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그리드는 상장할 수 있을까? 클라우드 업체 이노그리드가 금윰감독원의 잦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으로 수요예측이 장기 지연되고 있다. 무려 여섯 번이나 정정을 했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예심) 승인을 받은 것이 올 1월로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남은 시간은 표면적으론 두 달이다. 거래소 예심효력 만기가 7월 말이라 적어도 7월 초에는 기관수요예측을 진행해야 상장이 가능하다. 마지막 데드라인인 셈이다. 6차 정정으로 수요예측은 6월 중순으로 밀렸다. 한 번 더 밀리면 상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파두사태로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 검수가 까다로워 여파다. 이노그리드는 파두 정도는 아니지만 유사한 실적부진이 공모지연으로 확인됐다. 기술성장기업 특례로 미래실적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밸류)를 정했다. 올해 매출확대와 함께 흑자전환을 전망했다. 하지만 올 1분기 매출은 역성장했고 영업손실은 전년 연간치보다 큰 규모로 발생했다.


◇ 틸론도 예심효력만기 20일전 철회…두 번 정정시 불발


이노그리드는 이달 27일 6번째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 일정을 미뤄야 할 수준의 정정이다. 투자자들이 바뀐 내용을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업계에선 '기간 정정'이라고 표현한다.



6차 정정에서 추가된 내용은 이노그리드 주식과 채무에 대한 법적분쟁 가능성이다. 이노그리드 최대주주는 김명진 대표로 올 1분기말 기준 15.31%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김 대표는 이노그리드 창업주는 아니다. 이노그리드는 2006년 설립됐고 이 대표는 2015년에 CEO(최고경영자)로 합류했다.


그러다 이노그리드는 2019년 12월 주주배정유상증자을 단행했는데 실권주가 발생했고, 이를 김 대표가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분쟁은 여기서 발생했다. 직전 이노그리드 최대주주인 A사의 최대주주 B씨가 당시 주주배정유상증자와 관련해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법적분쟁은 없지만 차후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증권신고서에 기재했다.


문제는 수요예측이 또 미뤄졌다는 것이다. 기존 5월31일~6월7일에서 6월13일~19일로 약 2주일 뒤로 연기됐다. 예심 효력만기일이 더욱 가까워졌다. 이노그리드가 예심승인 통보를 받은 것은 올 1월 30일이고 효력기간은 6개월 뒤인 7월30일까지다. 효력만기까지 앞으로 두 달 정도 남았다.


기간정정을 두 번 더 맞으면 상장이 불발된다. 상장을 하려면 5영업일이 걸리는 기관수요예측을 끝내고도 보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청약과 주금납입에 이어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내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거래소에 상장신청서를 내야 한다. 거래소는 신청서를 접수한 후 일주일 이내에 승인여부를 통보하게 돼 있다.


이에 최소 7월 초에는 기관수요예측을 시작해야 예심효력만기 전에 상장할 수 있다. 현재 수요예측 일정이 6월 중순(13~19일)이니 기간정정을 한 번 더 맞으면 7월 초로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 즉 앞으로 허용된 기간정정은 단 한 번이다.


작년 틸론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가 철회를 택했다. 틸론은 예심효력 만기일이 8월 9일이었다. 틸론은 3차정정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 한 달 여전인 7월 3일이었는데 마지막 기회였다. 그달 중순 또 정정을 요구받았고, 결국 7월 20일 철회결정을 했다. 효력만기(8월9일) 약 3주 전이었다.


◇ 실적부진 파두와 닮은 꼴...1분기 매출 35% 감소


거래소가 유독 이노그리드에 깐깐한 건 실적부진 흐름이 파두와 비슷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노그리드 역시 작년까지 실적이 우수했다. 지난해 매출 329억원에 영업손실 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매출(142억원)은 132.4% 늘고, 영업손실(47억원)은 36억원 가량 줄었다.



이노그리드는 공공기관 중심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며 성장해온 곳이다. 그런데 정부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공공기관 전산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하는 디지털 뉴질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노그리드가 수혜를 받을 수 있는는 구조가 됐다.


이에 이노그리드는 밝게 전망한 미래실적을 기반으로 밸류를 구했다. 2026년엔 매출이 670억원으로 작년(329억원)의 두 배 가량이 되고, 영업이익은 211억원으로 큰폭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봤다.


평가 밸류를 2206억원으로 산출했는데 적용순이익 133억원에 적용PER(주가수익비율) 16.51배를 곱한 수치다. 적용순이익(133억원)은 2026년 예상순이익(196억원)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수치다.



올해 전망 역시 밝게 봤다. 올 예상 연간매출은 401억원이고, 영업이익은 25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매출(329억원)은 22%늘고, 영업손실(11억원)은 흑자로 바뀔 것으로 봤다. 이 전망대로라면 올 1분기 실적도 양호해야 밸류에 합리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노그리드가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을 땐 작년 3분기까지 실적만 공개했다. 하지만 잇단 정정 요구로 시간이 흘러 작년 온기에 이어 올 1분 현황까지 추가 기재하게 됐다. 그리고 올 1분기 실적이 전망과는 달랐다.


5차 정정 때 포함된 내용인데 올 1분기에 매출 40억원에 영업손실 2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20억원이다. 이노그리드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 특성상 4분기에 집중적으로 매출이 발생해 1~3분기는 비수기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같은 비수기였던 작년 1분기는 매출이 63억원이었다. 올 1분기 매출(40억원)은 전년에 비해 35% 줄어든 수치다. 올 연간전망과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 올 1분기 영업손실(22억원)은 전년 연간 영업손실(11억원)의 두 배로 불어나있다. 가결산수치인 4월 매출도 11억원으로 크지 않다. 3개월치로 환산하면 분기매출이 33억원에 그친다. 2분기의 시작(4월)도 그리 좋지 못한 셈이다.



연초에 상장했다면 첫 분기실적(1분기) 공개로 파두급 충격까진 아니어도 투자자들에게 당혹감을 안겼을 수 있다. 이에 그간 정정을 통해 보완한 내용도 실적에 대한 보충설명이 상당하다. 4차 정정때엔 지난 4년간 분기별매출을 추가 기재해 올 1분기와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손실과 관련해선 5차정정에서 핵심비용인 인건비가 매출원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상세하게 기재토록 했다. 매출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8.57%에서 2023년 56.33%로 상승했고, 올 1분기에는 58.62%로 더 높아졌다. 매출대비 인건비 비중 역시 2020년 27.4%에서 2023년 42.5%, 올 1분기는 52.93%로 상승했다.


매출이 늘어나도 정비례하는 인건비가 수익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밸류가 흑자전환을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요인이다.


이노그리드는 여섯 차례에 걸친 정정에도 밸류와 공모가는 수정하지 않았다. 결산 기간이 작년 3분기에서 온기, 올 1분기말로 바뀜에 따라 피어그룹 PER 등은 바뀌었다. 하지만 각종 할인율 조정을 통해 공모가 희망밴드(2만9000~3만5000원)를 최초 가격으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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