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관 제조사 넥스틸이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을 진행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기업가치(밸류)에 대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엄청난 호실적을 감안하면 밸류가 무난하다는 의견이 있다. 올 1분기 매출 성장률은 50%, 영업이익률이 30%대에 이른다. 주력 제품인 강관이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리며 외형과 수익성이 함께 훌쩍 뛰었다. 그런데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배 내외에 그친다.


반면 실적 피크아웃(Peak out, 정점 후 하락) 가능성이 있어 매력적인 가격이 아니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미국 강관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 것이 근거다. 상장 후 수익성이 후퇴할 경우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


◇ 강관 수요 급등, 러‧우 전쟁 여파…2년 새 판가 3배로


1990년 설립된 넥스틸은 유정관(OCTG, Oil Country Tubular Goods)과 송유관(Line Pipe)이 주력 제품이다. 강관은 내부가 비어있는 봉형태의 철강제품이다. 유정관은 원유나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용도로 개발된 고강도 강관이다. 송유관은 원유나 천연가스를 유전, 정유소, 항만 등에서 소비지역으로 수송하는데 쓰이는 파이프라인이다.


지난해 기준 유정관 매출비중이 46%로 가장 크고 송유관은 24.9%다. 이어 일반관(26.1%)과 기타(3%) 매출이 있다. 지역별로는 미주 매출비중이 75%에 이르는 수출기업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글로벌 각국으로부터의 철강수입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수입할당제(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연간 강관 대미 수출 할당량(쿼터)이 103만톤으로 제한돼 있다. 넥스틸은 미국 쿼터 내에서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24%인 주력 사업자 중 하나다.


넥스틸 주요 제품(사진:IR자료)


이 같은 사업구조가 지난해부터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을 이루게 된 직접적 이유다. 넥스틸 실적은 직전 5년(2017~2021년)을 보면 평범했다. 연간 매출이 2000억~4000억원 사이에서 오르내렸고 영업이익은 2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영업이익률도 2~4%였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6684억원으로 뛰었고, 무엇보다 영업이익이 1813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에 보지 못한 영업이익률 27.1%를 기록했다. 올해 실적은 더 좋다. 올 1분기 매출(2317억원)은 전년 동기(1523억원) 대비 52.1% 늘었고, 영업이익(776억원)은 전년 동기(371억원)보다 109.3% 증가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33.5%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벌어진 강관 품귀현상(쇼티지) 영향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를 무기화해 유럽 등에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대응하고자 미국은 원유 증산을 위한 시추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필요한 유정관 확보가 원활하지 않았다. 쿼터제로 수입을 제한해 둔 탓이다.


강관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공급은 제한적이었고, 이는 강관 가격 급상승을 불러왔다. 넥스틸은 기업설명(IR) 자료를 통해 주요 제품 평균가격이 2020년 톤당 95만원에서 2022년 250만원, 2023년 1분기에는 302만원으로 상승했다고 공개했다.


반면 강관 주요 원재료인 열연코일(HR-Coil)은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로부터 조달받아왔기 원가부담은 커지지 않았다. 국내 열연코일 유통가격은 2021년 이후 톤당 100만원 내외로 지속 유지 중이다. 매출과 함께 급격한 수익성 개선이 동반된 이유다.


넥스틸 강관 판가(사진:IR자료)


◇ 포워드 PER 2~2.2배 수준…실적 고점이면 부담


넥스틸은 희망 공모가 범위를 1만1500원에서 1만2500원으로 정했다. 상장 예정 주식수(2602만1125주)를 곱한 예상 시가총액은 2992억~3252억원 수준이다. 평가 시가총액 3453억원(주당 평가액 1만3273원)에 할인율 5.83~13.36%를 적용한 결과다. PER이 워낙 낮아 할인을 최소화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 코스피 상장사 평균 할인율은 23.61~36.98%다.


넥스틸은 적용 당기순이익을 1913억원으로 산출했는데 지난해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당기순이익 합산한 금액이다. 최근 실적 기준 과거 12개월치(LTM)다. 평가시가총액 기준 PER은 1.81배다. 비교대상 기업군(피어그룹)은 미국에 유정관을 수출하는 경쟁사인 세아제강과 휴스틸 두 곳으로 정했다. LTM PER은 세아제강이 2.32배, 휴스틸은 1.28배다. 두 곳 평균 PER이 넥스틸 적용 PER(1.81배)이다. 할인율을 적용하면 넥스틸 PER은 1.6~1.7배로 소폭 낮아진다.


이달 2일 기준 코스피 평균 PER이 16배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넥스틸 밸류가 무난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다만 지금이 실적 고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평이다.


넥스틸이 공개한 IR자료에서 피크아웃 근거를 찾는다. 유정관(OCTG) 미국 내수평균 가격이 2020년 1분기 톤당 152만원에서 2022년 4분기 465만원으로 치솟았지만 이후 내리막이다. 2023년 1분기 442만원, 2분기엔 406만원으로 낮아졌다. 쇼티지 전 수준으로 돌아가진 않았지만 수급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넥스틸도 판가협상에서 과거보단 불리해 질 수 있다.


미국 유정관(OCTG) 가격(사진:IR자료)


일부 증권사도 올 하반기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산출했다. 수익성은 사실상 후퇴한다고 봤다. NH투자증권은 이달 2일 낸 보고서(강견근 연구원)에서 넥스틸 올해 연간 매출을 7787억원, 영업이익을 1953억원으로 예상했다. 매출은 전년(6684억원)에 비해 16.5%, 영업이익은 7.7% 늘어난 수치다.


연간으론 플러스 성장을 예상했지만 1분기와 2~4분기는 흐름이 다르다. 올 1분기는 사상 최고 분기실적이다. 그런데 올 연간으로는 전년보다 수익성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2~4분기 후퇴를 예상한 셈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이 예상한 올 연간 영업이익(1953억원)에서 올 1분기 영업이익(776억원)을 제외한 2~4분기 영업이익은 1177억원이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인 1442억원보다 18.4% 감소한 것이 된다. 당기순이익 예상치 역시 올 연간으로는 1457억원인데 1분기 순이익(659억원)을 제외한 2~4분기 순이익은 798억원이 된다. 이는 전년 동기(1255억원)에 비해선 36.4% 줄어든 수치다.


넥스틸과 피어그룹 2023년 예상 실적(자료:NH투자증권)


넥스틸이 호실적을 기록한 1분기를 포함해(LTM) 공모가를 산출했기 때문에 문제다. 적용 순이익(1913억원)이 올 예상 순이익(1457억원)보다 높다. 피크아웃이 현실화되면 밸류는 고평가 된 것이 된다. 올 예상 순이익(1457억원) 기준으로 공모가 PER을 산출하면 2.05~2.25배로 높아진다.


넥스틸보다 덩치가 큰 세아제강은 NH투자증권이 예상한 올 예상 순이익(1957억원) 기준 PER이 2.3배 수준으로 산출되고 있다. 세아제강은 다른 피어그룹인 휴스틸보다 PER이 높아 넥스틸 밸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넥스틸 공모가가 상단으로 정해질 경우 세아제강과 포워드 PER 기준으론 유사한 수준이 된다. 피크아웃이 현실화되면 가격 메리트가 없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 넥스틸은 이번에 700만주를 공모하는데 구주매출(335만주) 비중이 47.8%에 이르러 투심에 부정적 요인이 더해진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유정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피크아웃 리스크를 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여기에 재무적투자자(FI)를 위한 구주매출 등 디스카운트 요인까지 감안하면 공모가 하단 기준으로도 매력적인 가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넥스틸은 피크아웃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넥스틸은 이달 2~3일 양일간 기관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일반투자자 청약은 이달 9~1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