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은 전통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고수익) 투자처다. 신약개발을 하기까지 10~15년이 걸리는데 성공률은 10% 내외다. 주력 파이프라인(신약개발 프로젝트)이 바늘구멍 같은 임상실험에 성공하면 '잭팟'이 터지지만, 실패해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더 큰 것이 현실이다.


발행사에 유용한 플랜B가 있는지도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중요하다. 플랜A가 무산돼도 재기를 도모할 수 있고, 손실률은 그 만큼 떨어진다. 이슬기(사진)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이번 공모에선 비알콜성지방간염(MASH) 치료제를 주력으로 내세웠지만, 못지않은 플랜B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로 비만치료제다. 위고비로 유명한 블록버스터 신약이 등장해 100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주사제가 주류인 이 시장에 '먹는 약(경구형)'으로 도전장을 냈다.


난도가 높은 영역인데 전임상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어냈고, 올해 임상1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파트너가 개발비까지 지원해주는 구조라 유동성 측면에서 부담이 적다.



◇ DD02S 1상 결과 내년 확인, DD01보다 빨라


디앤디파마텍이 개발하고 있는 비만치료제는 경구형인 DD02S와 DD03이다. DD02S는 비만 단일 적응증을, DD03은 비만과 MASH를 동시에 타깃한다. 모두 GLP-1(Glucagon like peptide-1)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력인 MASH치료제 제품 DD01 역시 GLP-1 기반이다. GLP-1 기반은 본래 당뇨치료제로 개발됐는데 이후 퇴행성뇌질환과 비만, MASH 등으로 적응증이 확장 연구돼 왔다.


디앤디파마텍 역시 2014년 설립 당시부터 '단일'이 아닌 GLP-1에 중심을 둔 멀티 파이프라인 개발을 전략으로 삼았다. MASH도 사실 플랜B였다. 먼저 개발한 GLP-1 파킨슨병치료제(NLY01)가 2019년 진행한 미국 임상2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DD01이 2023년 초 임상1상에 성공해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올라섰다.


(자료:증권신고서)


현 시점 기준 플랜B인 비만치료제 역시 속도감 있게 개발돼 내년 성과가 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표는 "DD01 외에 전사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 글로벌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비만치료제"라며 "작년 미국 바이오텍인 멧세라(Metsera)와 DD02S와 DD03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고, DD02S는 올 하반기 내에 임상1상을 미국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상장한 이후 DD01보다 DD02S이 시장에 먼저 선보여질 성과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DD02S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2025년에 결과(임상1상)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D03은 플랜C 정도가 된다. 현재 선도물질(다양한 실험을 거쳐 전임상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물질)로 선별한 단계이고 전임상(동물실험)을 마치고 2025년까지 미국 신약임상시험신청(IND)을 할 계획이다.



◇ 블루오션 '경구형', 노보노디스크보다 10배 효율


비만치료제는 2년 전 '최초' 등장으로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시장이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2021년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로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이어 지난해 11월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젭바운드로 받아냈다. 모건스탠리는 시장 규모가 2022년 24억달러(약 3조원)에서 2030년 770억달러(100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위고비와 젭바운드 모두 GLP-1 기반이라 환자에게 불편함을 주는 '주사제'로만 만들어졌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경구형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도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난도가 높다.


이 대표는 "GLP-1 기반은 안정성과 약효가 매우 뛰어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경구형으로는 흡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소화기관에 의해 먹으면 다 분해가 돼 버리기 때문인데, DD02S는 오랄링크(Oral Link)라는 경구형 플랫폼 기술로 흡수율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DD02S 전망을 낙관하는 건 전임상 결과에 있다. 주사제 개척자 노보노디스크 역시 경구형 제품인 리벌서스(Rybelsus)로 임상3상을 준비하며 블루오션까지 노리고 있는데, DD02S 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노보노디스크의 리벌서스는 비타민 먹듯 복용하면 전혀 흡수가 안되는 약물로 항상 공복상태에서 일정 수준의 물로 마셔야 한다"며 "DD02S은 이런 불편함이 없을 뿐 아니라 전임상(동물실험)에서 리벌서스 대비 10배 높은 흡수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절감을 획기적으로 하면서 환자 편의성도 높인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자료:증권신고서)



DD03은 글로벌 최초 경구형 3중작용제라는 것이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3중작용제는 말 그대로 수용체 3개를 타깃하는 약물이다. GLP-1 뿐 아니라 GIP, GCG에 작용한다. 치료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인데 '경구형' 개척자는 없다.


이 대표는 "3중작용제로 만들면 비만 치료와 몸무게 감소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일라이릴리 같은 다국적 회사를 필두로 글로벌적으로 개발이 활발하다"며 "다만 경구형 개발은 저희 외에 발표된 케이스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멧세라가 개발비 지원, 130억 매출 확보


DD02S와 DD03은 DD01이 2026년 성과를 내기까지 춘궁기를 메워줄 역할을 한다. 기술이전을 한 파트너사인 멧세라가 계약금(업프론트) 지불 뿐 아니라 개발비까지 지원해 주기로 한 덕이다.


기술이전은 2023년 4월 했고 계약금은 1000만달러(약 130억원)였다. 여기에 IND까지 비용을 멧세라가 부담하는 공동개발계약을 한 달 뒤(2023년 5월) 추가했는데, 계약일로부터 2년간 최소 1020만달러(약 133억원)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내년까지 확정한 매출이라는 것이 포인트다.


멧세라는 경구형비만치료제 개발을 목적으로 미국 VC(벤처캐피털)들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최대주주는 아치벤처(ARCH)로 연간 자산운용(AUM) 규모가 90억달러(약 1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멧세라는 디앤디파마텍 같은 바이오텍들이 발굴한 선도물질을 기술이전 받아 임상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이 대표는 "저희가 2014년 설립 이후 다양한 임상을 직접했고 미국 IND도 상당히 많이 받아 인허가에 역량이 있다"며 "이에 멧세라가 기술이전과 별도로 공동개발계약을 해 IND까지의 전 과정을 맡아 달라 부탁했고, 이로 인한 확정 매출이 130억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멧세라와는 추가 공동개발을 논의하는 등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확정된 것 외에 관련 로열티와 개발비 등 부수적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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