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4000억원 시장에서 자사 매출이 1400억원이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김현수 블루엠텍 대표가 올 10월 일부 언론 인터뷰 기사를 통해 언급한 올 연간 매출 가이던스다. 해당 기사 중반부에 "회사측이 올 연간 매출 14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다시 언급됐다.


해당 발언이 문제되는 것은 기대에 못 미치는 3분기 실적이 최근 공개됐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매출성장율이 80%에 달하던 회사가 3분기엔 10%대로 뚝 떨어졌다. 공모가 지연된 덕에 새롭게 알려진 사실이다. 지연되지 않았다면 3분기 실적을 투자자들이 모른 채 공모가 진행될 뻔 했다.


블루엠텍은 의약품 유통업계의 '쿠팡'이라는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로 상장에 도전한 곳이다. 그간 보여준 '성장성'을 근거로 이익미실현(테슬라 요건) 특례제도 방식 상장을 승인받았다. 기업가치(밸류) 평가방법 역시 성장성을 근거로하는 주가매출비율(PSR)을 택했다.


기관수요예측이 진행되기 직전 '성장둔화' 사실이 확인된 것이 투자자들 입장에선 다행이다. 밸류 적정성에 대해 재평가를 할 수 있다. 반면 회사측은 예상매출을 과대포장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4분기에 매출증가율이 180%가 넘는 역대급 실적을 내지 않으면 연간 가이던스를 달성할 수 없다.


김현수 대표(사진:블루엠텍 유튜브 IR콘텐츠 캡쳐)



◇최초 수요예측 11월 6일까지, 3분기 실적 공개 않는 일정


최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블루엠텍은 올 3분기에 매출 387억원, 영업손실 49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331억원)은 17% 늘고, 영업이익(9억원)은 적자전환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10%대 매출증가율은 양호한 실적이다. 그런데 블루엠텍은 성장성에 근거해 상장 허들을 낮춰준 곳(특례상장 허용)이다. 직전 실적과 비교해선 뚜렷하게 성장성이 둔화했다. 최근 2년 반동안 60~80% 매출증가율을 보이던 곳이 올 3분기에는 10%대로 낮아졌다.


올 상반기 매출(418억원)은 전년 동기(230억원)와 비교해 81.6%나 늘었었다. 더불어 2022년 매출(771억원)은 전년에 비해 55.4%, 2021년 매출(496억원)은 전년 대비 65.7% 증가했었다.



두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다. 우선 경영진의 '진실성'이 의심 받고 있다. 김현수 대표는 공모 직전 인터뷰 기사를 통해 올 연간 예상매출을 약 1400억원으로 봤다. 더불어 성장성이 앞으로도 풍부함을 암시했다.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이 대다수(전체 시장 2조4000억원)이고 이를 자사의 온라인유통사업 역량으로 대체해 시가총액 1조원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인터뷰기사가 나간 것은 올 10월 6일이다. 그리고 올 10월 13일 공모가 산정내역을 담은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증권신고서는 올 상반기까지 매출을 기반으로 공모가를 정했다.



10월은 4분기(10~12월)의 첫 달이다. 3분기 실적에 대해 회계적 결산은 하지 않았더라도 분위기는 알 수 있는 시점이다. 김 대표는 이 때 올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1400억원)를 내비췄다. 그리고 기관수요예측은 3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일정으로 잡았다.


최초 증권신고서 상 수요예측일은 올 10월 31일부터 11월 6일까지였다. 상장사는 분기가 마무리되는 날로부터 45일 이내에 분기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날짜로 보면 9월 말이 분기종료시점이고 3분기 실적은 11월 15일까지만 공시하면 된다. 이 때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공시의무도 없다. 11월 15일 직전에 상장해 3분기 실적을 공개해야 할 의무가 생겼더라도 이 때는 이미 공모가 마무리된 시점이다.


◇ 금감원 요구로 늦어진 공모, 드러난 '성장 둔화'


그런데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수요예측 일정이 지연됐다. 10월 30일 첫 번째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밸류 산출방법에 변화를 준 것이 핵심 정정내용이었다. 핵심 내용이 바뀌면서 수요예측일은 직전 계획보다 20여일 늦어진 11월 22일~28일로 바뀌었다. 투자자들이 바뀐 내용을 확인할 시간을 준 것이다.


그리고 수요예측이 늦어되면서 3분기 실적을 결산할 수 있는 타이밍이 도래했다. 이에 금감원은 3분기 실적과 재무현황을 증권신고서에 업데이트 할 것으로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블루엠텍은 11월 3일에 3분기 현황이 담긴 2차 정정보고서를 제출했다. 수요예측 지연으로 성장둔화 사실을 공개하게 된 셈이다.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블루엠텍 신고서 정정이 너무 잦아 성장둔화 사실을 뒤늦게 포착했다. 블루엠텍은 이후로도 16일(3차)과 17일(4차)에 추가로 신고서를 바꿨다. 증권신고서 자체로 내용이 방대한데 정정한 내역도 적잖았다. 이에 수요예측일이 다가와서야 한 번에 정밀하게 최종 신고서를 들여다봤는데 펀더멘털에 중요한 변화가 생긴 사실을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심사역은 "김현수 대표의 올 8월과 10월 인터뷰기사를 토대로 올 예상매출이 1300억~14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며 "3분기 매출증가율이 크게 낮아진 사실을 확인하고 추정 매출도 뒤늦게 낮춰 밸류를 다시 따지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엠텍이 매출 과대포장 의혹을 피하려면 4분기에 기록해야 할 매출은 약 600억원이다. 올 3분기까지 누적매출(806억원)에서 올 연간 예상매출(1400억원)을 뺀 금액이다. 4분기에 매출 600억원을 기록할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86%가 된다. 3분기 매출증가율(17%)과 현격한 격차가 있다.


블루엠텍측에 3분기 매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된 이유와 4분기 매출 전망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블루엠텍은 이달 23일 현재 수요예측(22일~28일) 두 번째 날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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