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전 세계에서 주주환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매년 80조~10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쓰고 소각한다. 당연히도 '주가'는 지난 10년치를 보면 줄곧 우상향을 그려왔다. 이른 바 믿고 보는 중장기 투자처가 됐다. 애플에 오래 투자할수록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숫자로 드러냈다.


뷰티테크 에이피알이 주주환원에 있어서 한국판 '애플' 지위를 노린다. 젊은 창업주 김병훈 대표의 의지가 확고하다. 에이피알은 글로벌 뷰티시장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에이지알(AGE-R)로 국내외 홈뷰티디바이스 시장을 개척해냈다.


주주가치 제고에 있어서도 비교우위에 선다는 목표다. 워런버핏 투자지표로 유명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이미 40%수준이다.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들보다 높은데, 이번 자사주 소각으로 더욱 상승할 전망이다. 더 매력적인 주식이 된다는 의미다.


◇ 상장 4개월만에 파격책…'소각'까지 못박다


에이피알은 이달 24일 6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NH투자증권을 신탁기관으로 정해 이날부터 올 12월 23일까지 장중 취득하는 일정이다.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취득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다.



자사주 취득 결정은 올 2월 코스피에 상장한 이후 처음이다. 경영진도 같은 목적으로 자사수를 매입한 바 있다. 올 5월 김 대표가 1만1000주(약 32억원), 신재하 부사장이 1000주(약 3억원), 정재훈 상무가 100주(약 3천만원)를 장내 매수한 바 있다.


애플을 롤모델 삼은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상장 4개월 만에 시작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혁신기업 답게 주주환원 정책도 신속하면서도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알려져있다 시피 국내 기업들은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다. 정부가 나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할 정도다.


자사주는 매입만으로도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있다. 상법상 취득 이후 일정 기간 매각이 제한(취득결과보고서 제출 후 6개월)되기 때문에 유통주식수가 감소한다. 시가총액은 그대로인데 유통주식수가 줄면 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다만 '매입'은 반쪽자리 주주환원이다. 추후 회사가 재원마련을 위해 시장에 되팔 경우 다시 유통주식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영승계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활용하는 경우도 과거엔 많았다.


'소각'까지 진행해야 진정한 주주환원이다. 유통주식수가 아니라 발행주식수 자체가 줄어든다. 주당가치가 영구적으로 높아진다. 가령 발행주식수가 10주인데 시가총액이 10조인 기업이 있다고 치면 한 주의 가치는 1조원이다. 그런데 9주를 소각하면 1주가치가 10조원이 된다.


에이피알은 처음부터 '소각'을 위한 매입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에 진정성있는 주주환원으로 평가받는다. 더불어 일회성이 아닌 앞으로도 지속할 환원책이다.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같이 계속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꾸준히 관련 정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애플 10년간 주가 9.2배 상승, 자사주 소각의 힘


에이피알이 애플을 롤모델 삼은 것으로 보는 근거다. 애플은 2012년 이후로 매년 700억~900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써왔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970억달러(약 130조원)의 70~90% 수준이다. 2012~2022년 누적 자사주매입액은 5720억달러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주환원에 투입해 왔다.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지난 10년간 애플 주가는 일관되게 우상향을 그려왔다. 2014년 6월 24일 종가가 22.57달러였는데 딱 10년만인 이달 24일 종가는 208.14달러로 무려 9.2배 올라있다. 애플 입장에선 부정적 환경인 △스마트폰 시장둔화와 △AI반도체 종목 부각 이슈에도 주가는 줄곧 선방해 왔다.


애플 최근 10년 주가(사진:네이버금융)


개선된 ROE가 자사주소각이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ROE는 자본총계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순이익/자본총계*100)이다. 자본총계는 2년 평균치를 활용한다.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애플 ROE는 2012년 2017년 30%대에서 올 1분기말 기준으로 127.8%로 올라있다. 작년 말 기준 ROE는 200%에 가깝다. 자사주소각으로 자본총계를 줄이다보니 이젠 자본총계보다 당기순이익이 커지는 상황이 됐다. 그만큼 매력적인 주식이라는 의미다. 워렌버핏은 '최근 3년 평균 ROE가 15% 이상'인 기업에 투자하라고 과거 권고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애플주식도 2017년부터 사들였다.


◇ 에이피알 ROE 40%, 이미 글로벌 수준


다만 애플처럼 꾸준히 자사주소각과 ROE를 제고하려면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에이피알도 실적에 자신이 있다. 지난해 매출이 5238억원, 영업이익이 1042억원(이익률 19.9%)이다. 최근 3년평균 증가율이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206%에 이른다. 에이지알이 세계최대 뷰티시장인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에서 잘 팔리고 있는 덕이다.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상장 후 투자(포스트IPO)를 할정도로 중장기 펀더멘털을 인정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달 21일 공시를 통해 최근 장내매수로 지분율이 10%가 넘은 사실을 공개했다. 총 81만9012주(10.7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달 24일 종가(40만원) 기준 3276억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더불어 에이피알은 자본에 비해 풍성한 이익을 내는 효율적 영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덕분에 ROE가 이미 국내기업들을 크게 상회한다. ROE는 2021년 말 19.4%에서 2022년 말 36%, 2023년 말 54.9%로 지속 높아지고 있다. 올 1분기말 기준으론 39%로 낮아졌는데 올 초 상장대금 유입으로 ROE의 분모인 자본총계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그럼에도 국내기업보단 ROE가 크게 높다. 국내 상장사 2014~2023년 평균 ROE가 8%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도 지난해 말 기준 ROE가 4.15%에 그친다. 에이피알은 내로라하는 해외기업과 견줄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마이크로소프트 ROE는 38.22%. 코카콜라는 30.28%, 월마트는 19.32%다.


에이피알이 한국판 '애플' 지위를 노려볼 수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주주환원에 있어서도 애플 수준의 차별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자사주 소각은 시작이고, 추후에도 일관성있게 환원책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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