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에는 AI(인공지능) 신경망 칩의 부족이 문제였고, 그 다음엔 변압기 부족이 예상된다. 다음 부족은 전기가 될 것이고, 내년엔 모든 칩을 구동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찾을 수 없게 될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 2월 말 보쉬 커넥티드 월드 컨퍼런스에서 전력 부족(숏티지)에 대해 지적한 말이다. 머스크 외에도 생성형AI 챗GPT 창시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크리스티안 브루흐 지멘스에너지 CEO 역시 올 초 전력 숏티지를 우려했다.


전력공급이 없으면 첨단산업인 '전기차와 AI' 성장도 없다는 의미다. 덕분에 전력인프라 관련 종목이 '테마주'를 형성해 최근 투심을 휩쓸고 있다. 특히 LS에코에너지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29일 상한가(종가 2만7150원)를 기록한 이후로도 30일(3만300원), 이달 2일(3만1850원)까지 연일 오름세다.


전편(아직도 저평가, 희토류 밸류만 1900억)에서 다룬 희토류 사업과 더불어 '해저케이블'로 막강한 성장동력을 확보한 덕이다. 베트남은 길게 뻗은 해안선 덕분에 사계절 '질'좋은 바람이 부는 곳이다. 해상풍력으로 전기수출국 지위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 정부는 LS에코에너지를 해저케이블 공급자로 낙점했다.


메가트렌드인 넷제로(탄소중립)에 따라 기업들은 친환경에너지로 전력숏티지에 대응해야 한다. 전력인프라 종목 중에서도 친환경에너지 밸류체인(공급망)이 주목받는다. LS에코에너지 해저케이블 사업이 급등한 기업가치 중심에 있다.


◇ 3600km 해안선서 부는 질 좋은 바람, lS에코 해저케이블이 '송전'


베트남은 인도차이나반도 동부 해안선을 따라 길게 자리한 나라다. 해안선 길이가 3620km에 달해 해상풍력이 풍부하다. 북반구 적도수렴대(ITCZ, Intertropical Convergence Zone)에 위치해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풍향이 일정하면서 강한 질 좋은 바람을 얻을 수 있다. 잠재 발전용량이 160GWh(기가와트시)에 달한다. 이에 과거부터 아시아 해상풍력 요충지로 주목받았고, 탄소중립 트렌드에 의해 개발이 본격화했다.


(사진:IR자료)


지난해 5월 베트남 정부가 '전력개발 8차계획(PDP8. Power Development Plan 8)'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우선 해상풍력 발전용량을 6GWh로 확대하고, 2050년까지는 91GWh로 15배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의 큰 그림은 전기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저렴한 인건비와 우수한 노동력으로 중국과 함께 글로벌 제조사들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수년전부턴 미‧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 이 탓에 전력 부족이 고질적 문제였다. 공장이 몰린 하노이 지역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 PDP8이다. 수력강국인 라오스로부터 전기를 일부 수입해 썼지만, 해상풍력을 통해 자족을 넘어 수출할 계획을 하고 있다. 바다 건너에 있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는 해저케이블로, 인접국인 라오스는 지상케이블로 역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아세안 친환경에너지 거점국을 노리고 있다.


이에 현재 베트남 남부 해상에 4GWh 용량 해상풍력 단지가 건설되고 있다. 이중 1.2GWh 용량을 베트남 국영그룹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 PTSC(Petro vietnam Technical Service Corporation)가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PTSC는 해상풍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기 위한 해저케이블 제작을 LS에코에너지에 맡겼다.


(사진:IR자료)


LS에코에너지가 베트남 거대 국책사업 밸류체인이 된 셈이다. 특히 고객사인 PTSC가 수출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PTSC가 조성하는 해상풍력 발전소가 수출용으로 싱가포르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주변국 신재생에너지 수입을 통해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우선 2035년까지 전체의 30%를 저탄소 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와관련 모회사 구본규 LS전선 대표와 이상호 LS에코에너지 대표가 해저케이블 생산공장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올 초 베트남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 첫 해 매출만 3600억…20년간 지속 확대, 중장기 먹거리


PDP8 청사진에 따라 LS에코에너지 해저케이블 사업 매출은 2030년 처음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첫 해 매출을 36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PTSC가 만든 발전소(1.2GWh)는 연간으로는 10TW(테라와트) 전기를 생산한다. 이에 필요한 해저케이블을 60~70% LS에코에너지가 수주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오는 매출(3600억원)이다.


증권가(이베스트증권)는 보다 보수적으로 본다. 목표치의 80% 수준인 300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지난해 LS에코에너지 전체 연결매출(7310억원)의 40%에 이르는 금액이 신사업(해저케이블)에서 발생하게 된다.



더불어 해저케이블 사업은 기존 지상케이블 사업(영업이익률 4%)보다 수익성이 훨씬 뛰어나다. 회사측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자신하고 있고, 이베스트증권도 첫 해 12%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2030년 매출이 3000억원이면 영업이익은 358억원이 된다.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294억원)을 웃도는 이익이 해저케이블 사업에서만 나온다.


특히 2030년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해상풍력 정부 목표치(91GWh)의 15분의 1수준(6Wh)만 개발된 시점이다. 2050년까지 향후 20년간 매년 큰 폭으로 발전소가 늘어나고 해저케이블도 그 만큼 필요하다. 두 개의 메가트렌드(넷제로+전력인프라) 밸류체인만 누릴 수 있는 성장성이다. 그 새 일론머스크가 예견한 전력숏티지가 현실화할 경우 사업가치는 더 높아진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정부가 205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 용량을 무려 91GWh로 확대할 계획이라 2030년 이후에도 안정적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해저케이블 사업은 기존 전력케이블 사업 중 수익성이 가장 높은 초고압 케이블보다 수익성이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