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여파로 회사채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에선 평판 저하로 인해 사실상 회사채 조달길이 막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는 회사채로 인한 불안심리가 1조6000억원대 부동산PF 우발부채로 전이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실화시 단기 유동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는 규모이고, 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 유사시 유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선제적 자구계획을 세워 시장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불안심리를 잠재우면 적은 비용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다.


딜스토리는 GS건설 ▲회사채 신용등급 아웃룩 조정 의미와 ▲이로 인한 부동산PF 영향 ▲시장에서 권고하는 대응책 등을 총 3편에 걸쳐 다룬다.


◇사실상 회사채 조달길 막혀…롯데건설‧HDC현산과 유사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 8월 30일 수시평가를 통해 GS건설 무보증 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 검토(Negative Review)'로 변경했다. 비슷한 시기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와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아웃룩을 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회사채 신용등급이 3개월에서 12개월 사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신평사들은 '부정적 검토' 단계에선 약 3개월을, '부정적' 아웃룩 단계에선 약 1년 가량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그리고 평정 당시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 없다고 판단하면 액션(강등)을 취한다. '부정적 검토'를 매긴 한기평을 필두로 3개월 뒤인 올 연말 액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사실상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것으로 판단한다. '부정적 검토'나 '부정적' 아웃룩이 달린 회사채는 시장에서 가장 선호도가 떨어진다. 매입한 이후 등급 강등이 현실화하면 회사채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당장 회사채 자산에 대한 평가손실을 유발한다. 이에 대형기관들은 아예 강등 가능성이 있는 회사채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다.


등급 강등이 빠르게 이뤄져 가격 변동성이 제거된다 해도 발행이 어려울 수 있다. 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PF에 대한 위험성이 고조돼 건설채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저하됐고, 이후 정부 정책자금 집행으로 시장이 안정화됐지만 여전히 불안 심리가 남아 있다. 이에 이슈(사건)가 있는 발행사는 현재까지 공모채 시장에 명암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GS건설과 신용등급이 같은 롯데건설(A+, 부정적)이 대표적이다. 작년 말 둔촌주공 사업지 부동산PF 차환이 안되면서 수조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떠안게 될 위기를 겪었다. 이에 롯데그룹이 올 1월 메리츠증권 주관으로 부동산PF 채권을 매각해 1조5000억원을 확보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9월 현재까지 자력으로 공모채 발행을 못하고 있다. 올 1월 2500억원 규모 공모채를 찍었지만 롯데건설보다 신용등급이 3노치 높았던 롯데케미칼(당시 AA+)이 지급보증을 선 사채였다. 보증을 섰음에도 400억원만 청약돼 미매각규모가 2100억원에 달했다. 채권안정화펀드(1200억원)와 산업은행(900억원)이 인수해 급한 불을 꺼줬다.


지난해 광주 붕괴 사고를 겪은 HDC현대산업개발(A0, 부정적)도 비슷하다. 2021년 3월에 찍은 1000억원 규모 공모채가 마지막 발행이다.


GS건설은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로 재시공비용 5524억원을 올 2분기 재무제표에 반영했고,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로 10개월 영업정지 처분 계획을 통지 받았다. 단기(재시공비용)와 중장기 영업환경이 훼손됐다.


IB업계 관계자는 "GS건설은 영업정지에 따른 영향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기 전까진 투자자들이 보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증권사들도 인수불가 방침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현금 3.4조, 대응여력은 충분…1.6조 부동산PF 변수


GS건설 입장에선 가장 저렴한 조달수단(회사채)이 막혔다. GS건설은 올 3월 11일 께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메리츠종금으로부터 총 1000억원을 만기 1년으로 단기차입했는데 이자율이 7%였다. GS건설 회사채 1년물의 경우 올 3월 13일 기준 개별민평(키스자산평가)이 4.813%다. 금융기관 차입 이자율이 회사채보다 2%포인트 이상 높다.


다만 전체 차입에서 회사채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당장 회사채 차환을 못해 더 비싼 조달을 강구해야 할 유인은 크지 않다. 올 상반기말 기준 GS건설 총차입금은 5조8892억원이고, 이중 회사채는 8520억원으로 14.47%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채 중에서 1년 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성사채는 4349억원이다. 이중에서 신용강등 우려가 있는 원화 유동성사채는 2000억원(제139회)이다. 이것도 내년 4월이 만기라 대응할 시간이 남아 있다. 다만 유동성 외화채 대응은 지켜봐야 한다. 2231억원 규모 제138회 외화채가 내달 21일 만기다. 국내에 이어 해외 신평사들이 신용등급을 조정할 것인지 봐야 한다.



원화와 외화채 차환이 되지 않더라도 보유 현금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올 상반기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3조4017억원에 이른다. 회사채 뿐 아니라 대출을 포함한 단기성차입금이 올 상반기 말 기준 2조6267억원이다. 1년 내 돌아오는 채무를 모두 상환할 여력이 있다.


다만 1조6000억원 규모 부동산PF 우발부채가 변수다. 현재 유동성을 단기에 소모시킬 가능성이 있는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신평사들의 아웃룩 조정으로 재무‧영업적 체력 약화가 공식화됐는데, 이에 대해 부동산PF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가 관건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회사채는 차환이 안 되면 갚아줘도 될 수 있는 규모라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다만 부동산PF들이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이 변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PF는 개별사업장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공개하지 않아 자금흐름이 안정적인지 투자자들이 알 수 없다"며 "불안감이 자금 회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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