 공장, 대형마트 등 고객사에게 감축이행에 참여하도록 안내한다.



고객사가 감축을 이행하면 그리드위즈는 이를 취합해 KPX에 전달하고, KPX는 그리드위즈에 감축분 만큼의 정산금(감축지시)을 지급한다. 그리고 그리드위즈는 정산금(감축이행)을 다시 고객에게 돌려주는데 계약에 따른 수수료는 제외시킨다. 이 수수료가 그리드위즈의 실질적인 수익원이다.


구조적으로 매출계약(감축지시 정산금)과 매입계약(감축이행 정산금)이 상호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리고 지난해 DR사업 매출 1106억원(감축지시 정산금) 가운데 비용(감축이행 정산금)이 87%(959억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


한 회계전문가는 "금감원이 문제를 삼긴 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나 그리드위즈 모두 총액법이 적절한지는 '해석'의 영역에 있는 문제라고 본다"며 "다만 그리드위즈가 두 계약간 연관성이 더 긴밀하기 때문에 금감원 관점에서 총액법이 문제가 될 소지가 카카오모빌리티보다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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