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성장기업특례(이하 기술특례)는 경쟁력있는 기술을 갖춰 미래 성장성은 높지만 아직 이익창출이 본격화하지 않은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밸류(기업가치)산출 근거로 쓰는 '이익'이 아직 없기 때문에 미래 예상실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발행사의 예상실적이 어디서 나오는지, 또 얼마나 현실성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자율차용 레이다 제조사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글로벌 완성차업체인 GM(제너럴모터스)과 현대모비스가 미래에 대한 명운을 쥐고 있다. 발행사는 이들이 고객사가 돼 줄(수주) 것이라고 가정하고 예상실적과 밸류를 뽑았다. 수주를 확정한 상태가 아니다. 다만 일각에선 발행사가 그간 보여준 성과가 있기 때문에 GM  등의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라이급 성능의 레이다…GM·현대모비스와 '개발' 계약


자율주행차의 핵심 중 하나는 '눈'이다. 멈춰야 할 때 멈추고 갈 때 갈 수 있도록 사물이나 신호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완성차업체들은 인지기능을 위해 카메라와 레이다(RADAR), 라이다(LiDAR) 등 크게 3가지 종류의 부품을 쓰고 있다.


카메라는 사람의 눈과 유사하게 물체를 인식해 '색상'을 구분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어둡거나 날씨가 궂으면 인식이 어려워지고 장거리 측정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레이다는 전자기파를 활용한다. 발사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차의 속도와 사물과의 거리를 인식할 수 있다. 유기물질 투과도가 높아 어둡거나 악천후인 환경에 강하고 장거리 측정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다만 종방향식 측정이라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물체의 높낮이와 종류를 인식하기 어렵다.


라이다는 짧은 빛(레이저)을 이용하는 방식인데 파장이 짧은 대신 넓고 정밀하게 주변을 인지하는 것이 강점이다. 거리 정확도 오차 범위가 ±3㎝ 수준으로 매우 높다. 3D맵과 같은 입체적인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크기가 크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차량 지붕에 설치하는 방식이라 눈이나 비 등 외부 환경에 취약한 점도 있다.


<자료:자율주행차 글로벌산업 동향,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2022.08)>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레이다 제조사다. 그런데 가격은 레이다급이면서도 라이다의 장점을 갖춘 '4D 이미징 레이다'를 만들어 냈다. '비정형안테나'라는 설계와 AI(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종방향 뿐 아니라 횡방향 정보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덕분에 라이다 수준의 정밀함까지 갖췄다는 것이 발행사측 주장이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4D 이미징 레이다' 시제품을 2020년 1월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했는데 대어가 잡혔다. 2022년 3월 GM과 차세대 자율자동차용 레이다를 개발하기로 계약했다. 이어 자율자동차용으로 최적화한 제품인 'RETINA-4F'를 3개월만인 같은 해 6월 개발을 완료했다.


낭보가 이어졌다. 국내 톱티어인 현대모비스와도 올 3월 같은 제품 개발 계약을 따냈다. 사실상 현대차 미래모델용 납품에도 다가선 셈이다. GM 트랙레코드 덕분으로 추정된다.


RETINA-4FN(사진:발행사 홈페이지)


◇수주는 아직, 확율 70~80%로 기재…모빌리티가 매출 절반이상 담당


다만 해당고객사와 수주계약을 완료한 것은 아니다. 증권신고서 '자율주행 매출액 추정 상세 프로젝트 내역'을 보면 GM으로 추정되는 B사(해외)와 현대모비스 추정 A사(국내)로 인한 예상매출을 기재해 놨는데 "수주가 확정된 것이 아닌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라고 부연했다.


B사 예상매출은 2024년 103억원, 2025년 207억원이다. 수주확률은 80%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는 '사업(수주)이 유력한 단계'라고 부연했다. 개발과정이 총 6단계인데 3~5단계를 진행하고 있고, 장착 테스트를 했는데 고객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 근거다.


A사 예상매출은 2024년 28억원, 2025년 57억원이다. 수주확률은 B사보다는 10%포인트 낮은 70%다. 경쟁사 대비 기술과 가격측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자율주행(B사와 A사)은 이번 밸류산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업부문이다. 2년 뒤 전체 실적 퀀텀점프를 예상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있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지난해 매출은 40억원에 그치고 있고 영업손실은 51억원이다. 올 예상치도 매출 74억원에 영업손실 23억원이다. 전년 대비 소폭 나아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2024년에는 매출이 461억원으로, 2025년에는 782억이 또 한 번 껑충 뛸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도 2024년 71억원, 2025년 16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우상향을 지속한다. 밸류 근거로 사용한 당기순이익 역시 2022년 77억원 적자에서 2025년엔 174억원으로 크게 흑자전환할 것으로 봤다.


자율주행 부문 예상매출이 2025년 265억원으로 전체(782억원)의 34%를 차지할 것이란 가정하의 계산이다. 자율주행에 중장비와 드론까지 포함한 모빌리티용 예상매출은 445억원으로 전체의 57%다. B사와 A사 수주 여부는 전체 사업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징성면에서도 중요하다.


밸류는 2025년 예상 당기순이익(174억원)을 근거로 산출했다. 174억원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수치(99억원)에 주가수익비율(PER) 17.74배를 곱해 기준시가총액 1770억원을 도출했다.



◇19년부터 펀딩, 성과 지속…신뢰도엔 긍정적, 할인율도 높아


일각에선 수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간 경영진이 보여준 역량 덕이다. 최대주주인 김용환 대표는 공학도 출신으로 서울대(제어계측공학 학‧석사)와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전기‧컴퓨터 박사)에서 수학했다. 이후 글로벌기업인 시스코(Cisco)와 AT&T에서 경험을 쌓고 LG그룹에서 다수의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2017년 설립 이후 2년 동안엔 기업 기술개발 연구용역에 집중하면서 적자경영을 지속해야 했다. 이에 총 3번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2019년 48억원, 2020년 112억원, 2021년 말 30억원 등이다.


결과를 제 때 냈다. 개발을 넘어 양산계약을 따냈다. 2019년 12월 현대건설기계용 레이다 공급을 시작으로 2020년 10월엔 미국 드론회사 앤듀릴(Anduril)에 드론용을, 2020년 12월엔 볼보건설기계용을 양산했다. 2021년에도 9월 레벨미터용(고객사 Lasso), 10월 스마트시티용(No Traffic), 11월 쓰레기차용(3rd Eye) 등을 따냈다. 모두 개발계약을 선행한 곳들이다.


그리고 마지막 펀딩(2021년 말) 직후 GM과 현대모비스와 개발계약이 이뤄졌다. 종전과 비교해 차원이 다른 대형고객사지만, 그 간 성과로 보면 양산 가능성을 기대할 만 하다는 평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율주행이라는 전방산업 자체가 고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보니 기술력에서 앞서있는 회사는 글로벌 고객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프로젝트와 상용화 이력을 봤을 때 발행사가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예상실적이 현실화된다고 가정했을 때 공모가도 합리적이란 평가다.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 덕이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5800~6800원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860억~1008억원이다. 기준시가총액(1770억원)에 할인율을 42.24~50.73%로 적용한 결과다. 2021년 이후 나온 기술특례 평균할인율인 29.66~43.44% 대비 높다.


스마트레이더시스템은 이달 7~8일 양일간 기관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일반투자자 청약일은 10~1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