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 광풍의 후유증은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자들이 보게 되는 손해다. 그리고 그 첫 사례가 나왔다. 블루엠텍이 상장 한 이후 한 달여 만에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공모단계가 아닌 상장 이후 광풍에 편승하려 했던 투자자들 손실은 훨씬 크다.


블루엠텍은 의약품업계의 '쿠팡'이라는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로 상장한 곳이다. 공모 과정서부터 일각에서 펀더멘텔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기술특례를 활용한데다, 매출기반으로 기업가치(밸류)를 정했는데 상장 직전 성장률이 둔화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의약품 유통업이 전통적으로 이익이 박한 구조라 수익성에 대한 숙제도 안고 있었다.


기업설명회(IR)에 대한 신뢰 저하 이슈도 있었다. 대표가 상장 전 올 연간매출을 1400억원대로 자신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1100억원대에 그쳤다.


◇ 광풍 덕 상장일 수익률 160%, 그만큼 손해


블루엠텍은 2023년 12월 13일 공모가 1만9000원으로 상장했다. 그리고 두 달 가량이 지난 이달 15일 현재 종가가 1만8610원이다. 공모가 대비 2.05% 가량 낮은 금액이다. 주가가 공모가를 처음 하회하기 시작한 건 상장한 이후 27일 영업일만인 올 1월 23일이다. 이날 1만8430원으로 장을 마감한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공모가 위로 오른 날은 올 2월 5일(1만9100원) 딱 하루다.


블루엠텍 주가(자료:네이버금융)



현재까지 공모 주주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손실률이 그리 크진 않다. 다만 상장 이후 투자자들은 다르다. 광풍 덕에 상장일에 종가가 5만1000원으로 공모가 대비 168.4% 치솟았기 때문이다. 현 주가와 비교하면 그만큼 누군가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 된다.


블루엠텍이 거품을 드러낸 첫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작년 12월 6일 상장한 케이엔에스가 광풍의 시작이었다. 현재까지 약 두 달간 총 10개사가 상장했는데 케이엔에스를 비롯해 5개사 상장일 종가가 가격제한폭(상승률 300%)까지 오르며 열기를 부추겼다. 나머지 5개사도 상장일 100% 내외의 우수한 수익률을 보였다.


그런데 10개사 중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곳은 블루엠텍이 유일하다. 10개사의 현재(15일) 종가 기준 평균수익률은 140%다.



◇ 16곳 이르는 FI 엑시트, 기관도 '단타' 집중


직접적인 원인은 블루엠텍에 자금회수(엑시트)를 노리는 재무적투자자(FI)가 너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루엠텍은 쿠팡처럼 그간 이익을 많이 내지 못해 FI자금으로 사업을 확대해왔다. 공모 당시 주주로 있는 FI 수만 16곳에 달했고 보유지분도 과반을 넘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 후 기준으로 FI 등 기존주주 지분율은 60.57%였다. 오너인 연제량 사장 등 대주주 측 전체 지분율은 25.89%에 그치고, 공모 주주는 13.15%였다. 이는 상장 후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수급에 부정적이었다. 살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았다.



상장당일 유통물량비중이 33.83%로 높은 축에 속했다. FI가 지분을 일정기간 팔지 않기로 하는 보호예수에 소극적이었던 탓이다. 상장일에 FI가 팔수 있는 물량비중이 20.68%로 공모 주주(13.15%)보다 많았다.


이는 엑시트의 시작일 뿐이었다. 1개월 뒤 보호예수가 풀리는 FI물량까지 감안한 유통물량비중은 48.24%로 높아지고, 2개월뒤엔 54.13%, 3개월뒤엔 72.99%로 극대화되는 구조였다.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기 시작한 것이 상장 후 한 달여 만인데, FI 1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풀린 것과 무관치 않다.


현 시점은 2개월 보호예수 물량까지 풀린 단계(54.13%)다. 더불어 유통물량비중이 70%대에 달하게 되는 3개월 해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지속 불안정할 수 있다.


여기에 공모에 참여한 기관까지 의무보유확약을 거의 걸지 않았다. 이른 바 기관도 '단타용'으로 블루엠텍을 봤다는 것인데, 역시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관에 최종 배정한 주식수는 105만주인데 미확약 주식이 104만9246주로 99.93%에 달했다.



◇ 결국 펀더멘털, 매출성장률 둔화…전망치 하회로 신뢰 저하


왜 FI는 보호예수에 소극적이었고, 기관도 '단타'를 노렸을까. 결국 블루엠텍 펀더멘털이 이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블루엠텍은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매력으로 전면에 내세운 곳이다. 이익은 쿠팡처럼 시장을 평정한 이후 기대하라는 의미도 깔려있다. 고성장을 지속해야 산정한 밸류가 의미가 있다. 밸류평가방법을 매출을 기준으로 하는 주가매출비율(PSR)을 택했다. PSR은 시가총액을 매출(1년치)로 나눈 배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공모 직전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사실이 드러났다. 작년 상반기 매출(418억원)은 전년 동기(230억원)에 비해 81.6%나 늘었는데, 작년 3분기 매출(387억원)은 전년동기(331억원) 대비 17% 증가하는데 그쳤다.



3분기 실적도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공모시기가 지연되면서 3분기 결산가능 시기가 도래, 새로 추가한 내용이었다. 블루엠텍 측은 백신매출이 4분기로 이연된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를 감안해도 연간으로 보면 상반기 대비 하반기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것이 맞다. 최근 공시한 연간실적을 보면 지난해 연간 매출은 1141억원으로 상반기(418억원)를 제외한 하반기 매출은 722억원이다. 이는 전년동기(540억원)보다 33.6% 늘어난 수치다. 상반기 성장률(81.5%)의 절반이하다. 2022년 연간성장률(55.4%)과 비교해도 역시 낮다.


매출 과대포장으로 IR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 것도 투심을 붙들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김현수 블루엠텍 대표가 작년 10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년 연간 예상매출이 1400억원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실제 매출(1141억원)보다 260억원 가량 많은 수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블루엠텍은 예상 매출을 지나치게 높게 잡았던 것이 드러났고, 의약품 유통업의 고질적 저수익 문제도 신사업을 통해 보완한다는 계획이라 펀더멘털을 확신하지 못했다"며 "기관들이 광풍에 편승해 단타를 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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