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영업환경에서 넥스틸만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솔직히 우리도 (배경이) 궁금하다"


강관 제조사 넥스틸 3분기 실적에 대한 동종업계 반응이다. 기업공개(IPO) 직후 처음으로 발표한 분기 실적인데, 경쟁사가 의아해 할 정도의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올 3분기 매출은 전기 대비 3분의 1로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실적 악화는 업계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 내 강관 판가가 작년 내내 크게 치솟았다가 올 초부터 하락한 탓이다. 국내 강관 제조사 실적도 작년 정점을 찍고 올해는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피크아웃(Peak out) 우려가 있었다.


넥스틸 실적이 충격적인 것은 IPO를 할 때 '자신감'을 보인 탓이다. 피크아웃 우려를 기업가치(밸류)에 반영하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피크아웃에 가장 취약했다.


◇ 3분기 매출 600억대, 3분의 1 토막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넥스틸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67억원에 영업손실 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1633억원)은 59.2% 감소하고 영업이익(534억원)은 적자전환한 수치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악화폭이 더 크다. 올 2분기에는 매출 1816억원에 영업이익 562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 매출은 전기(1816억원)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급감(63%)했다.



피크아웃이 현실화(관련기사)한 것인데 경쟁사와 온도차가 크다. 넥스틸은 원유나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용도로 개발된 고강도 강관인 유정관(OCTG, Oil Country Tubular Goods)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미국을 주요 수출국으로 둔다. 그리고 IPO를 할 때 국내 유정관 수출(미국)업체인 세아제강과 휴스틸 두 곳을 피어그룹(유사기업)으로 삼아 공모가를 산출했다.


피어그룹은 모두 올 3분기 수백억원데 영업이익을 내며 선방했다. 세아제강은 올 3분기 매출 4234억원에 영업이익 4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4469억원)은 5.3%, 영업이익(496억원)은 17.6% 줄어드는데 그쳤다. 올 2분기와 비교해서는 매출(5099억원)은 17%, 영업이익(681억원)은 40% 감소했다.


휴스틸도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713억원에 영업이익 4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2764억원)은 38%, 영업이익(490억원)은 27.8% 감소했다. 올 2분기와 비교해서는 매출(2408억원)은 28.8%, 영업이익(719억원)은 31.9% 줄었다.



피어그룹 중에서도 휴스틸이 넥스틸과 더 유사한 곳으로 평가됐다. 세아제강은 풍력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가 충분히 이뤄진 곳이라 유정관 피크아웃을 타사업이 상쇄해와 단순 비교가 어렵다. 반면 휴스틸은 매출 과반이 미국에서 발생한다는 점이 넥스틸과 같다.


그런데 휴스틸은 올 3분기 매출 감소율(전기 대비 28.8%)이 넥스틸(63.3%)의 절반 이하였고, 무엇보다 수익성을 지켜냈다. 휴스틸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28.6%로 올 2분기(29.9%)와 유사하다. 넥스틸은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이 30.9%로 휴스틸보다 양호했는데 3분기에 매출 급감과 함께 적자전환 했다.


◇ 경쟁심화는 동일, 영업력 차이?…넥스틸 '전략적 선택' 해명


넥스틸은 의도된 실적 악화라고 해명하고 있다. 미국 내 OCTG 가격이 3분기에 워낙 크게 낮아져 적정 마진을 기대할 수 없기에 제품을 만들고도 팔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4분기 들어선 가격이 반등해 다시 OCTG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OCTG가격은 작년 말 톤당 4000달러 이상까지 올랐다가 올 초부터 가파르게 하락해 올 3분기엔 2000달러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넥스틸 관계자는 "판가급락 시기(3분기)에 적정 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워 매출을 자제한 측면이 있다"며 "4분기부터 가격이 반등해 원하는 가격대에서 조금씩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현금이 많기에 버틸 체력이 있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같은 가격 급락기에 경쟁사는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넥스틸 해명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휴스틸은 3분기에도 매출(1713억원)에서 매출원가(1141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그쳤다. 2분기에 기록한 매출원가율(66.8%)이 3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졌다. 반면 넥스틸은 저가수주를 지양했음에도 3분기 매출원가율이 91.9%에 달했다.



휴스틸은 미국 수출실적만 따로 떼 놓고 봐도 양호했다. 휴스틸 미국 판매법인(Husteel USA, Inc)은 올 3분기 매출 153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사 매출(1713억원)의 90%를 책임졌다. 더불어 미국법인은 이 기간 순이익이 267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아닌 순이익률이 17.5%에 달한다.


일각에선 양사 미국 판매법인의 영업력이나 전략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휴스틸은 미국법인이 2분기에 선제적으로 수주를 받아 3분기에 매출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하락 충격을 덜 받는 구조로 만들었다. 휴스틸 미국 판매법인은 1997년 설립돼 현지에서 올해로 26년째 영업하고 있다. 올 3분기말 기준 자산규모는 3866억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회사별로 수주전략에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휴스틸은 3분기 공급물량을 2분기에 확보해 가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 판매법인이 워낙 오래전부터 현지 영업을 해 인프라가 풍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넥스틸도 미국에 판매법인(Nexteel America LLC)을 두고 있지만 역할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법인은 2011년 설립돼 올해로 12년차다. 올 3분기말 기준 자산규모는 27억원, 매출은 3억원에 그친다. 현지 판매와 실적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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