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기업공개) 공모주 시장 과열은 일부 발행사에겐 편승의 기회가 된다. 작년 말부터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으로 모두 정해질 정도로 기관수요예측은 가격결정 기능을 상실했다. 이른 바 '묻지마' 베팅장이 됐다.


기업가치(밸류)가 실제보다 과대포장됐는지 여부가 가려지지 않고 있다. 일부 발행사가 고의로 실제보다 크게 높은 밸류를 내걸지만 상장은 무난히 되고 있다. 그런데 상장 이후 누군가는 그만큼 손실을 본다.


글로벌 의류 ODM(제조자개발생산) 노브랜드(Nobland)는 고의 과대평가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을 연환산한 수치(적용순이익)로 밸류를 구했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에 큰 폭의 적자를 냈다는 점이다. 이를 반영한 지난해 실제 연간순이익(가결산)은 적용순이익의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든다.


공모가를 실제보다 3배 부풀렸다는 의미다.


◇ 작년 4분기 42억 순손실…연환산으로 비수기 실적 삭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노브랜드는 공모주 주당 평가액을 1만2648원으로 산출했다. 적용 주식수(995만113주)를 감안한 평가 시가총액(시총)은 1405억원이다. 평가 시총은 공모주주에게 투자유인(할인)을 부여하기 전 밸류다.



평가시총은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으로 구했다. 피어그룹 평균 PER 11.33배(적용PER)에 적용순이익 111억원을 곱한 값이다. 여기서 적용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 83억원을 연환산(83억/3×4)한 값이다.


적용순이익은 연간치(12개월)를 기입해야 한다. 그런데 노브랜드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시점은(올 3월5일) 2023년 연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직전이다. 통상 비상장사는 3월 말이나 4월 초에 연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다. 시점 상 작년 4분기 결산이 안돼 3분기누적 실적으로 밸류에이션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누락분이 과거추세와 확연히 다를 때 발생한다. 연환산한 적용순이익은 통상적으로 잔여분기(4분기) 실적이 직전분기(1~3분기)들과 유사하거나 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할 때 택한다. 그래야 밸류에 대한 괴리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적용순이익을 보수적으로 책정하려면 최근 12개월치(Last Twelve Months, LTM)를 구하는 것이 맞다. 노브랜드로 치면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가 LTM이 된다. 미래실적을 예상하지 않고 과거실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가 연환산보다 적다.


그런데 노브랜드는 '연환산'을 택했음에도 작년 4분기실적이 직전 분기들보다 크게 악화했다. 업계에서 의도적 과대평가로 보는 이유다. 노브랜드는 작년 4분기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2023년 연간치(가결산)만 공개해 투자자들이 같은 해 3분기누적치를 빼는 형식으로 계산해야 한다.


계산하면 지난해 4분기에 매출 953억원에 영업손실 33억원, 당기순손실 42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인 3분기까지 누적매출은 3638억원, 영업이익은 138억원이었다. 1~3분기 평균분기매출이 1212억원으로 4분기(953억원)보다 300억원 가량 많다. 1~3분기 평균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흑자다.



◇ 매출공백기 '4분기' 누락…파두사태 덕 투자자 인지


결과적으로 2023년 온기 순이익(가결산)은 41억원으로 집계된다. 이것도 세무조사 추징금(35억원)을 일회성으로 평가해줘 비용에서 제외시켜줬을 때 나오는 금액이다. 적용순이익(111억원)도 세무조사 추징금을 제한 수치다. 실제 가결산 2023년 순이익은 7억원에 그친다. 



적용순이익(111억원)이 실제 2023년 연간 순이익(41억원)의 3배에 가깝다. 공모가가 그만큼 부풀려진 셈이다. 실제 순이익을 대입하면 평가시총은 472억원(41억×11.33배)에 그친다. 현 평가시총(1405억원)의 3분의 1수준이다.


노브랜드는 '연환산'을 택하면서 4분기 수치는 2022년치도 2023년치도 누락시켰는데 이유가 있다. 4분기가 의류ODM 업체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의류업체에겐 성수기다. 겨울옷이 일반적으로 다른 계절보다 비싸 3~4분기에 매출이 집중된다. 다만 ODM업체는 수주가 반년 정도 선행하기 때문에 1~2분기가 성수기가 되고, 3~4분기는 비수기로 바뀐다.


적용순이익이 피치 못하게 실제보다 과대하게 집계되는 구조라면, 공모가에 대한 할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노브랜드는 균형을 잡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8700원~1만1150원이다. 주당 평가액(1만2648원)에 할인율을 9.08%~31.21% 적용한 결과다. 희망밴드 상단(1만1150원) 기준 할인율(9.08%)은 2023년 IPO 평균치(상단 할인율)인 22.2%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작년 파두사태가 아니었다면 투자자들이 모르고 지나쳤을 내용들이다. 금융감독원은 파두사태 이후로 증권신고서에 최근 분기나 월단위 가결산 실적을 기재토록 하고 있다. 최초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면 정정을 통해 요구한다. 노브랜드는 최초 증권신고서에 연간 단위로 가결산 수치를 기재해 투자자들이 악화된 4분기 실적 확인이 가능했다.


업계에선 밸류가 실제와 괴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노브랜드가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요청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 제출해야 할 연간 감사보고서를 기반으로 밸류를 하향 조정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적용순이익에 세무조사 추징금을 제한 것까지는 일회성비용으로 관대하게 봐줄 수 있다"며 "하지만 작년 4분기 적자를 뺀 밸류는 실제보다 3배나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하향조정을 하고 가는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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