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이티(DKT)가 거침없는 질주를 잇고 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폭증했다. 올 2분기는 설립 이래 사상 최대치일 정도다.


예견된 호실적이다. 디케이티는 글로벌 메가트렌드가 된 AI(인공지능)폰 밸류체인에 합류해 있다. 삼성전자 AI폰에 필요한 FPCA(연성인쇄회로실장)를 60~70%나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엔 매출이 거의 없었던 전장부품 무선충전모듈(WPC, Wireless Power Charger) 사업이 올 들어선 분기마다 100억원 이상 벌고 있다.


성장스토리는 더 있다. 국내 3대 배터리 기업 중 한 곳과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300억~400억원대 매출이 예상된다.


◇ 갤Z폴드·플립6도 AI폰으로, 디케이티 2분기에 기여


메리츠증권(양승수 연구원)은 올 2분기 디케이티 매출을 1012억원,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771억원)은 31.4%, 영업이익(39억원)은 64.1% 폭증한 수치다. 이는 메리츠증권이 올 5월 말 작성한 리포트에서 제시한 전망치다. 그런데 약 한달 반이 지난 이달 11일 현 시점에서 파악된 분위기는 이보다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망치보다 좋은 실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치로만 나와도 2012년 설립 이래 사상 최대 2분기 실적이 된다. 직전 2분기 최대실적은 2022년 2분기에 기록한 매출 950억원에 영업이익 52억원이었다. 덕분에 올해 연간으로도 사상최대 실적갱신이 유력하다. 올 상반기 예상매출은 2170억원, 영업이익은 141억원이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1445억원)은 50.1%, 영업이익(65억원)은 116.4%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가 글로벌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AI폰에 기인한 성장이다. 삼성전자는 올 초 출시한 갤럭시S24 시리즈에 AI폰이라는 개념을 만든 '온디바이스AI'(On-Device AI)를 처음으로 탑재했다. 그리고 갤럭시S24시리즈는 올 1분기 전작(S23) 대비 30%나 많이 팔렸다. 스마트폰 업계 고민이었던 교체주기 장기화를 끊어낸 수준이다. 이에 경쟁사 애플도 AI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덕분에 디케이티도 1분기 폭풍성장을 했다. 1분기 매출(1157억원)은 전년 동기대비 71.7%, 영업이익은(76억원) 같은 기간 194.2% 증가했다. 갤럭시S24에 필요한 FPCA를 공급한 덕이다. FPCA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A)에 IC나 MLCC 등 다양한 칩을 실장해 모듈화한 제품이다. 그런데 AI폰의 경우 실장 개수가 기존 플래그십 대비 10~15% 정도 증가한다. 즉 AI폰 도입으로 FPCA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했다.


2분기는 갤럭시S24 뿐 아니라 폴더블 시리즈 초도물량용 FPCA 공급이 더해지며 호실적을 낼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달 10일 폴더블로는 최초로 온디바이스AI를 탑재한 갤럭시Z폴드·플립6을 공개했다. 역시 디케이티 입장에선 ASP 상승효과를 이어갈 수 있었다.


전자업계에선 갤Z폴드·플립6도 갤럭시S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전작 대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케이티 하반기 실적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6(사진:홈페이지)


◇ 무선충전모듈, 글로벌 완성차 업체 채택율 증가


WPC도 성장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WPC는 모회사인 비에이치(BH) 함께 2022년 10월 LG전자 VS사업본부가 영위하던 차량용 휴대폰 무선충전 사업권 일체(현 BH EVS)를 인수해 시작한 사업이다. BH EVS는 비에이치가 지분 59%, 디케이티가 41%를 보유하고 있다. WPC는 무선충전기에 필요한 핵심부품이다.


작년엔 WPC 매출이 30억원에 그쳤는데 올 들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 1분기에는 110억원을 기록했고, 올 2분기에는 117억원 수준으로 증권업계는 파악한다. 올 WPC 예상매출은 600억원으로 전체의 12%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BH EVS가 고객군을 기존 GM과 스텔란티스, 혼다 등에서 유럽과 북미지역으로 확대하면서 WPC도 지속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증설을 진행중이다. 디케이티 베트남 생산법인은 현재 WPC용으로 4개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고, 매년 2개를 증설해 2026년에는 8개 이상 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 AI시대 필수품 ESS도 본격화


내년 성장은 ESS가 이어간다. ESS는 말 그대로 에너지를 대용량으로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탄소중립 시대에 필수품이 됐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생산이 불규칙해 ESS를 필수적으로 요한다.


특히 챗GPT로 대변되는 AI 서비스 대중화도 ESS수요확대와 연관이 있다. AI밸류체인이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 2월 “1년 전에는 AI(인공지능) 신경망 칩의 부족이 문제였고, 그 다음엔 변압기 부족이 예상된다. 다음 부족은 전기가 될 것이고, 내년엔 모든 칩을 구동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즉 AI 대중화는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ESS 수요를 촉진할 수 있다. 디케이티는 국내 유명 배터리 제조사와 북미 지역에 ESS용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신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파일럿 라인을 통한 첫 양산이 진행되고 있어 하반기부터 매출이 일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부터 북미 진출과 고객사 확대를 본격화한다. 2025년에 예상 매출은 약 300~400억원 수준이다.


디케이티는 최근 배터리 관련 사업 집중을 위해 ES(Energy Solution) 사업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기존에 영위하던 PCM(Protection Circuit Module)에 더해 ESS 파워모듈, BMS와 EV용 배터리 팩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디케이티는 모바일 중심 사업구조에서 IT와 전장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력 제품군(모바일)이 견조한 가운데 북미 IT OLED, 전장, ESS등으로 사업다변화를 추진한 성과가 올해 실적으로 가시화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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