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이 과열되면서 적정 시장가격을 찾기 위한 제도인 기관수요예측이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1~2월 총 10건의 수요예측이 있었는데 모두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이하 상초)으로 정해졌다. 작년 말 이후 기업공개(IPO)건들 상장일 수익률이 100~300%에 달하자 기관들도 수요예측에서 무리한 가격을 써내 공모주를 확보하려는 '과열 편승'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공모가가 예상(희망밴드)보다 높아지면 공모주주 입장에선 그만큼 기대수익률이 하락한다. 이에 주관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공모주에 낀 거품을 분석해 공모가를 적정수준으로 도출해주는 조정자 역할을 기관들은 기대한다. 반대로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주관사는 투자자 스스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


5대 대형증권사 가운데 공모가를 가장 높게 올려 잡는 하우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삼성증권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대비 무려 27% 높아진 딜이 삼성증권에서 나왔다. 2023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삼성증권은 공모가가 높아질수록 인수수수료에 인센티브가 가산되는 구조로 발행사와 계약을 하고 있어, '상초'가 이익에 부합한다.


◇ 2년래 상초 상승률 최대치 삼성증권서 나와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현재까지 기관수요예측을 한 10건의 IPO 상초 평균 상승률은 17%로 집계됐다. 과거 같으면 수요예측이 흥행해도 상단가격에 팔렸을 공모주가 지금은 평균적으로 17%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그만큼 발행사나 구주주에게 유입되는 자금은 늘어나는 반면, 공모주주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



기관들은 특히 삼성증권 주관딜을 주목하고 있는데 상초 비중이나 상승률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올 들어 상승률이 가장 높은 딜이 삼성증권이 주관한 이닉스로 무려 27%를 기록했다. 평균치(17%)를 10%포인트 상회한다.


이닉스 공모주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수준은 아니었다. 시장과열로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이 800~1200대 1수준인 딜이 10건 중 6건을 차지하고 있다. 이닉스는 670대 1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축에 속한다.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 딜들은 되레 상초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 우진엔텍(KB증권)은 경쟁률이 1263대 1이었는데 상초 상승률은 8.2%에 그친다. 코셈(키움증권)은 경쟁률이 1267대1이고, 상초 상승률은 14.3%였다. 케이웨더(NH투자증권)는 경쟁률이 1362대1인데, 상승률은 20.7%였다.


이닉스 상승률은 작년과 올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기도 하다. 작년 최대치도 역시 삼성증권에서 나왔는데 올해 이를 갱신했다. 작년 주관순위 상위 5개사가 수행한 IPO(스팩·리츠 제외)는 48건이었고 이중 상초 결정을 한 건수는 25건으로 52%였다. 더불어 상초 25건의 평균 상승률은 14.6%였다.



삼성증권은 작년 6건의 IPO를 했는데 이중 5건(83.3%)이 상초로 비중이 5대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5건 상초 평균 상승률 역시 17.8%로 가장 높았다. 작년 상승률 최대치를 기록한 금양그린파워(25%)와 센서뷰(25%)가 모두 삼성증권 딜이었던 영향이다.



◇ 공모가 높아지면 수수료율 1% 내외 가산


기관들은 삼성증권이 발행사와 맺는 인수수수료 계약을 주시한다. 인수수수료는 통상 공모액의 1~5% 수준으로 책정되는데 사실상 주관용역에 대한 보수다. 삼성증권은 공모가 흥행할 경우 수수료율을 기본치에서 1% 정도를 가산(인센티브)하는 구조로 계약했다. 여기서 '흥행'은 바로 공모가가 계획보다 높아지는 상황으로 추정된다. 인센티브를 받은 딜이 모두 상초였기 때문이다.


이닉스의 경우 기본요율이 3.09%였다. 하지만 '흥행'으로 판단해 최종 요율은 3.89%로 높아졌다. 이에 희망밴드 상단기준 수수료는 10억원이었지만, 최종 공모가 기준으로는 16억원으로 늘어났다. 작년 요율이 가장 크게 높아진 딜은 에이직랜드로 기본 3.5%에서 최종 5.27%로 1.77%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수수료도 희망밴드 상단기준 17억원에서 최종 34억원으로 두 배가 됐다.



작년부터 올 2월 현재까지 삼성증권이 수행한 IPO 7건 가운데 인센티브가 적용된 딜은 6건이었고 평균 상승률은 1.02%포인트였다. 덕분에 전체 수수료수입도 희망밴드 상단기준으론 88억원이었지만 최종수입은 123억원으로 크게 불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가를 높이면 공모액도 커지고, 기본요율에 따라 수수료도 높아지는 구조"라며 "여기에 인센티브로 요율이 1% 정도 가산되면 수수료가 훨씬 크게 불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증권이 적극적으로 공모가를 높이는 배경이 이 같은 인센티브에 있다고 본다"며 "다른 증권사들은 거품이 꺼진 후 후폭풍을 생각해 적당한 수준으로 상초를 하는데 삼성증권은 워낙 많이 올리기 때문에 기관들 입장에선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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