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는 위험하고 우리는 유망하다"


올 기업공개(IPO) 최대어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증권신고서에 담은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를 요약하면 이렇다. 발행사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 가운데 하나인 전구체를 제조한다. 중국산이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3대 배터리셀 제조사 수요의 95%를 채우고 있다.


그런데 지정학적인 요인이 업계 판도를 뒤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향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연내에 강화해 중국산 광물과 소재를 사용한 배터리에 대한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발행사는 원재료 수급부터 제조, 공급(고객사)까지 100% 탈중국(논차이나, Non-China)을 달성했기에 구조적 성장이 기대된다는 논리다.


경쟁 밸류체인인 LG에너지솔루션 공급망과 이들이 최근 IRA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전개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 마저도 위험요인이 있다고 설명한 것이 포인트다. 본원적 경쟁력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LG엔솔 밸류체인' CNGR‧포스코퓨처엠 등 피어 선정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발행사는 공모가 산출에 활용한 최종 피어그룹으로 ▲세계 전구체 1위 제조사인 중국 CNGR과 국내 양극재 제조사들인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 4곳을 선정했다. 모두 LG에너지솔루션 양극재 밸류체인에 속한 곳들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4대소재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과 ▲분리막이다. 이중 양극재가 배터리제조 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소재다. 전구체는 양극재가 되기 직전 물질로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한다. 전구체가 필수 원재료 중 하나다. 전구체는 광물인 코발트와 니켈, 망간 등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정제해 만들어진다.


글로벌 2위 배터리셀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은 포스코퓨처엠과 LG화학,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로부터 양극재를 공급받고 있다. 또 이들 양극재사들은 CNGR을 비롯한 중국기업들에게로부터 전구체를 수급하고 있다. 중국 전구체 업체들이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60%를 점유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중국산 전구체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 11월 미래에셋증권 '배터리' 보고서 발췌



이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 국산화를 기치로 설립됐다. 국내 1위 양극재 업체이자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이 주요 고객사다. 그리고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또 다른 3대 배터리셀 회사인 삼성SDI와 SK온에 양극재를 납품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밸류체인은 경쟁구도에 있다.


◇IRA 강화 시 시장 판도변화…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수혜'


주목되는 점은 발행사가 피어그룹 사업위험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증권신고서 투자위험요소(사업의위험) 항목에 기재했다. 미국 IRA에 근거한다. 2022년 8월 발효한 이 법은 예산만 43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정책이다.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전기차산업 관련해선 신차 1대당 핵심광물과 배터리부품에 대해 각각 3750달러, 총7500달러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보조금은 미국이나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에서 채굴하거나 가공한 핵심광물 비중(부가가치)이 일정 비율 이상일 때 받을 수 있다. 2023년 40%에서 매년 10%포인트씩 올라 2027년엔 80% 비중을 충족해야 한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



중국산 광물과 소재가 현재 글로벌에서 대략 6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런데 이 법엔 중국에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조항이 있다. 미국이 우려외국집단(FEOC: Foreign Entity of Concerns)으로 선정한 곳에서 채굴‧가공한 광물을 일부라도 포함하면 2025년부터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증권신고서 '사업의 위험' 항목 발췌



발행사는 연내에 미국이 중국을 FEOC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CNGR 등에 기댄 밸류체인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발행사는 원재료매입부터 생산과 판매에 이르는 모든 밸류체인에서 중국계 업체를 배제했기에 IRA 법안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또 다른 항목(인수인의 의견)에선 IRA가 발행사에겐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하이니켈 중심 '논차이나' 업체라는 동사의 탁월한 포지션은 향후 전방시장 성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재했다.


증권신고서 '인수인의 의견' 항목 발췌



◇LG엔솔 밸류체인 사례 언급…규제 회피 쉽지 않을 것


사실 이 같은 지정학적 위험은 알려진 바고 경쟁 밸류체인들도 IRA발효 이후 대비해 왔다. 중국 전구체업체와 국내에 합작사를 설립해 전구체를 조달받는 방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국내 포항에 CNGR과 황산니켈과 전구체 공장을 세우기로 했고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그룹(Hauyou)과 포항에 ▲LG화학도 화유그룹(Hauyou)과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짖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미국 FTA체결국이니 중국의 기술력을 빌리돼 생산은 국내에서 해 IRA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



그런데 발행사는 이 같은 대비책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 동시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FEOC의 정의가 미국 반도체법(CHIPS) 수준으로 강화되면 국내 합작법인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법은 반도체 관련산업 보조금 혜택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만든 것인데, 합작사의 중국계 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한다. 즉 합작사도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증권신고서 '사업의 위험' 항목 발췌



사실 해당 '사업의 위험' 항목 내용은 모회사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설명해야 하기에 기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아직 에코프로비엠사 수요만큼 전구체를 생산할 여력은 안된다. 이에 에코프로비엠도 중국산을 이용하고 있고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IRA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 2위 전구체업체 GEM과 국내 전북 군산에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


그런데 경쟁사현황까지 구체적으로 부각시켜 IRA로 인한 발행사 반사이익을 더 드러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에코프로비엠 합작공장은 미국 외 지역용이 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에코프로그룹은 IRA 위험권이 아니라는 의미다.


◇경쟁사 "일방적 주장"…중국 제외 현실적 불가


경쟁사는 일방적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산 광물과 소재에 대한 글로벌 전기차시장 의존도가 워낙 높아 미국도 단기에 중국을 배제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도 전기차를 시장수요에 맞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데 섣불리 중국을 배제하면 시장 위축을 불러 올 수 있다. 즉 중국 FEOC 지정은 예단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미국도 국내 배터리 3사와 의견을 조율하면서 현실을 감안한 결정을 할 것이라 본다. 실제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최근 방한기간에 주요 이차전지 기업의 경영진들을 비공개로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더불어 FEOC 관련 지침이 명확해지면 이에 따라 합작법인 운영방식을 바꿔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경쟁사 관계자는 "미국의 방침에 따라 중국과의 합작법인을 100% 인수하고 기술제휴를 맺어 소재를 지속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구조도 감안하고 있다"며 "중국을 원천배제하면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국도 현실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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