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의 미국 전선계열사 수페리어에식스(Superior Essex, 이하 SPSX) 자회사가 최근 KCGI의 투자를 받기로 한 것을 두고 구설이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뿐 아니라 LS내부 일각에서도 적절치 못한 파트너라고 지적한다.


KCGI가 대주주보다는 소액주주입장을 대변하는 행동주의 펀드인 탓이다. SPSX는 국내외 상장을 지속 검토해왔는데 행동주의펀드와 함께 준비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일각에선 SPSX가 굳이 감수할 필요가 없는 리스크를 안았다고 평한다.


투자유치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됐다. 최근 SPSX 현금흐름이 양호한데, 미국금리 인하도 시작됐다. 유상증자에 대한 필요성이 적었다는 지적이다.


수페리어에식스 본사 전경(사진:LS그룹)


◇ KCGI 주로 대주주와 반목...IPO 준비 과정서 충돌 우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S는 지난달 말 KCGI와 미래에셋자산운용PE부문 컨소시엄을 SPSX의 자회사 에식스솔루션(Essex Solutions)가 진행하는 2억달러(약27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KCGI 컨소시엄은 오는 11월까지 대금마련을 위한 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력시장 슈퍼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유치다. SPSX는 미국에 소재한 세계 최대 권선(Magnet Wire)제조사다. 나스닥 상장사였는데 2008년 LS그룹이 공개매수 방식으로 인수하면서 비상장사로 전환했다. 권선은 모터나 변압기 등 전자장치에 감는 구리선이다. 전기차용 구동모터와 AI(인공지능)산업에 필요한 초고압 변압기에 권선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초호황을 앞두고 있다.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은 생산거점을 소유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중국, 말레이시아, 일본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이번 투자금은 권선공장 증설용으로 추정된다.


구설은 파트너 중 하나인 KCGI에 기인한다.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인데 사명에서도 지향하는바가 명확히 드러난다. KCGI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약자다.


KCGI 경영철학 및 미션(사진: 홈페이지)


주로 경영진이나 지배구조에 큰 하자가 있어 기업가치가 훼손된 기업을 타깃해 지분을 사들이고 적극적 경영개입을 해왔다. 소액주주 입장을 대변하며 대주주와 대립하는 구도를 자주 연출해 왔다. 이사회 진입을 시도하고 배당과 자사주매입 등을 주로 요구해왔다.


△땅콩회황의 한진칼과 △2000억원대 직원횡령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 △쉰들러와 대주주간 소송전이 진행된 현대엘리베이터 △ DB하이텍 등이 대표적 투자처였다. 모두 대주주와 각을 세운 후 주가가 오르면 엑시트(자금회수)를 도모했다.


LS 내부서도 우려가 제기된 배경이다. 


업계관계자는 “SPSX를 적정 밸류(기업가치)로 상장시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다양한 노력들을 할 것”이라며 “계열사간 인수합병(M&A)이나 사업구조조정 등을 진행할 수 있는데 KCGI가 표적삼아 공격할만한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LS 내부에서도 굳이 감수할 필요가 없는 리스크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 KCGI에 IRR 6% 보장…직후 미국 기준금리 빅컷 단행


투자유치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는데, KCGI 컨소시엄에 보장한 수익률이 낮지 않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업계에 따르면㈜LS는 KCGI 컨소시엄에 내부수익률(IRR) 6%를 보장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달러 인수금융 금리인 6.5%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다.


다만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당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상황이었고, 이후 실제로 단행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18일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렸다. 대폭 인하를 의미하는 '빅컷'이었다.


인수금융 이자율 역시 추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이 흐르면 KCGI 컨소시엄에 보장한 내부수익률(6%)을 되레 밑돌 수 있다. 그런데 현재상황은 KCGI 컨소시엄에 지분에 이자까지 얹어주기로 한 상황이다.


앞선 관계자는 “SPSX는 지금 현금흐름이 나쁘지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컨소시엄에) 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며 지분투자를 유치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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