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틸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공개한 분기실적은 '어닝쇼크'였다. 올 3분기 매출은 전기 대비 3분의 1로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미국판매법인의 취약한 영업력과 전략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같은 환경에서 경쟁사 휴스틸은 미국에서 수백억원대 이익을 냈다.(관련기사)


넥스틸 상장을 주관한 하나증권은 이 같은 리스크를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고 또 기업가치(밸류)에 반영했을까. 증권신고서를 보면 관련 '위험'을 기재하긴 했지만 통상적 수준이었다. 그리고 밸류엔 리스크를 녹이지 않았다. 되레 과대 평가한 정황이 포착된다.


넥스틸 공모가에 적용된 멀티플은 휴스틸보다 높다. 게다가 업계 전반의 실적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을 인지했음에도 공모가 산출에 적용한 실적은 할 수 있는 최대치(적용 순이익)로 써냈다. 공모가 대비 40% 낮게 유지되고 있는 현재 주가는 이 같은 과대평가로 인한 결과물이다.


◇ 피크아웃 '일시적' 표현…중장기 성장 기대감 드러내


넥스틸은 올 8월 21일 공모가 1만1500원으로 상장했다. 그로부터 세 달여 지난 이달 6일 종가는 8060원으로 공모가 대비 42.6% 하락했다. 본래 11월 초까지 만해도 9000원 내외 수준을 유지했는데 같은 달 23일 3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8000원 초반대로 내려 앉았다. 넥스틸은 상장한 이후 종가가 한 번도 공모가를 상회한 적이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낮아져 투자자들 손해가 커지고 있다.


(자료:네이버금융)


상장 당시 하나증권의 밸류에이션이 적정했는지 되짚어 볼 수밖에 없다. 상장 전 분기 영업이익률(1분기)이 33%에 달하던 회사가 상장 직후인 3분기에 급작스럽게 적자로 전환했다. 그 정도로 사업안정성이 취약했다면 사전에 충분한 위험을 고지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그만큼 밸류도 할인해야 했다.


사업안정성과 관련해 위험을 고지하긴 했지만 충분치 않았다. 피크아웃 우려가 있지만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증권신고서 '투자위험요소' 항목에 "2023년 상반기부터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중략) 당사 이익 증가폭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제품과 원자재 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가 일정수준 유지되고 있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기재했다.


더불어 피크아웃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표현했고, 중장기적으론 주력제품인 유정관 시장이 10%대 증가율로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적 내용을 덧붙였다. 투자자 입장에선 '어닝쇼크'가 날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 공모가 기준 PER 1.56배, 휴스틸은 1.29배


반면 밸류엔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았고 되레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업구조가 가장 유사한 휴스틸보다 높은 멀티플을 적용한 것이 그 근거다. 넥스틸이 휴스틸보다 경쟁력에서 앞서 있다고 평가한 셈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피크아웃 시기 휴스틸은 선방했고 넥스틸은 적자를 냈다.


넥스틸은 피어(유사비교기업)그룹을 세아제강과 휴스틸 두 곳으로만 꾸렸다. 7월 공모당시 평가된 세아제강 PER은 2.32배, 휴스틸은 1.29배다. 그 결과 적용 PER을 양사 평균값인 1.81배로 정했다. 넥스틸 멀티플(1.81배)이 휴스틸(1.29배)보다 0.5배포인트 가량 높았다.



최종 공모가 기준으로도 넥스틸이 휴스틸보다 멀티플이 높았다. 적용 PER(1.81배)에 적용 순이익(1913억원)을 곱한 평가시가총액은 3451억원이었다. 여기에 기관수요예측 결과 13.36%가 할인돼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990억원이 됐다. 이를 적용순이익(1913억원)으로 나누면 공모가 기준 PER은 1.56배가 된다. 할인을 했음에도 여전히 휴스틸(1.29배)보다 0.25배포인트 비쌌다.


제대로된 밸류에이션이었다면 올 3분기 넥스틸은 최소 휴스틸과 유사하거나 더 나은 실적을 내야 한다. 그런데 넥스틸은 올 3분기 영업손실 31억원을 기록했고, 휴스틸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490억원을 냈다. 미국 판매법인 영업력과 전략에 따른 차이로 평가된다. 업황 저하시기 대응력에서 휴스틸이 되레 월등한 모습을 보였다.



◇ 적용 순이익도 최대치로…실질 PER은 2배 넘어


적용PER과 더불어 밸류 핵심요소인 적용 순이익도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하나증권은 피크아웃 위험을 고지했음에도 적용 순이익을 보수적으로 잡지 않았다.


밸류에 녹인 적용순이익(1913억원)은 실적이 가장 좋았던 시기인 2022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순이익이다. 사상 최대 연간실적을 낸 2022년 순이익(1441억원)보다도 500억원 가량 많다. 이는 당연히 올해 집계될 연간 순이익이 전년(1441억원)보다 늘어날 것으로 봤다는 의미다.


피크아웃 리스크를 배제하고 되레 희망적으로 적용 순이익을 잡은 셈이다. 적용 순이익과 고지한 투자위험요소(피크아웃) 사이에 모순이 있었다. 특히 하나증권과 넥스틸은 공모 당시 피크아웃 현실화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7월에 공모를 진행했는데 이 때는 2분기(4~6월) 실적에 대한 결산이 마무리되진 않았어도 분위기는 알 수 있는 타이밍이다. 넥스틸은 2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1.6% 감소하며 이미 피크아웃 초입에 들어섰었다.


3분기까지 드러난 실적을 보면 적용 순이익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올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은 1072억원에 그친다. 올해 적용 순이익(1913억원) 수준을 달성하려면 4분기에만 9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내야 한다.



적용 순이익을 실제 최근 실적(지난해 4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으로 바꿔 잡으면 1361억원으로 낮아진다. 이를 상장 밸류(2990억원)로 나누면 PER이 2.2배로 껑충 뛴다. 그만큼 부풀려진 셈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밸류를 기업 펀더멘털이나 업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높게 잡은 결과"라며 "상장한 이후 주가와 실적에 대해 변명만 늘어놓을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넥스틸은 지난달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어닝쇼크와 관련해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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