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대어 시프트업이 수요예측을 무려 한 달 가까이 진행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기간정정 요청을 받은 것이 장기화 배경이다. 기간정정을 받을 경우 통상적으론 수요예측 일정을 다시 잡는다. 시프트업은 수요예측 초기 베팅 한 기관들 수요를 유지하고자 마감일을 연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공모주주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시프트업은 주가수익비율(PER)을 무려 39배로 잡아 평가밸류를 산출했다. 신작인 스텔라블레이드 초기 판매량이 우수한 것에 따른 자신감이었다. 다만 신작이 출시된지 한 달여 밖에 안됐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밸류에 과도하게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수요예측 장기화로 공모주주들은 신작 판매량을 좀 더 지켜본 후 밸류 적정성을 다시 따져 청약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 수요예측 첫날 상당수 베팅…현황유지 결정, 마감일만 연장


시프트업은 이달 4일 정정신고서를 통해 수요예측을 일정을 기존 6월3일~13일에서 6월3일~27일로 확장한 사실을 공개했다. 통상 5영업일이 걸리는 수요예측 기간을 무려 18영업일로 확대했다. 거의 6월 한 달 내내 수요예측을 하게 됐다.



금감원의 기간정정 요청 탓이었다. 기간정정은 수요예측 일정을 미뤄야할 정도로 중요한 수정사항이 있는 정정을 의미한다. 바뀐 내용을 투자자들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날(4일)은 수요예측을 개시(3일)한 다음날로 기관들이 한창 베팅을 하고 있을 때였다. 더불어 수요예측 첫날에 베팅하면 배정에 가점이 있기 때문에 첫 날 상당수 베팅이 이뤄진다. 시프트업 역시 첫날 참여한 기관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발행사는 수요예측을 다시 잡기보다 마감일만 연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첫날과 둘째날 베팅내역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첫날과 둘째날에 참여했던 기관이 상당했는데 수요예측 일정을 다시 잡을 경우 참여기관들이 재신청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마감일만 연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 니케 지속성 리스크 내용 보강…전작 유저이탈로 서비스 종료


그렇다면 금감원은 왜 기간정정을 요청한 것일까. 정정된 내용으로 봤을 때 현재 주력게임인 니케 실적지속성 관련 리스크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시프트업은 평가밸류를 4조1838억원으로 산출했는데 적용순이익 1065억원에 적용PER 39.25배를 곱한 수치다. 적용순이익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최근 1년치 순이익이다.


해당 순이익은 거의 니케로 벌어들인 금액이다. 즉 니케가 성장하거나 최소 현상유지는 해야 39배에 이르는 멀티플에 합리성을 부여할 수 있다. 그런데 니케는 출시된지 1년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게임이라 이 같은 지속성에 대한 검증이 덜됐다.


니케는 수집형 RPG(롤플레잉게임)와 3인칭슈팅(TPS)이 결합된 서브컬쳐 게임으로 2022년 11월에 출시했다. 서브컬쳐 게임은 애니매이션에 열광하는 오타쿠(한 분야에 탐닉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은어)를 타깃층으로 한다. 니케도 애니매이션풍의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매니아층을 빨아들이며 첫 온기실적은 우수했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매출이 1635억원으로 전년(552억원)에 비해 200% 이상 폭증했다. 그런데 올 1분기 들어선 매출(374억원)이 전년 동기(449억원)에 대비 16.7%로 줄었다.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이에 시프트업도 정정을 통해 관련 리스크를 기재했다. '게임 이용자 이탈 등에 따른 위험' 항목에 유저이탈로 실제 서비스를 종료한 자사게임이 있다고 추가 기재했다. 2016년 런칭한 데스티니차일드는 7년만인 2023년 9월 매출감소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더불어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니케, 스텔라블레이드 등)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프트업 증권신고서 주요 정정(파란색) 내용



◇ 스텔리 블레이드 첫 두 달 실적 확인 가능


공모주주 입장에선 수요예측 장기화가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제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시프트업 멀티플(39배)은 니케 뿐 아니라 신작인 스텔라블레이드까지 '대박'이 나야 성립될 수 있다.


8년 된 장수게임 배틀그라운드로 8년째 5000억원 내외 순이익을 내는 크래프톤 현재 PER이 18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스텔라블레이드가 출시초기 반짝흥행에 그치면 크래프톤의 두 배가 넘는 시프트업 멀티플은 지지받기 힘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니케가 매니아층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실적 현상유지는 다른 게임 대비 강할 것"며 "다만 그만큼 확장(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것이 사실이고, 이에 니케 만으로 현재 멀티플을 지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시프트업은 이번 정정을 통해 스텔라블레이드에 대한 내용도 일부 추가했다. 역시 초기반응이 좋다는 내용이다. 스텔라블레이드는 콘솔게임으로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을 보유한 일본 소니가 독점 퍼블리싱(유통)을 하고 있다. 올 4월 26일 출시해 현재(6월 5일)는 한 달여 정도 지난 시점이다.


스텔라블레이드 이미지(사진:홈페이지)


이에 대해 시프트업은 "다수 국가에서 사전구매 1위, 아마존 베스트 셀러 1위 등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며 "(중략) 스텔라 블레이드 흥행은 당사의 높은 영업이익률 유지 및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추가 기재했다.


다만 소니와 시프트업 모두 현재까지 스텔라블레이드에 대한 정확한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판매량이 있어야 신작으로 인한 매출제고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작년 콘솔게임 시장에서 젤다의 전설(왕국의 눈물)로 대형히트를 친 개발사 닌텐도는 초기 판매량을 공개한 바 있다. 출시 3일 만에 1000만장을 팔았다고 밝혔다.


이에 증권사들도 추정을 할 수 밖에 없다. 메리츠증권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텔라블레이드 판매량이 올 2분기 200만장, 연간으로는 500만장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기반해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4만7000원~6만원이다. 다만 추청치에 근거했기에 밸류 변동성은 클 수밖에 없다.


수요예측 마감일(6월27일)이 도래할 쯤이면 스텔라블레이드 2개월치 판매량이 집계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밸류 적정성을 다시 따져볼 수 있다. 작년 파두 사태를 계기로 가결산 실적도 집계되는데로 증권신고서에 추가기재하도록 금감원이 요구하고 있다. 시프트업 역시 스텔라블레이드 관련 실적업데이트를 요구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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