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AA0, 안정적)이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첫 공모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신용등급 방향성이 여전히 내리막인 상황을 극복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 롯데케미칼이 그룹 대표 계열사라는 점에서 그룹 평판도 제고될 전망이다.


기업금융 파트너들인 투자은행(IB) 역할이 컸다. 사내 채권팀이 베팅에 참여한 것은 물론 계열은행과 자산운용사들까지 전방위적으로 힘을 보태줬다. 국내 대표 큰 손들인 연기금 등이 불참했음에도 모집액의 5배를 모은 비결이다.


◇모집액 5배 확보, 2500억으로 증액 확정


30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날 오전 61회차 공모채 발행금액을 2500억원으로 확정했다. 최초 계획한 1500억원에서 1000억원 증액했다. 2년물은 최초 1000억원에서 최종 1700억원으로, 3년물은 5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늘렸다.


전날 진행한 수요예측이 흥행한 것에 따른 결과다. 1500억원 모집에 7600억원이 청약돼 경쟁률 5대 1을 기록했다. 그 결과 2년물은 +5bp 구간에서 모집액 1000억원을 채웠고, 3년물은 +11bp에서 모집액 500억원을 채웠다. 금리희망밴드는 발행사 개별민평에 -30~+30bp를 가산한 수치였다.


증액을 했음에도 금리는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2년물은 +10bp, 3년물은 +11bp를 가산한 수치로 발행금리를 최종확정했다. 그 만큼 양호한 가격대에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의미다. 증액 전과 비교해 2년물만 소폭(5bp포인트) 금리가 높아졌다.


신용등급이 하락하기 전보다 오히려 결과가 좋다. 롯데케미칼은 올 3월에도 5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했다. 발행금리가 개별민평 대비 2년물은 +30bp, 3년물은 +50bp, 5년물은 +5bp 가산한 수치였다. 물론 이번 회차 발행규모가 직전의 절반으로 줄어든 영향도 있다.


수요예측 직전까지 불확실성이 있던 딜로 평가 받는다. 올 6월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이 일제히 강등되는 이벤트로 롯데그룹 재무적 체력 약화가 시장에 부각됐다. 롯데케미칼은 그룹의 핵심계열사로 계열지원에 대한 역할이 큰 곳으로 평가받는다. 그룹의 부담이 롯데케미칼의 부담이다.


그런데 롯데케미칼 사업도 녹록치 않았다. 영업손실이 지난해 7626억원, 올 상반기에도 1032억원 규모로 지속됐다. 화학제품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부진과 이로 인한 공급과잉 탓이었는데, 향후에도 한 동안 비슷한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평이 많았다.


◇10곳 주관사단 물심양면 지원


10곳에 이르는 주관사단이 한 마음으로 지원사격을 하며 반전을 이뤄냈다. 대표주관사만 5곳으로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이다. 인수단으로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이 참여했다.



이들 증권사 사내 채권영업부와 크레딧팀과 같은 투자조직이 좋은 가격으로 딜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계열은행과 자산운용사도 가세했다. △사내 투자조직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계열은행은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 △자산운용사는 우리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모채 시장 큰손인 연기금과 공제회는 이번 딜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 파트너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물론 매수자들이 밑지는 장사를 한 것은 아니다. 가격메리트가 있는 딜이었다. 이달 28일 기준 롯데케미칼 2년물 개별민평은4.65%다. 롯데케미칼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은 AA0등급들의 평균치인 4.542%보다도 23.6bp 높게 형성돼 있다. AA0채권을 AA-급보다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였다.


대표주관사들은 수수료도 직전보다 적게 받기로 했다. 인수수수료가 인수금액의 0.1%(10bp)에 그친다. 직전인 올 3월 발행 때(15bp)보다 5bp 낮췄다. 다만 인수단은 30bp로 후하게 줬다. 10bp는 시장 최하 수준이다. SK그룹의 경우 고정적으로 30bp를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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