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앤디파마텍은 바이오텍 시장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이 큰 폭의 원금손실을 감수하고 기업공개(IPO)에 동의한 대표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3년전 프리IPO에 참여한 FI가 400억원 내외 평가손실을 받아들였다.


시장환경 변화를 인정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간 IPO업계에선 유동성 버블 정점이었던 2020~2021년 투자한 FI들의 엑시트(자금회수) 전략을 주목해왔다. 현재 증시는 3~4년전보다 크게 침체했는데 FI들이 '본전' 이상을 고수하면 공모주주에게로 부담이 전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FI들이 손실을 모두 인식해야 IPO 시장 밸류가 정상화될 것으로 봤다. 그리고 디앤디파마텍이 첫 타자 격으로 나섰다.


◇ 3년 전 591억 투자, 현재가치 170억~200억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디앤디파마텍 공모가 희망밴드는 2만2000~2만6000원이다. 상장예정주식수(1043만1929주)를 감안하면 상장 후 예상시가총액은 2295억~2712억원이 된다. 이는 3년전 프리IPO(상장 전 투자) 당시 평가된 밸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디앤디파마텍은 2021년 10월 리브라이트홀딩스 등 총 591억원 규모 3차 전환우선주를 발행했었다. 주당 7만5000원에 78만8332주를 찍었다. 우선주 1주당 보통주 1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해 말 전체지분수(884만4999주)를 감안하면 밸류를 6600억원으로 평가한셈이다. FI들은 상장 착수 반년전인 2023년 4월 해당 우선주를 전량(78만8332주) 보통주로 바꿨다.


우선주 발행 이후 액면분할이나 무상증자가 없었기 때문에 FI들 보유지분의 주당 취득원가(7만5000원)는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덕분에 손실률 계산이 용이하다. 공모가가 희망밴드 하단( 2만2000원)으로 정해질 경우 손실률은 70.7%, 상단(2만6000원)이면 65.3%가 된다.



금액으로는 78만8332주에 대한 가치가 밴드하단 시 173억원이 되는데 원금(591억원)을 감안하면 손실액이 417억원에 이른다. 밴드상단 시 가치는 204억원이고, 손실액은 386억원이 된다. 최대투자자인 리브라이트홀딩스(62만5000주 보유)만 따지면 손실액이 306억~331억원이다. 통상 프리IPO 투자자들은 IPO로 100% 이상 수익률을 노리는데 반대로 거액의 손실을 감수했다.


3차 전환우선주를 발행했을 때(2021년 10월)는 유동성 버블이 지속됐던데다, 디앤디파마텍에 매력적인 에퀴티스토리(Equity Story)가 있었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파킨슨병치료제(NLY01)로 2020년 11월 임상2상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환자모집을 하고 있는 단계였다. 글로벌 최초(First in class) 신약을 노린 제품이었다.


프리IPO 밸류가 6000억원에 달했던 배경이다. 상장을 하면 1조원대로 치솟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디앤디파마텍는 지난해 2월 NLY01가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6000억원대 밸류에 대한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이에 디앤디파마텍은 이번 공모에선 임상1상을 통과한 비알콜성지방간염(MASH) 치료제(DD01)를 주력 파인프라인으로 내세웠다. 에퀴티스토리가 바뀐데다 공교롭게도 유동성 거품까지 꺼진 시기라 FI들은 프리IPO 밸류를 고수할 수 없었다. 작년 하반기 파두사태로 기술특례에 대한 투심이 보수적으로 돌아선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 큐로셀 반면 교사, 엑시트는 '천천히'


FI의 낮아진 눈높이는 작년 하반기부터 일부 감지됐다. 바이오텍 대어였던 큐로셀이 결과적으론 공모 밸류가 프리IPO 때보다 낮았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큐로셀은 공모가 희망밴드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4339억~4871억원이었다. 그리고 2022년 프리IPO 당시 평가받았던 밸류는 약 4000억원이었다.


FI들이 큰 폭은 아니지만 본전 이상은 노렸던 셈이다. 그런데 기관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20.88대 1에 그치며 공모가를 희방밴드 하단(2만9800원)보다도 크게 낮은 2만원으로 정했고, 예상시가총액도 2722억원이 됐다. 시장의 냉혹한 평가로 FI들이 평가손실을 본 케이스다.


디앤디파마텍은 FI들이 스스로 눈높이를 크게 낮췄다는 점에서 다르다. FI들은 상장 후 시간을 두고 엑시트를 할 계획이다. 당장엔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상장 후 기준 FI 지분 비중은 총 53.63%인데, 48.58%가 1~3개월 보호예수가 됐다. 덕분에 상장일 유통가능한 지분비중은 공모주주(10.54%)와 기타소액주주(11.41%), FI(5.05%) 등을 합해 27%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FI 입장에선 평가손실을 보더라도 보유지분이 유통 가능한 상태(상장)가 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며 "비상장 상태에선 엑시트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