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게 유통업계 사상 최대 과징금(1400억원)을 부과한 배경 중 하나는 PB제품을 만들어 파는 자회사 씨피엘비(CPLB)에 있다. 쿠팡이 검색순위와 후기를 조작해 PB제품을 최고인기 상품으로 소비자들이 인식하게 했다.


씨피엘비 비용과 수익구조를 보면 공정위 제재를 일면 이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에 입점해 있는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씨피엘비가 현저한 우위에 있다. 일반 제조사들은 광고와 판촉으로 상당한 비용(이하 광고비)을 쏟고 있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3~4%, 많게는 11%에 이른다. 그래야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선 눈에 띄는 매대에, 온라인에선 검색순위 상단에 노출된다


씨피엘비는 광고비 비중이 0.2%에 그친다. 쿠팡이 거의 무료로 최고의 마케팅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입점사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PB제품과 경쟁해왔다. 불공정한 경쟁은 종국엔 소비자들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 알고리즘‧후기 조작, 검색어 상위 고정…입점사엔 "공정거래 하라"


씨피엘비는 쿠팡이 2020년 7월 PB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100% 자회사다. PB(Private Brand)는 유통업체가 만든 자체브랜드를 의미한다. 제조역량이 없기에 하청업체(제조사)에 생산을 맡긴다. 씨피엘비 주요브랜드는 곰곰(식품), 탐사(생수·음료, 세제), 코멧(리빙), 비타할로(건강기능식품), 캐럿(패션) 등으로 소비재 전반을 취급한다.


씨피앨비는 설립 이후 단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2020년 1331억원이던 매출이 3년만인 2023년 1조6636억원으로 무려 12.3배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9억원에서 1143억원으로 60배가 됐다.



로켓배송으로 유통업계 헤게모니를 쥔 쿠팡이 씨피앨비를 플랫폼 내에서 검색순위와 구매후기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전폭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달 1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조사결과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쿠팡이 3가지 알고리즘을 통해 PB상품 5592개를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고 밝혔다.


3가지 알고리즘은 PB상품에 대한 △프로덕트 프로모션(1,2,3위 고정노출) △SGP(기본 검색순위 점수 1.5배 가중)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검색어 1개당 최대 15개까지 검색순위 10위부터 5위간격으로 고정노출) 등이다.



더불어 전사적으로 임직원들을 동원해 PB상품 구매후기를 작성케하는 지원을 했다. 조사기간 동안 2297명 임직원이 7342개 PB상품에 7만2614개의 긍정적 구매후기를 달았다. 평균 4.8점높은 별점을 부여했다.


반면 쿠팡은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21만개 입점사들은 구매후기 작성을 엄격히 금지했다. 입점사들에 대한 공지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 특성상 구매후기는 상품구매를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라며 "후기 조작행위는 구매자로 하여금 상품품질과 성능에 대해 오인하게 한다"면서 조작행위를 하지 말라고 한 바 있다.



◇ 씨피엘비 광고비 비중 매출의 0.2%…입점사들은 수백억씩 지출


해당 행위의 결과로 씨피엘비는 광고비 등 비용측면에서 현저히 유리한 경쟁을 해왔다. 씨피앨비와 매출규모가 유사한 제조사이자 쿠팡입점사인 매일유업과 비교해보면 선명히 드러난다. 사실 PB사업은 원가측면에선 불리하다. 하청업체가 물건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에 용역수수료까지 얹은 것이 원가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씨피엘비는 일반 제조사들대비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지난해 매출(1조6436억원) 가운데 매출원가(1조4246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86.7%다. 반면 매일유업은 지난해 매출(1조7830억원) 가운데 매출원가(1조2854억원)가 72.1%로 씨피엘비(86.7%)보다 14.6%포인트 가량 낮다.



그런데 최종 수익률(영업이익률)은 되레 씨피엘비가 높다. 쿠팡이 플랫폼내에서 최고의 마케팅을 거의 무료로 해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씨피엘비가 광고선전비로 쓴 금액은 39억원으로 매출의 0.2% 수준에 그친다. 전년인 2022년에도 광고비는 26억원(매출의 0.2%)에 불과했다. 이에 높은 원가부담에도 지난해 영업이익률 7%를 기록할 수 있었다.


더불어 향후에도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사는 프로모션이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광고비를 상당히 많이 쓰고 줄이기 쉽지 않다. 반면 씨피엘비는 매출이 수조원대로 커져도 광고비 부담이 없다. 갈수록 수익성이 개선돼왔던 이유다. 씨피엘비 영업이익률은 2020년 1.4%에서 2021년 2.3%, 2022년 5.3%로 매출이 커질수록 높아졌다.


입점사들에겐 없는 경쟁력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광고비로 881억원을 썼는데 전체 매출의 4.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22년 광고비는 916억원, 비중은 5.4%였다. 0.2% 수준에 불과한 시피엘비와는 큰 격차가 있다.


생활용품 제조사인 애경산업과 비교해도 씨피엘비 비용에 있어 크게 우위에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매출원가 비중이 52.9%로 씨피앨비(86.7%)나 매일유업(72.1%)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그런데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9.3%로 씨피엘비보다 2.3% 높은데 그친다. 광고비를 워낙 많이 쓰기 때문이다. 애경산업 지난해 광고비는 751억원으로 매출(6689억원)의 11.2%에 달한다.


씨피엘비의 일반 제조사 대비 우월한 수익구조는 결국 모회사인 쿠팡에게 유리하다. 중장기적으로 쿠팡 연결기준 수익성제고를 도모할 수 있다. 전사적 지원을 한 이유로 풀이된다. 반면 입점사와 소비자는 그만큼 불리해 진다.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 "쿠팡이 위계행위(검색순위‧후기 조작)로 검색순위 100위 내 노출되는 PB상품 비율은 56.1%에서 88.4%로 높아졌고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며 "이에 21만개 입점사는 자사상품을 검색순위 사위에 올리기 어렵게 됐다"고 기재했다.


소비자 선택권저해와 관련해선 "쿠팡 자체조사(2021년 5월)에서도 PB상품 노출지속으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으로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순위조작이 평균판매가격을 올려 물가안정에도 반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기상품을 상위에 고정노출하지 않는 경우 쇼핑몰내 판매되는 상품들 평균가격이 하락한다는 점에서 검색순위 조작으로 평균판매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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