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IPO)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불필요 자산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박경일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난 것이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 사장은 건설업에 치중한 SK에코플랜트 사업구조를 대규모 M&A(인수합병)를 통해 에너지와 환경으로 다각화시킨 인물이다. 다만 반대급부로 차입이 크게 늘었고, 금리급등 악재가 겹치며 재무안정성이 상당히 훼손됐다.


이에 일부 재무적투자자(FI)가 IPO를 위해 자산매각을 통한 건전화를 도모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조언을 해왔다. 하지만 박 사장은 그간 '불가'' 방침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그가 자진해 회사를 떠났다. '변화'가 예상된다.


◇ '친환경' 전환 공신 박경일 사장, 재매각 반대했다


28일 SK에코플랜트 FI 관계자는 "박경일(사진) 사장은 (M&A로 사들인) 자산은 절대 안판다고 했었다"며 "회사방침인 것으로 이해했는데 박 사장이 최근 퇴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젠 방침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이달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사장이 자진 사임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신임 사장으로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을 내정했다. 박 사장은 올 초 연임에 성공했었다. 임기가 2027년 3월까지로 한참 남아있음지만 조기퇴진을 택했다.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FI는 박 사장이 자신이 일군 M&A자산을 지키려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대주주인 SK(주)와 박 사장간 의견이 상충했을 가능성이 있다. SK그룹은 공격적인 투자로 그룹전체에 유동성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SK온과 SK하이닉스과 함께 SK에코플랜트가 위험군으로 분류돼 왔다. 고금리 시기에 차입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이유다. SK에코플랜트는 총차입금이 2020년 말 2조원에서 2023년 말 5조6018억원으로 불었고, 같은 기간 이자비용도 551억원에서 2023년 3246억원으로 치솟았다.



박 사장이 주도한 M&A 영향이다. 2021년 말 부임해 그룹차원의 친환경 사업전환 특명을 성실히 수행했다. 크게 △폐배터리(테스) △그린수소(블룸SK퓨얼셀) △대기업형 폐기물 처리(환경시설관리) △해상풍력(SK오션플랜트) 등으로 신사업을 확장했다. 여기에 3조원이 넘는 현금을 썼다.


이에 SK그룹은 작년 말 정기인사를 통해 경영진에 변화를 줬다. 장동현 전 SK 대표(부회장)를 SK에코플랜트 신임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박 사장 역할이 확장이었다면, 장 부회장 임무는 '자산효율화'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런데 박 사장이 장 부회장과 약 4개월간 호흡을 맞추다 돌연 퇴임했다.


앞선 FI는 "대주주측은 자산효율화를 원하는데 박 사장은 지키려하면서 의견충돌이 있던 것 같다"며 "자진 사임으로 발표됐는데 우리(FI)들 사이에선 경질일수도 있다는 추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FI는 워낙 거액을 투자해 경영에 일정부문 관여하고 있다. 경영진과도 핫라인을 통해 수시로 소통한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6월 4000억원 규모 RCPS(94만주)와 같은 해 7월 6000억원 규모 CPS(133만3334주)를 발행해 총 1조원 규모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 이중 CPS투자자들은 우선주임에도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IPO가 완료될 때까지 정관개정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동의권과, 이사회 1인 지명권도 갖고 있다.


◇ 수익부진 폐기물처리사업 매도 가능성


결과적으로 SK에코플랜트는 박 사장 퇴임 이슈를 계기로 자산효율화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매물은 환경사업이다. 외형은 M&A로 단기에 크게 커졌지만 수익 기여도는 낮다. IPO 밸류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환경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3569억원에 영업이익 89만원을 기록했다.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준이다. 전년에 비해 매출(9815억원)은 38.2% 늘었지만 영업이익(311억원)은 99.7% 감소했다.



환경부문엔 △폐배터리(테스) △대기업형 폐기물 처리(환경시설관리) 두 개 사업이 포함되는데 이중 폐배터리는 전기차시장 개화로 성장성이 농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폐기물처리 사업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M&A들인 돈은 1조8000억원에 달하는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음에도 수익성이 높지 않다.


FI 일부는 해상풍력(SK오션플랜트)도 재무개선을 위한 좋은 매물로 보고 있다. SK오션플랜트가 올 1분기말 기준 지분 37.6%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지분가치가 약 4000억원 가량 된다. 다만 단기 매각 가능성은 없다. 최근 SK오션플랜트 매도설이 나왔는데, SK오션플랜트가 이달 27일 조회공시답변을 통해 추진사실이 없다고 못박았다.


일각에선 오는 6월 열리는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경영방침에 대한 큰 뼈대가 정해지면, 이후 SK에코플랜트 경영진이 자산효율화에 대한 윤곽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확대경영회의는 매년 6월에 열리는데, 그룹의 중장기 방향을 결정짓는 주요 회의다.


올해는 그룹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세대교체가 이뤄진 뒤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다. 협의회 의장이 조대식 전 회장에서 최창원 부회장으로 바뀌었다. 최창원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부임한 김형근 신임사장이 업무를 파악해야 하고 오는 6월 확대경영회의도 있기 때문에 단기에 자산효율화와 관련한 내용을 확정지을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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