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코스닥 최대어로 시장 관심을 받은 반도체 컨트롤러 업체 파두. 공모 과정에서도 또 상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갑론을박의 대상이다. 사실 공모구조를 보면 논쟁이 불가피했다. 매출이 500억원 수준이고 아직 이익이 미미한 기업이 기술성장기업 특례를 활용해 1조5000억원대 시가총액으로 상장을 했다.


수많은 투자자가 말 그대로 파두의 '미래'를 보고 베팅을 했다. 여기저기서 일종의 '설'들이 나올 때마다 투심이 크게 출렁이게 마련이었고, 실제 공모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상장 이후에도 지속 반복될 이슈다. 지난 7일 상장한 이후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도 이 같은 논쟁의 여파다.


딜스토리는 그 동안 있었던 주요 '갑론을박'을 정리해봤다. 드러난 내용도 있고 기관들 사이에서만 화두가 된 것도 있다.


◇이견 없는 전방시장…파두 진입 성공, 유일한 경쟁사 삼성


우선 파두의 사업과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논쟁의 시발점이다. 파두는 엔지니어 출신인 남이현 대표가 2015년 설립한 SSD(Solid State Drive) 전용 컨트롤러 설계사(팹리스)다.


전방시장은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정보를 저장하는 슈퍼컴퓨터다. 데이터센터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는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플래시(이하 낸드)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메모리다. 가격이 1GB당 낸드는 5센트(0.05달러)인 반면 D램은 4달러다. 데이터센터에 낸드가 많이 사용되는 이유다.


다만 낸드는 D램(휘발성)대비 속도가 느리고 열에 취약해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해 안정성을 갖추게 해주는 것이 파두가 만드는 컨트롤러다. 수십개의 낸드를 병렬로 묶고 여기에 컨트롤러를 붙인 것이 SSD다. 컨트롤러는 발열과 소비전력을 통제한다. 이 같은 SSD를 수십개 붙여 놓은 것이 서버이고, 서버를 여러 대 갖추면 데이터센터가 된다.


컨트롤러 설명(사진:파두 IR자료)


그런데 데이터센터는 챗GPT로 대변되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증설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AI가 기하급수적으로 스스로 정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글로벌조사기관 스트럭쳐리서치(Structure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타 시장 규모는 지난해 680억 달러에서 2025년 930억달러로 36.7%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데이터센터 글로벌 6대 고객사는 빅테크기업들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애플, 알리바바 등이다. 데이터센터용 SSD는 진입장벽이 있는 시장이다. 고객사들이 택하는 기술표준이 다르다. 과거가정용에 주로 쓰인 SSD는 SATA기술표준을 택했는데 속도(500MB/s)나 안정성이 낮았다. 데이터센터는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기술표준을 요구하는데 속도(3.5GB/s)가 훨씬 빠르고 신뢰도가 높다. NVMe표준안에서도 점차 고도화된 제품이 요구되고 있다.



공급을 노리는 곳은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솔리다임,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키옥시아 등 6개사다. 컨트롤러 기술력을 갖추면 낸드도 묶어 팔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 난이도 탓에 수년전까진 삼성전자만 이들 데이터센터에 독점 공급을 해왔다.


파두는 삼성전자 독점구도를 처음으로 위협한 곳이다. 지난해 메타용 컨트롤러 납품에 성공했다. 파두는 낸드플레시 2위인 SK하이닉스와 협업해 납품했다. 파두 컨트롤러에 SK하이닉스를 붙여 팔았다. 지난해 기록한 실적 매출 564억원과 영업이익 15억원이 여기서 나왔다.


현재까진 급격히 커지는 시장에 삼성전자와 파두만 진입해 있다. 파두가 1조5000억원 밸류(공모가 기준)를 제시한 배경이다. 당장엔 매출이 작지만 2024년엔 3715억원 2025년엔 6195억원으로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영업이익도 2024년 928억원, 2025년 1856억원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 거래중단 우려 Vs. 최상위 고객사 평판이 중요


논쟁은 SK하이닉스와 연관이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자체적으로 더 나은 컨트롤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지난달 기관수요예측 전후로 퍼졌다. 현실화하면 파두와 협업관계가 종료되고, 이는 곧 매출기반이 사라지는 것일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 주장은 특정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가 했는데, 이 연구원이 SK하이닉스 SSD 연구실 출신이었다. SK하이닉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한 주장이라 기관들 투심에 상당한 파급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경쟁력의 원천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발행사 해명에 기반한 해석이다. 파두가 차세대 컨트롤러 개발(PCIe Gen3)에 성공한 것은 2018년이다. 그해 글로벌 전시회인 '플래시 메모리 서밋'에 샘플을 공개하고 혁신상을 받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는데 낸드 제조사를 영업타깃으로 삼았다.


하지만 낸드 제조사들은 대다수 자체개발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에 파두는 아예 최종 고객사인 빅테크들을 타깃으로 잡았는데 예상 외로 호응이 컸다. 삼성전자에만 SSD를 의존하는 구도에서 탈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에 파두 샘플검증을 받아줬고 2년여 동안 퀄리티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마침내 오케이 싸인을 받았다. 특히 일부는 삼성전자 컨트롤러보다 성능이 낫다고 평가했다는 주장이다.


덕분에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 빅테크기업들이 낸드 제조사들에게 파두 컨트롤러를 붙여 SSD를 만들어 오면 받아주겠다고 선포했다. 이 조건을 처음 받아들인 것이 SK하이닉스였다. 즉 SK하이닉스와 절연을 해도 빅테크 고객사 신뢰가 유지되는 한 다른 기회를 언제든 잡을 수 있다는 취지다. 관련한 프로젝트들도 이미 진행하고 있고 올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가시화된다고 주장했다.


기존 낸드 제조사들이 자체 개발에 성공해도, 퀄리티테스트에 파두와 마찬가지로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주된 해명이다. 당장 파두를 위협하긴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 제조사들 중 일부는 기술 난이도로 컨트롤러 개발을 포기했다"며 "반면 빅테크 고객사들은 최소 3곳 이상 SSD벤더를 두길 원하기 때문에 파두의 입지가 안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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