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소속계열사 수가 최근 1년 새 급격히 늘어 사상 최대치에 도달했다. 이웅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일어난 변화라 주목된다. 유력한 후계자인 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사장이 그룹모빌리티 사업 주도권을 잡으며 세포분열이 활발해 졌다.


◇1년 새 7개사 늘어…이규호 사장 승계와 연관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최근 3개월간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 변동 현황'에 따르면 코오롱그룹 소속계열사 수는 48개사로 집계됐다. 올 5월 이후 3개월 새 계열사 두 곳이 추가된 결과다. 지난해 5월 집계된 41개사와 비교하면 1년여 만에 7개사가 늘었다.


이규호 사장의 부친이자 그룹총수인 이웅열 회장이 경영을 하던 시절엔 찾아볼 수 없었던 규모라 눈여겨볼 만 하다. 이 회장은 3세 경영인으로 1995년 회장직을 이어받아 2018년 사퇴하기 까지 그룹을 23년간 이끌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집계에 따르면 그룹계열사수는 1997년 24개에서 2012년 40개로 확대된 이후 2018년까지 40개 내외수준으로 유지됐다. 이어 2021년 흡수합병 등으로 36개로 줄었다가 매년 큰 폭의 확대가 이어졌다.


변화 중심엔 이규호 사장이 있다. 경영권을 이어받기 위한 시험대에 서있다. 이웅열 회장은 1956년 생으로 올해 67세다. 하지만 지주사인 코오롱 최대주주(49.74%)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 39세(1984년생)인 이규호 사장에게 아직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았다.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그룹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이 회장의 소신에 기인한다.


다만 이 회장은 작년 말 이 사장에게 대내외적으로 능력을 입증할 최선의 기회를 마련해줬다. 그룹 내에서 단기에 가장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모빌리티' 사업을 맡겼다. 최근 일련의 계열사 확대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 사장


◇모빌리티그룹 신설해 맡겨…그룹 중심은 화학, 완만한 성장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화학과 소재사업을 영위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건설과 수입차 유통업을 하는 코오롱글로벌이었다.


그룹은 지난해 전체 매출 11조2756억원을 기록했는데 코오롱인더스트리 매출이 5조3675억원으로 47.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 영업이익은 5418억원인데 역시 코오롱인더스트리(2425억원)가 44.8%를 담당했다. 코오롱글로벌은 두 번째로 기여도가 높다. 지난해 매출은 2조6021억원으로 그룹전체의 23.1%, 영업이익은 1667억원으로 30.8%를 책임진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코오롱글로벌이 인적분할 계획을 밝혔다. 수입차 부문을 인적분할로 떼어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존속법인엔 건설업만 남게 됐다. 분할 기일은 올 1월 1일이었다.


당시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건설업에 대한 시각이 보수적으로 바뀌던 때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10월 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며 부동산PF발로 인한 건설업 충격이 현실화했다.


수입차 시장은 반대로 지속 성장하고 있었다. 소득수준이 높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코로나 기간에도 경기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판매대수가 늘었다. 한국수입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판매대수는 28만3435대(점유율 19.69%)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전년(27만6146대)보다 7289대(2.6%)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국산차 판매량은 120만3317대에서 115만5962대로 3.9% 줄었다.


신설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국내 BMW 딜러사 1위다. BMW 뿐 아니라 MINI(미니), 아우디, 볼보, 지프, 롤스로이스 등도 판매한다. 업황이 좋은 것에 대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다. 그룹 핵심 계열사를 두 개에서 세 개로 나눴는데, 새로 만든 곳이 유망했다. 그리고 이규호 사장이 유망사업을 전담하게 됐다.


수입차 국내 점유율(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수익 극대화 위한 분할…올 실적 개선 이어가


이규호 사장은 경영수업을 10년 가량 받았는데 주력 계열사가 주 무대였다. 2012년 29세 나이로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 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2013년 코오롱글로벌로 이동했다가 2014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이 됐다. 이듬해(2015년) 이 회사 상무보로 승진하며 처음으로 임원이 됐다.


이어 2017년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 전무, 2020년 코오롱글로벌 수입차부문 부사장을 지냈다. 그러다 작년 말 코오롱글로벌 인적분할을 계기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처음으로 상장사 대표 타이틀을 달았다. 회사실적 뿐만 아니라 투자자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지게 됐다.


10년 근무 이력 가운데 수입차는 2년이지만 실적을 내기 좋은 곳이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커질 만큼 커진 회사인데다 업황 영향을 많이 받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2017년 매출이 4조6070억원이었는데 2021년(4조6621억원)까지 5년 동안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5조원대 매출을냈다. 올 들어선 수요둔화로 다시 실적이 슬로우해졌다.



이 사장이 이끄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수익성 극대화에 나섰다. 산하 브랜드를 모두 법인으로 독립시켜 이해상충을 막고 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게 했다. 출범 초기 이미 일부 브랜드는 독립해 있었다.


코오롱글로벌 자회사였던 △코오롱아우토(아우디) △코오롱제이모빌리티(지프) △코오롱오토모티브(볼보)가 인적분할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산하로 재배치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올 5월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Polestar)와 이륜차 브랜드 케이크 판매하는 법인 코오롱라이프스타일컴퍼니 △로터스 스포츠카 판매법인 로터스카스코리아를 추가로 만들었다.


더불어 올 6월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직접 영위하던 주력 브랜드 BMW와 MINI 사업을 물적분할로 떼내기로 했다. 해당신설법은 코오롱모터스로 올 9월 1일이 분할기일이다. 이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 남은 사업은 롤스로이스와 오디오브랜드 뱅앤올룹슨 밖에 없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작년 인적분할 당시 예상한 그림(실적개선 지속)은 올 들어 현실화하고 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올 2분기 매출 6115억원에 영업이익 134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 비해 매출(5385억원)은 13.6%, 영업이익(96억원)은 39.3% 늘었다. 신설법인이라 전년 동기 실적은 없다.


반면 건설업만 하게 된 코오롱글로벌은 올 1분기 매출(5866억원)이 전년 동기(5998억원) 대비 2.2% 줄었고, 영업이익(134억원)은 전년 동기(355억원)보다 62.1% 감소했다. 2분기 실적은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다만 분할 이후 내리막인 주가는 이규호 사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올 1월 31일 재상장했는데 종가가 4875원이었다. 이달 9일 종가는 3770원으로 상장 첫 날 보다 22.6% 낮다. 9일 기준 시가총액은 2367억원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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