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ODM(제조자개발생산)업체 노브랜드는 작년 4분기에 40억원 순손실을 냈다. 이를 기업가치(밸류)에 반영하지 않기 위해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기업가치(밸류) 평가방법을 바꿨다. PER(주가수익비율) 방식으론 490억원대 밸류가 나오는데 PBR(주가순자산비율)로 바꿔 1280억원대로 높였다. 의류업이 PBR을 사용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 시선은 주관사 삼성증권에게 쏠린다. 주관사는 발행사와 시장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적정 가격을 도출해 내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현재와 같이 과열된 시장분위기에선 그 역할이 더 커진다. 발행사가 너무 욕심을 내지 못하도록 제어해줄 것을 기관투자자들은 원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증권은 지난해부터 발행사에게 유리한 판단을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성과보수 계약에 기인한다. 밸류와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보수로 받는 인수수수료가 커지는 구조다. 노브랜드의 무리수에도 제동을 걸지 않은 이유로 풀이된다.


8일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노브랜드로부터 조달금액의 3%를 보수(인수수수료)로 받기로 했다. 조달금액은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8700원) 기준 107억원, 상단(1만1000원) 기준 135억원이다. 조달금액엔 공모액 외에 주관사가 의무인수(3만6000주)하는 주식매입대금도 포함돼 있다. 공모가가 하단으로 정해지면 삼성증권은 3억2259만원을, 상단 시엔 4억788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인센티브 조항이 있다. 증권신고서엔 "업무 성실도 및 기여도, 수요예측 결과 기여도 등을 감안해 별도의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업계에선 공모가가 계획보다 높아질 경우 '수수료 요율'을 상향하는 조건이 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로 삼성증권이 주관한 거의 모든 딜들이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이하 상초가격)으로 정해졌고, 이에 따라 '수수료 요율' 상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요율에 따라 받는 구조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모액이 커지면 수수료도 커진다. 그런데 '요율 상향'까지 이뤄지면 수수료가 훨씬 크게 불어난다.


이 탓에 삼성증권은 현재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모가를 잘 높이는 주관사로 평판이 조성돼 있다. 지난해 1월 이후로 올해 3월까지 삼성증권이 대표주관한 IPO는 총 7건이다. 이중 큐로셀을 제외하고 6건이 공모가가 상초가격으로 정해졌다. 큐로셀은 기관수요예측이 워낙 부진했던터라 상초를 할 수 없던 사례였다. 경쟁률이 20대1에 그쳤다.


상초 폭도 다른 대형증권사들과 비교해 가장 컸다. 작년 주관순위 톱 5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이 주관한 딜이 총 48건(스팩‧리츠 제외)이었고, 이중 상초가 결정된 건은 25건인다. 상초 25건의 상초 상승률(희망밴드 상단 대비 공모가)은 14.6%였다.


그런데 삼성증권은 지난해 상초 IPO 5건의 평균 상승률이 17.8%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개별건 기준 상초 상승률 공동 1위 두 건을 삼성증권이 주관한 영향이다. 금양그린파워(상승률 25%)와 센서뷰(25%) 등이다. 삼성증권은 올 들어선 2월 상장한 이닉스가 상초 상승률이 27.3%에 달했다. 지난해 이후로 상승률 1위 딜을 삼성증권이 또 갱신했다.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인센티브 계약에 의해 삼성증권 수수료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이후 올 이닉스까지 7건의 IPO 평균 수수료요율이 3.28%였는데, 최종 요율은 4.17%로 0.9%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이에 삼성증권이 받은 수수료도 희망밴드 상단 기준으로는 88억원 규모였는데, 최종적으로 123억원을 받았다.


노브랜드가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 밸류를 높인 것도 이 같은 인센티브 계약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주관사 과거 이력을 감안하면 노브랜드도 기관수요예측에서 시장과열의 혜택을 받을 경우 상초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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