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할 때 주가매출비율(PSR)로 기업가치(밸류)를 구하는 기업은 주로 '성장성'이 뛰어난 곳이다. 쿠팡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시장의 퍼스트무버(선도자)들에게 어울린다.


당장엔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거나 적자인 상태지만 매출이 급증하는 특징이 있다. 수년 후 시장 주도적사업자가 되면 뛰어난 수익성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 규모의 경제로 비용이 효율화되고, 가격 결정능력도 제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PSR을 택한 블루엠텍은 의약품유통업계의 '쿠팡'을 지향하고 실제 뛰어난 성장성을 보여왔다. 퍼스트무버로 인정받는다. 다만 수익성에 있어선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이 일각의 지적이다. 매출이 늘수록 원가율이 되레 높아지고 있다. 매출확대가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블루엠텍도 이 같은 구조를 인정하고 신사업으로 수익을 내려하고 있다. 밸류 적정성 역시 신사업 가시성에 달려있다. 상장 후에도 주가를 제고하려면 지속 입증해야 할 과제다.


◇의원수 70% 확보는 긍정적…비급여 제품도 원가율 99.6%


국내 유통산업은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박한데 의약품유통시장은 상대적으로 더하다. 대형 오프라인업체들 대다수가 1%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매출규모로 1위인 지오영은 2022년에 매출 2조8605억원에 영업이익이 602억원으로 2.1%다. 2위인 백제약품은 0.14%, 3위 지오영 네트웍스는 0.31%, 4위 복산 나이스 0.72%, 쥴릭파마코리아는 0.11%다. 상위 5개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0.7%에 그친다.



국내 의약품유통업체들이 3000여개가 넘을 정도로 난립해 경쟁이 심한데다 의약품이 규제 산업으로 정부가 약가를 직접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가 조정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블루엠텍도 이 구조적 한계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블루엠텍은 기존 오프라인 거래 중심이었던 의약품 유통구조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퍼스트무버다. 온라인플랫폼 블루팜코리아를 만들어 제약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고 있다. 여기서 핵심 소비자는 동네의원이다. 2022년 기준 국내 의약품 전체 공급규모는 35조원인데 동네의원은 수요는 2조7607억원 규모다. 약국이 23조275억원으로 가장 큰 시장이고, 종합병원은 7조7196억원, 병원급은 1조8877억원 수준이다.


블루엠텍이 동네의원을 노린 것은 공급사(제약사)나 기존 도매상(유통사) 입장에선 계륵 같은 시장인 탓이다. 비용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 동네의원들은 필요한 약이 소규모다. 대형병원과 달리 입원환자가 많지 않은 탓이다. 이에 제약사들도 영업사원을 파견하기를 꺼리고 도매상 입장에서도 마진이 적어 적극적이지 않다.


블루엠텍 등장으로 동네의원들은 의약품 구매가 편해졌고 제약사는 비용절감(영업사원 인건비)을 이루게 됐다. 블루엠텍이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이유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동네의원 2만7000여곳이 블루팜코리아 회원으로 가입해있는데, 이는 국내 전체 의원수의 70% 수준이다.



블루엠텍은 그나마 수익성이 양호할 것으로 기대되는 백신과 비급여 의약품에 집중했다. 비급여는 비만치료제와 같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제품이다. 일부 백신도 보험 적용이 안된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제품은 가격결정권이 판매하는 의원에 있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일반의약품 대비 비급여 제품이 블루엠텍 입장에선 보다 나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2020년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원가율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2020년엔 매출이 299억원, 매출원가는 257억원으로 원가율이 85.8%이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이 806억원으로 2020년 연간치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매출원가는 715억원, 원가율은 88.7%로 2020년(85.8%) 대비 되레 높아졌다.



백신과 비급여 제품 수익 기여도가 예상과 달리 높지 않은 탓이다. 백신 매출은 2020년 165억원에서 올 3분기 누적 297억원 규모로 커졌지만 같은 기간 원가율은 102.9%에서 99.3%로 소폭 낮아지는데 그쳤다. 올 3분기 누적 백신 원가는 295억원으로 매출(297억원)과 비슷하다. 남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비급여 제품은 성장 1등공신이지만 역시 수익 기여도가 낮았다. 2020년 32억원이던 매출이 올 3분기 누적 309억원으로 커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원가율은 91.2%에서 99.6%로 되레 높아졌다. 역시 매출과 원가가 비슷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순매출(매출-원가)에서 판매비와관리비를 제하면 적자가 나거나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준이 된다. 블루엠텍은 지난해는 영업이익이 8억원으로 이익률이 1.2%였다. 올 3분기 누적으로는 영업이익이 1억2700만원으로 이익률이 0.2%에 그쳤다. 올해는 물류센터 준공과 IPO준비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수익성이 더 악화했다.



블루엠텍은 고객(의원, 제약사)을 모은 것엔 성공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기존 유통사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출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연간 예상매출이 1150억~1200억원 수준인데 전체 의원시장 규모는 2조7000억원대다. 개척할 영역이 아직도 많다. 회원(의원)은 충분히 확보해 놨기에 이제 공급 품목을 점차 확대해 매출을 늘려갈 전망이다.


◇외국계와 총판 계약 임박, 수익 일조 기대


이익창출을 위해선 다른 묘수가 필요하다. 다양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외국계 제약사와의 총판계약이다. 총판은 특정 제약사 제품 유통을 독점하는 것이다. 블루엠텍 현재 고객은 의원으로 한정돼 있는데 총판계약을 하면 전체 시장 공급자(도매상)가 된다. 약국과 대형병원 공급권까지 쥐게 되는 것으로 기존과 달리 마진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약국과 대형병원은 기존 오프라인 도매상들이 공급하고 있는데 총판계약을 하면 불루엠텍이 이들에게 도도매상이 된다. 중간 유통마진을 취할 수 있다.


블루엠텍은 현재 글로벌 M사와 총판계약 협상을 하고 있는데 거의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예상 매출이 100억원 수준인 계약으로 전해진다. M사는 블루엠텍 온라인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도 절감되고 효율적이라고 봤다. 이 계약이 성공하면 또 다른 외국계와 총판계약 거래를 틀 확장성도 갖추게 된다.


외국계 제약사는 안정성과 투명성을 중시해 까다롭게 유통사를 고른다. 이에 트렉레코드가 있는 유통사를 선호하는데 M사와 계약에 성공하면 블루엠텍은 유의미한 트렉레코드를 확보하는 것이 된다.


나머지 신사업은 아직 가시화된 단계가 아니라 검증이 필요하다. 우선 의약외품을 PB(private brand goods)로 만든다. 의약외품은 소독약이나 주사바늘, 수액 등 의원에서 사용되는 소모품이다. 일정 수준의 품질과 가격을 갖추면 회원을 대상으로 수월하게 팔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기 때문에 타 브랜드보다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다. 내년부터 20여개 상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블루피드라는 IT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제약사 영업사원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부의 리베이트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약사 관리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노렸다. 개발은 완료했고 일부 제약사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역시 내년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더불어 의원들의 재고관리를 돕는 ERP시스템을 개발해 내년 하반기부터 상품화하고, 제약사를 대상으로 웹세미나와 플랫폼 내 광고 유치 등으로 부가수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유통사업만으로는 매출이 2000억~3000억원으로 늘더라도 수익성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신사업 중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외국계 제약사와의 총판계약과 이에 따른 확정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신사업은 내년에야 가시화되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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