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은 전문투자가 사이에서 기업가치(밸류)가 시장친화적이라는 평판이 나오고 있다.


에이피알은 화장품과 뷰티디바이스 두 시장에서 모두 혁신적 사업자로 평가받는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선 방문판매 등 오프라인에 기반을 두는 기성업체들과 달리 온라인(자사몰)으로 성공했다. 자사몰 가입자가 500만명이 넘는다. 뷰티디바이스는 시장 개척자다. 출시 2년 만에 연간 2000억원대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멀티플은 주요 화장품과 뷰티디바이스 경쟁사들보다 모두 낮게 적용했다.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다. 개선될 올 연간 예상실적을 대입하면 PER이 보수적으로 잡아도 14~15배로까지 낮아진 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그만큼 기관들이 성장에 대해 '확신'을 하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 40배, 클래시스 33배…중소 경쟁사 넣어 '균형'잡아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공모가 희망밴드(14만7000원~20만원) 기준 시가총액이 1조1460억~1조5592억원이다. 이를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574억원)을 연환산한 적용순이익(765억원)으로 나누면 PER이 14.96~20.36배로 도출된다.


희망밴드 상단 기준 20배는 에이피알이 가진 경쟁력을 감안하면 적절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피알 성장문법은 기존 주류 업체들과 다르다. 2014년 설립 이후 당시엔 생소했던 D2C(직접판매, Direct-to-Consumer) 사업모델을 도입했다. 제조사가 스스로 구축한 판매망인 자사몰을 통해 화장품을 팔았다. SNS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고객층을 넓혔다.


D2C의 장점은 고객이 누적될수록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소비패턴)가 쌓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자사몰 회원수는 503만명에 이른다. 이는 성장을 가속화하는 비결이 됐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이 3718억원이다. 전년 동기(2696억원)에 비해 37.9% 늘어난 수치다. 직전 4년(2019~2022년) 연평균 매출증가율도 36%다. 설립 이후 9년동안 연평균 증가율은 157.4%다.



특히 자사몰 기반은 큰 비용 없이 해외진출도 가능케 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 가운데 해외매출이 37%를 차지하고 있다. 자사몰은 수익성도 높다. 지난해 3분기누적 영업이익은 69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8.8%다. 유통수수료(로드샵 등)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읽는 능력은 뷰티디바이스라는 신시장 개척으로도 이어졌다. 피부과에서 받는 피부시술 가격이 70만~90만원에 달하는 시장상황을 착안했다. 저렴한 가격에 집에서 같은 효과(피부기술)를 볼 수 있는 홈 뷰티 디바이스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을 2021년 초 출시했다.


이 브랜드 시리즈는 출시 이후 작년 12월까지 2년만에 168만대가 팔렸다. 금액으로는 작년 연간 약 2000억원이다. 덕분에 에이지알은 지난해 기준 국내 점유율이 32%로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메디튜브 디바이스(왼쪽)와 화장품

특히 에이지알은 기존 화장품 판매량까지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에이지알과 화장품을 같이 사면 할인혜택을 주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디바이스 출시 후 메디큐브 화장품 매출은 2020년 3분기누적 669억원에서 2023년 3분기누적 1060억원으로 59% 늘었다.


주류 화장품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사이에 거둔 결과물들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오래전부터 방문판매와 면세점을 중심으로 고가화장품을 팔아왔다. 하지만 이 같은 고전적 판매문법은 코로나19를 만나 크게 위축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이 2019년 5조5801억원에서 2022년 4조1348억원, 2023년 3분기누적으론 2조7479억원으로까지 낮아졌다. 2023년 3분기누적 영업이익(874억원)은 같은 기간 에이피알(697억원)보다 소폭 많은 수준으로까지 좁혀졌다.


그런데 에이피알 밴드상단 기준 PER(20배)은 아모레퍼시픽(41.93배)의 절반에 그친다. 에이피알 보다 체급이 낮은 중소 화장품사들인 클리오(18.6배), 본느(17배), 아이패밀리에스씨(12배) 등을 피어그룹(비교기업군)에 포함시켜 평균치를 크게 낮춘 덕이다.


에이피알은 디바이스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저렴하다. 피어그룹엔 병원에 미용목적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클래시스(31.63배)와 하이로닉(36.03배)도 있다. 에이피알은 개인용(에이지알), 클래시스 등은 병원용 디바이스라는 것이 다르다. 다만 에이피알도 병원용을, 클래시스는 개인용 시장을 신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론 경쟁관계가 된다.



◇ 올 예상 순이익 1300억, PER 12배로 낮아져


시장친화적 밸류라는 평가가 나온 것은 올 예상실적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홈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국내외 막론하고 시장형성 초기단계다. 시장조사기관 갤럽 등에 따르면 홈뷰티 디바이스 보급률은 국내는 지난해 8.4%에서 2030년 24.8%로, 미국은 같은 기간 5.5%에서 24.8%, 일본은 11.3%에서 24.9%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지알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 해외서도 잘팔리고 있다. 전체 판매대수에서 해외 에이지알 판매량 비중은 2021년 23.7%에서 지난해 37.5%로 높아졌다. 지속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에이지알은 대당 판매단가가 점차 높아진다는 특징이 있다. 1세대 초기모델은 가격 25만원 내외인데 최근 제품은 40만 내외로 높아져있다. 에이피알은 에이지알을 2년에 한번씩 리뉴얼해 내놓는 정책을 펴고 있다. 기능을 고도화하면서 가격도 높여 잡는다. 올해는 2세대 제품을 순차적으로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내놓을 계획이다. 역시 실적개선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유진투자증권은 에이피알의 올해 연간 예상순이익을 1300억원으로 봤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인 적용순이익(765억원)과 비교하면 70% 가량 높아진 수치다.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 시가총액(1조5592억원)을 올 예상순이익(1300억원)으로 나눈 2024년 포워드 PER은 12배에 그친다. 올 예상 순이익을 조금더 보수적으로 추정한 1000억~1100억원으로 봐도 2024년 포워드 PER은 14~15배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에이피알은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밸류를 포워드 기준으로도 보고 있다"며 "보수적으로 잡아도 14~15배 수준이라 경쟁이 가장 치열한 딜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올 들어 기관들도 '단타'에 집중하는 묻지마 투자에 편승하고 있는데 에이피알은 의무보유확약이 많이 걸리는 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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