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호로 코스피 상장 도전에 나섰던 강관 제조사 넥스틸이 공모가를 낮춰 상장을 완주할 계획이다. 기관수요예측에서 투자자들이 기대보다 보수적으로 베팅한 것을 수용하기로 했다. 발행사와 주관사 등은 밸류(기업가치)는 저렴하게 제시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넥스틸이 수요예측을 한 날 악재가 있었다는 평이다. 다른 발행사가 상장했는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며 시장 투심을 냉각시켰다.


◇공모가 1만1500원 유력, 시장친화적 인상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넥스틸은 이날 오후 발행사와 재무적투자자(FI), 주관사와 협의해 최종 공모가를 결정해 이달 7일 결과를 공개(공시)하기로 했다.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낮추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앞서 이달 2~3일 진행한 기관수요예측이 기대에 못 미친 탓이다. 신청물량 기준 경쟁률은 수백대 일로 무난한 수준이었지만, 기관 대다수가 의무보유 확약을 걸지 않았다. 더불어 공모가 베팅구간도 희망밴드 하단 이하가 주를 이뤘다.


넥스틸은 공모가 희망밴드를 1만1500원에서 1만2500원으로 정했다. 상장 예정 주식수(2602만1125주)를 곱한 예상 시가총액은 2992억~3252억원 수준이다. 적용순이익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당기순이익(1913억원)이고 이에 기반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6~1.7배다.


발행사 등은 공모가를 하단(1만1500원)으로 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시장친화적 가격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달 9~10일로 예정된 일반투자자 청약과 상장 후 주가 흐름엔 긍정적일 수 있다.


◇공모 흥행한 시지트로닉스, 상장일 공모가 밑돌아


발행사 측은 공교롭게도 수요 예측을 진행한 이달 3일 악재가 발생한 영향으로 본다. 반도체 소자 제조사 시지트로닉스가 이날 상장을 했는데 종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시지트로닉스는 앞서 진행한 공모에서 큰 인기를 끈 곳이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1703.85대 1에 이르렀고 이어진 일반투자자 청약도 918.61대 1로 높았다. 이에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8000~2만원) 상단보다 높은 2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상장일에 2만3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그간엔 익숙했던 '공모흥행=주가 상승'이란 공식이 통하지 않았다. 투심을 일정 부분 위축 시킬 수 요인이다.


더불어 직전 수요예측을 한 빅딜 '파두' 또한 일반투자자 청약이 기대보다 낮았던 것도 후속딜 투심을 보수적으로 만든 요인으로 본다. 이달 1일까지 진행한 일반청약 경쟁률이 79.51 대 1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IPO 시장이 발행사의 펀더멘털이나 밸류보다 시장 수급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전후 딜의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넥스틸은 전방(미국 에너지 시장)산업이 여전히 호황이고 공모가는 저렴하니 결국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넥스틸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채취하는데 필요한 유정관(OCTG)과 해당 에너지를 소비 지역으로 수송하는 송유관 제조를 주력으로 한다. 매출의 75%가 미주지역에서 발생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원유 등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면서 미국이 에너지 증설에 나서 넥스틸이 큰 낙수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유정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넥스틸은 판가 인상이 동반돼 수익성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개선됐다. 다만 일각에선 올 초부터 미국 유정관 판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을 근거로 실적 피크아웃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앞선 관계자 "피크아웃 리스크가 없는 기업은 거의 없고, 그것보다 시장 호황을 더 주시해야 한다"며 "경영진의 역량과 업을 대하는 자세도 훌륭해 새로 전개할 사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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