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전쟁에 버금가는 소송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


대한전선이 LS전선 해저케이블 기술을 탈취한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자 업계에서 나온 관전평이다. 현재 국내외 증시에서 가장 핫한 산업 중 하나가 ‘전력’이다. 챗GPT로 대변되는 AI대중화와 전기차 시장 개화로 전력숏티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저케이블은 전력산업 밸류체인 핵심 중 하나다. 보장된 미래 먹거리다.


LS전선은 경쟁사에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조단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대한전선에 대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진행 중인 경찰수사 결과가 나오면 내용에 따라 적절한 시점을 찾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이달 11일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서울 양재동 대한전선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20년 이상 LS전선 케이블공장 건설을 담당했던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도를 대한전선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LS전선이 동해시 사업장 인근 동해항에서 선적한 해저케이블(사진:홈페이지)


LS전선측은 당시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했는지 여부“라며 ”대한전선이 납품한 적이 있다고 하는 해저케이블은 1-2km 수준의 짧은 케이블에 불과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수십km, 수천 톤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혐의 확정시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고 형사소송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LS전선은 이와 별개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인데, 업계에선 배상액이 조단위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력산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해 해저케이블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LG‧SK 소송전을 떠올리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과 로열티 1조원을 배상하는 것으로 분쟁이 마무리됐다.


해저케이블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위해 필수적인 제품이다. 국가간 전력망을 연결하거나 해상에서 얻은 풍력에너지를 육지로 전송하는데 쓰인다.


그리고 탄소중립 흐름과 전력숏티지 전망이 겹치면서 글로벌 각국은 에너지안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해상풍력 글로벌 3위인 대만의 경우 해상발전량을 2025년 5.7GW(기가와트)에서 2035년 15GW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해저케이블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데다 기술장벽이 높아 공급사가 몇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에서 LS전선을 비롯해 4개사가 시장 85%를 장악하고 있다. LS전선도 약 20년동안 해저케이블 공장과 연구개발에 약 1조원을 투입했다.


해저케이블 부가가치가 급등한 배경이다. 실제 LG전선의 아시아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자회사이자 코스피 상장사 LS에코에너지 주가흐름이 해저케이블 부가가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LS에코에너지는 1년전만해도 주가가 6000원대였는데 이달 19일 종가는 3만2250원으로 무려 5배 이상이 됐다.


(사진:네이버금융)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챗GPT 창시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이 전력숏티지를 우려하는 발언을 지속 내놓으면서 전력산업 전체가 주목받은 결과다. LS에코에너지는 해상풍력 강국인 베트남 해저케이블 공급사로 낙점된 곳이다.


모회사인 LS전선은 비상장사라 해저케이블로 인한 밸류(기업가치)업이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경쟁사가 기술탈취를 할 경우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는 것이 된다. 강경대응이 유력한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이 워낙 고부가가치 제품이라 LS전선 내부적으로 조단위 배상액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며 “그 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은 글로벌 전력망 산업에서 가장 장래가 유망한 분야로 국가적 차원에서 민관이 협력해 집중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이에 대한전선은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2016년 기존 당진 케이블공장에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성공적인 생산실적을 내며 기술력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전선은 LS전선의 영업비밀을 탈취하거나 활용한 바가 없다"며 "수십년간 케이블을 제조하며 쌓아온 기술력 및 해저케이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체 기술력으로 공장을 건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건 발단이 된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에 대해선 "경쟁입찰 방식으로 정성∙정량 평가를 거쳐 가운건축을 공정하게 선정했다"며 "대한전선은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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