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선 임상 2상에서 얻을 만한 성과를 우리는 1상에서 얻었다. 2상 성공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보는 이유다."


디앤디파마텍의 창업자 이슬기(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 판교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주력 파이프라인인 비알콜성지방간염(MASH) 치료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MASH치료제는 글로벌 환자수는 4억명이 넘는데 아직까지 판매허가를 받은 기업이 없다. 최초(First-in-Class)나 최고(Best-in-Class) 타이틀을 달면 일확천금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다.


MASH치료제 2상 성공률은 이번 디앤디파마텍 기업공개(IPO) 공모의 핵심 포인트다. 기술성장기업 특례를 활용해 미래 예상실적을 끌어와 밸류(기업가치)를 정했는데, 예상실적의 60%가 MASH치료제 '2상 완료 후 기술이전'에서 발생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2상에 대한 전망과 근거가 중요한데, 이 대표는 성공을 자신했다.



◇ 미국서 107명 환자 대상 진행, 일반인 대상과 달라


디앤디파마텍 밸류는 공모가 희망밴드 기준 2295억~2712억원이다. 적자가 한동안 지속되지만 2026년부턴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 가정해 산출한 금액이다. 지난해 잠정매출은 184억원이지만 2026년엔 6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0억원 적자에서 336억원 흑자로 돌아선다. 2026년 추정매출의 62%(374억원)가 MASH치료제인 DD01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추정에서 나온 계산이다.



DD01 성공여부가 중장기 주가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 MASH는 음주력이 없음에도 알코올성 간장애와 비슷하게 중성지방이 간에 과도하게 축적되는 질환이다. 심하면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해 사망할 수도 있다. 치료제는 없지만 환자수로 보면 시장 규모가 2026년 33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약개발은 '선도물질개발→전임상(동물실험)→임상1상(일반인)→임상2상(환자)→임상3상(환자확대)→신약허가신청(NDA)' 순으로 진행된다. 바이오텍은 특정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해 수익창출을 한다.


DD01은 2022년 말 미국에서 1상을 마치고 2023년 초 톱라인(결과)을 발표했다. 2020년 말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1상 임상시험계획승인(IND)을 받은 지 2년만이다. 더불어 올해 하반기에 임상2상에 착수해 2년 뒤인 2025년 하반기에 완료, 2026년 중 기술이전을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대표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1상 결과에 있다. MASH치료제는 부작용 없이 간지방을 제거하는 '안정성'과 투약주기 등 '효율성'이 승패를 가른다. 이 대표는 일반인이 아닌 '환자'를 대상으로 1상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은 것이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이 대표는 "보통 1상은 약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대상군을 확장하는 2상을 위해 복용량을 결정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며 "이에 일반적으로는 1상에선 건강한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2상부터 환자 테스트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는 미국FDA와 협의해 1상부터 DD01을 107명 MASH환자에게 적용했고 성공적으로 지방간 감소 결과를 얻었다"며 "다른 쪽에선 초기 임상2상이라고 보는 결과를 우리는 1상에서 달성했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할 2상 성공 확률을 매우 높게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 드럭 디스커버리(Nature Reviews Drug Discovery)에 따르면 2상 평균 성공률은 34%로 전 과정 가운데 가장 낮다.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을 입증하기 시작하는 단계인 탓으로 풀이된다. 전임상은 성공률이 69%, 1상은 54%, 3상은 70%다.


◆ 경쟁력 근간 '페길화' 기술, 반감기 단축


1상 결과가 경쟁약물 대비 얼마나 뛰어난지도 2상에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 2상에서 비슷한 결과를 내면 디앤디파마텍이 넘어야 할 허들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상 결과를 '고무적'이라고 표현했다.


디앤디파마텍은 기본적으로 '안정성'은 검증된 약물을 개발해 왔다. DD01는 일반에게도 지금은 잘 알려진 GLP-1(Glucagon like peptide-1)와 글루카곤 수용체를 타깃으로 한다. 이중 GLP-1은 소장 끝 부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후 혈당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상승하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GLP-1 작용체(약물)는 당뇨치료제로 오래전 판매허가가 됐고, 수년전엔 비만치료제로도 허가받았다. 위고비와 삭센다로 유명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비만치료제가 GLP-1 작용체다. 다른 약물기전(원리) 대비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오랜 임상으로 확인됐다.


다만 GLP-1은 불안정한 호르몬이라 반감기(성분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짧다는 것이 고질적 문제였다. DD01은 디엔디파마텍의 페길화(PEGylation)라는 기술을 통해 반감기를 크게 늘렸다. 안정성에 효율성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1상에서 4주(주당 1회)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반감기가 길어 환자 지방간이 평균 51%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며 "특히 고용량(80mg) 투여군에서는 환자 전부가 지방간 감소율이 30% 이상 줄었는데 임상학적으로 굉장히 의미가 큰 고무적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1상에서 감소율이 50% 이상인 케이스는 다수 있지만 그들은 24주에서 48주 투여를 한 결과"라며 "우리는 2상에서 투여기간을 48주로 확대해 보다 확실한 검증을 할 계획인데, 상식적으로 4주 투여한 1상보다 감소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훨씬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개발현황(사진:증권신고서)


◇ 2상 기간 2년, 1상이 오래 걸려


일각에선 디앤디파마텍이 설정한 2상 기간(약 2년 내외)이 다소 공격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치에 근거한다. 한국바이오협회가 2011~2020년 동안 6151건 신약개발 사례 평균 소요기간을 집계했는데 1상이 2.3년, 2상이 3.6년으로 2상이 더 길었다. 디엔디파마텍은 2상(2년)을 1상(2년)과 비슷하게 잡았다. 더불어 기술이전 시점이 2상 완료 직후인 2026년인 것에 대해서도 현실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청사진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밸류를 그만큼 할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2상 방식이 1상보다 간소화되기 때문에 무리 없는 일정이라고 반론했다.


이 대표는 "1상은 적정용량(20, 40, 80mg) 을 찾기 위해 상당히 많은 그룹(13개)으로 나눠 진행하면서 오래 걸린 측면이 있다"며 "2상은 단일용량으로 위약군과 투약군으로만 나눠 진행하기 때문에 빠르면 1.5년, 늦어도 2년 안에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술이전에 대해서도 2상 진행 중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기술이전은 2상이 끝난 후에야 파트너 찾기에 돌입하는 식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라며 "임상을 하면서 중간결과를 수시로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공유하고 구조"라며 말했다.


이어 "이 때 뚜렷한 효능이 확인이 되면 그 결과를 기반으로 기술이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에 어떤 시기든 파트너십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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