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솔루션 업체 이지서티가 돌연 기업공개(IPO) 심사를 철회했다. 심사가 4개월이 넘도록 장기화해 자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지서티는 최근 3년 새 높은 성장성을 보였고 알짜 수익성까지 갖춘 터라 심사 철회 배경에 관심이 쏠고 있다. 일반상장이 가능해 올해 기술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동종업체들 대비 심사 문턱은 오히려 낮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청구 이후 4.5개월 기다려…정량지표는 우수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지서티는 지난달 중순께 한국거래소에 청구한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했다. 이지서티는 거래소 코스닥본부에 올 2월 24일 심사청구를 했다. 청구 이후 4개월 반을 기다리다 포기한 셈이다.


거래소는 규정상 청구서를 수령한 이후 2개월(45영업일) 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다만 청구서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보완을 요청하며 결정을 연기할 수 있다. 이지서티는 두 달여간 보완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지서티는 2002년 설립된 개인정보보호 솔루션 기업이다. 대표 솔루션으로는 가명·익명·결합 처리 솔루션 '아이덴티티 실드'와 개인정보 필터링 솔루션 '유-프라이버시 세이퍼', 개인정보 접속기록관리 솔루션 '유비 세이퍼-PSM' 등이 있다. 특히 '아이덴티티 실드'는 정부로부터 장영실상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최대주주는 심기창 대표로 지난해 말 기준 지분 8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는 처음으로 재무적투자자(FI)도 유치했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에 처음으로 '키움-신한이노베이션 제2호 투자조합'이 이름을 올렸다. FI 지분율은 5.5%다. FI 엑시트를 위해서도 IPO는 필요했다.


실적과 재무 등 정량적 지표는 문제될 만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괄목할만하게 늘어났다. 매출은 2020년 86억원에서 2022년 134억원으로 5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억원에서 78억원으로 179.1%, 당기순이익은 24억원에서 62억원으로 155.9% 늘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58.6%, 순이익률은 47%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샌즈랩‧모니터랩 기술특례 입성


경쟁사들은 아직 이익이 나지 않거나 규모가 미미했음에도 기술성장기업 특례(이하 기술특례)제도를 활용해 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상장에도 성공했다. 샌즈랩은 올 2월, 모니터랩은 올 5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모두 사이버 보안솔루션을 주력으로 한다. 샌즈랩은 올 1분기 매출 7억원에 영업손실 8억원을 기록했다. 모니터랩은 지난해 매출 141억원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이지서티에 비해선 현재 실적은 열위하다.


이에 일각에선 거래소의 정성평가에 주목한다. 거래소는 실적이나 재무뿐만 아니라 질적 요건들을 체크한다. ▲대주주가 과거 당국 규제를 받은 이력이 있는지 ▲내부통제 장치는 잘 갖춰져 있는지 ▲경영권은 안정적인지 등을 점검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간과할 수 있는 내부통제는 예나 지금이나 거래소가 가장 까다롭게 보는 부분이다.


위축된 보완솔루션에 대한 투심도 심사를 철회한 원인일 수 있다. 샌즈랩의 경우 공모가 1만500원으로 상장했는데 약 6개월이 지난 이달 8일 종가는 9250원으로 공모가 대비 11.9% 빠진 상태다. 모니터랩 역시 공모가는 9800원인데 이달 8일 종가는 6580원으로 32.9% 하락해 있다.


이지서티 관계자는 철회 배경에 대해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