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 창업주 김영준(사진) 회장이 경영(이사회)에 복귀했다. 오아시스 IPO(기업공개) 때문에 2년 전 경영에 손을 뗐는데, IPO를 완수하지 못한 시점에 복귀한 것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회장은 오아시스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예심)를 신청하기 반년 전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겸직'으로 인한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행보였다. 오아시스의 모회사는 코스닥 상장사 지어소프트이고, 지어소프트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은 지어소프트와 오아시스 양사 대표직을 겸직했었다. 오아시스가 대주주(지어소프트와 김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영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였다. 오아시스 공모주주 이익엔 반할 수 있다. 이에 김 회장은 오아시스 대표직를 내려놓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꾼 후 예심을 신청했다. 김 회장의 복귀는 오아시스가 당분간 IPO에 재도전할 의사가 없다는 의미다.


◇ 2년 만에 다시 '겸직' 구조…경영독립성엔 반해


2일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올 3월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김 회장을 신규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른 바 '겸직' 구조로 2년 만에 다시 바뀌었다. 김 회장은 여전히 지어소프트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대주주의 최대주주다. 지난해 말 기준 오아시스는 지어소프트가 지분 55.17%를 보유하고 있고, 지어소프트는 김 회장이 지분 14.92%를 들고 있다.


김 회장은 지어소프트가 2011년 오아시스를 설립할 당시부터 대표직을 맡아 직접 경영을 맡아오던 곳이다. 다만 2017~2020년까지는 최우식 전 대표에게 대표직을 맡겼는데, 김 회장이 오아시스 온라인 사업에 몰두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2021년부터 다시 김 회장이 대표가 됐다.



오아시스는 모회사인 지어소프트보다 훨씬 덩치가 커져버린 주력계열사였다. 지난해 매출이 지어소프트는 371억원인 반면 오아시스는 4754억원에 이른다. 김 회장이 직접 일군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그러던 김 회장이 또 대표직에서 물러난 건 IPO 때문이다. 2020년 8월 NH투자증권, 2021년 6월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순차 선임하면서 IPO에 본격 닻을 올렸다. 그리고 2022년 1월에 오아시스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언했다. 오아시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안준형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김 회장 자신은 물러났다.


IPO 첫 문턱인 한국거래소 예심을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예심에서 경영독립성을 가장 깐깐히 본다. 상장 후 대주주가 사익추구 성향을 드러내면 공모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나 경영진 전횡을 막고 공모주주와의 이해상충을 막기 위한 내부통제장치가 잘 갖춰졌는지 우선해 점검한다. 오아시스는 김 회장 '겸직' 체제가 구조적으로 거래소가 원하는 경영독립성과 거리가 멀었다. 


◇ 펀더멘털 개선이 우선…IPO는 당분간 보류


때문에 김 회장 복귀는 오아시스가 당분간 IPO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의미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사업 확장과 고도화를 위해 김영준 회장이 이번 주총을 통해 경영복귀했다"며 "당장 IPO를 재도전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이 이유"라고 말했다.


앞서 오아시스는 김 회장 겸직 리스크를 해소했음에도 상장이 불발됐다. 기업가치(밸류)와 공모구조 측면에서 투심을 얻는데 실패한 탓이다.


오아시스는 2022년 12월 예심을 통과했고, 2023년 2월 7~8일 기관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공모가 희망밴드 기준 공모액이 1596억~2068억원인 빅딜이었다. 예상시가총액은 9678억~1조2534억원이었다. 쿠팡 등을 비교기업(피어그룹)으로 삼아 매출을 기반으로 하는 'EV/Sales' 방식을 적용한 결과다.


공모구조도 대주주의 구주매출이 있어 저항감이 있었다. 신주모집 비중이 70%였고, 구주매출이 30%였다. 오아시스는 재무적투자자(FI)이 있지만 FI가 아닌 지어소프트가 구주매출자로 나섰다. 구주매출 자체가 할인요인인데, FI로 인한 오버행(대규모 매각물량 출회) 우려까지 있는 딜이 됐다.


그 결과 수요예측에서 호응을 얻는데 실패해 그해 2월 13일 철회 공시를 냈다. 업계에선 투심을 얻을 만한 에퀴티스토리와 펀더멘털을 중장기적으로 보강하기 위해 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FI가 있기 때문에 IPO는 언젠가 해야 한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말 기준 FI인 프레시오아시스가 6.54%, 유니슨오아시스가 5.2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프리IPO에 참여해 소수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IPO를 재추진할 시점에 김 회장 대표직 유지에 대해 다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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