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될 놈만 된다.”


현재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공모주 시장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했다. 상반기 내내 마비됐던 기관수요예측의 가격결정 기능이 이달 들어서 정상화됐다. 과거와 같이 수요예측 분위기가 상장 후 투심도 좌우하는 모습이다.


전진건설로봇과 같이 다방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모범생만 살아남는 모습이다. 전진건설로봇은 △우수한 펀더멘털 △시장친화적 밸류(기업가치) △공모주주에게 유리한 수급 등 흥행 3대요소를 다 갖췄었다. 이에 중형딜임에도 수요예측서 9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유일하게 시초가와 상장일 수익률 모두 20%를 넘겼다.


반면 이달 상장한 뱅크웨어글로벌 등 3곳은 시초‧종가 수익률이 제로거나 마이너스다. 수요예측서 찬바람이 날렸거나 미지근한 성과를 냈던 곳들이다.


◇ 수요예측 대흥행 전진건설로봇, 상장 후 투심도 견조


전진건설로봇은 이달 19일 공모가 1만6500원으로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다. 상장일 시초가는 2만7500원으로 수익률이 66.7%에 달했다. 다만 종가는 2만550원으로 낮아져 종가수익률은 24.5%가 됐다. 20일 오후 2시 현재 주가도 2만700원으로 우수한 수익률(25.5%)을 유지하고 있다.


공모주 시장 과열이 꺾인 국면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상장한 다른 딜과 비교하면 드러난다. 뱅크웨어글로벌의 경우 상장일(8월12일) 시초가 수익률이 마이너스(-) 0.1%, 종가수익률은 -1.6%였다. 올 들어 시초가와 종가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였던 발행사는 뱅크웨어글로벌이 처음이다.



6일 상장한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시초가 수익률이 제로(0%)였고 종가 수익률은 33.6%로 올랐다. 16일 상장한 유라클은 시초가 수익률이 32.9%였던 반면 종가수익률은 제로가 됐다. 상장일 눈치 게임을 잘했어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흐름이었다.


전진건설로봇만 상장일에 안전하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주가 기준으론 나머지 딜들은 모두 수익률이 손실로 전환했다. 이달 19일 종가기준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손실률이 16.4%이고 뱅크웨어글로벌은 37.1%, 유라클은 14.3%다.


전진건설로봇은 기관수요예측 기능이 제자리를 찾은 시기에 호평을 받았다는 특징이 있다. 알려져있다시피 올 상반기는 ‘묻지마 상초(희망밴드 상단을 초과)’ 베팅 추세로 인해 기관에 의한 가격결정기능이 상실됐던 시기다.


그러다 뱅크웨어글로벌이 7월 말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이 제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7월 상장한 이노스페이스와 엑셀세라퓨틱스 등이 상장일에 16~20%에 이르는 종가손실률을 기록한 것이 발단이었다. 묻지마 상초 베팅을 하면 손실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에 특례상장이었던 뱅크웨어글로벌에 대해선 보수적 베팅을 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155.74대 1, 상초 베팅 비중은 31.57%에 그쳤다. 수요를 반영해 뱅크웨어글로벌은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으로 정했는데, 올 들어 처음 있는 사례였다.


전진건설로봇은 뱅크웨어글로벌 직후 수요예측(7월30일~8월5일)을 진행했다. 특히 수요예측 마지막날(8월5일)이 국내 증시가 큰 타격을 받은 검은 월요일이었다. 그럼에도 경쟁률이 870.2대1에 달했는데 중형딜(공모액 507억원) 중에선 최상위권이었다. 상초베팅 비중도 81.2%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뱅크웨어글로벌과 전진건설로봇은 상장 후 투심도 수요예측 결과를 그대로 따라간 모습이다. 유라클은 수요예측서 미지근한 결과를 냈는데 상장 후 투심도 비슷했다. 유라클은 상초 베팅 비중이 47%에 그쳤었다.



◇ 시프트업 어닝쇼크 실적에 19% 폭락...전진건설로봇 부각 배경


전진건설로봇은 우수한 실적 대비 겸손한 밸류를 제시한 곳이다. 건설현장에 쓰이는 콘크리트펌프카 제조사로 글로벌에서 시장 지위가 5위권이고, 프리미엄 시장인 북미에선 2위권이다. ​매출 70%를 수출로 버는데, 40%는 경쟁난도가 높은 미국 매출이다. 그런데 미국 시장수요가 2021년 말 통과한 인프라투자법에 기인해 큰 폭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터키 대지진으로 인한 재건수요까지 겹쳤다.



덕분에 2020~2023년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20.7%다. 프리미엄 제품을 팔고 있어 수익성도 우수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2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0.8%다. 반면 밸류(2120억~2412억원)에 적용한 주가수익비율(PER)은 7.18~8.17배로 시장친화적이었다. 상장일 유통가능물량 비중도 16%에 그쳐 수급도 우수했다.


특히 최근 공모주 시장은 과거 대비 실적에 더 민감해졌다. 시장과열로 대다수 발행사들이 고평가된 상태로 상장해왔는데 상장 후 처음으로 발표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주가가 폭락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게임대어 시프트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올 4월 출시한 신작 콘솔게임인 스텔라블레이드가 잘 팔린다고 분위기를 뛰어 밸류에 적용한 33배에 이르는 PER을 합리화시켰다. 그런데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을 통해 스텔라블레이드 최근월(6월) 매출이 38억원에 그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탓에 시프트업은 실적발표 후 이틀만에 주가가 무려 19%나 폭락했다.


전진건설로봇이 상장 이후 우수한 주가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다. 밸류 자체가 시장친화적이인데다 실적 변동성은 크지 않은 구조기 때문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시프트업을 계기로 최근 공모주시장이 실적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전진건설로봇 같은 기업에 투심이 쏠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